석도익< 인생칼럼> 68

연탄 그 따스함과 슬픈 자화상

인생칼럼 연탄 그 따듯함과 슬픈 자화상 소설가 석 도 익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은 인생막장이라고 부르던 탄광촌까지 흘러가게 되고 식솔의 연명을 하고자 탄광의 지하 막장까지 들어가 두더지같이 검은 석탄을 파내야 했다. 수 백 미터 탄광지하막장은 언제 무너져서 생매장을 당할지도 모를 갱도를 따라 광부가 목숨을 걸고 들어가 파내는 무연탄, 이것은 수 억 년 전 지각변동에 의하여 고생대식물이 매장되어 화석광물이 되어 진 무연탄을 캐내는 것이다. 연탄은 무연탄을 주원료로 한 원통 모양의 땔감이다. 무연탄에 코크스 · 목탄 가루 등을 섞거나, 석회 등의 점결제..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체는 약육강식의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도 종족번식을 위해서는 사명을 다한다. 특히 우월하고 우세한 2세를 만들기 위해서 기상천외한 수단과 방법으로 종족 번식을 이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만물에 영장임을 자처하는 사람은, 명석한 지능으로 최첨단문명을 이룬 인공지능시대를 열었지만, 무한경쟁에 살벌한 질주와 행복추구의 욕구는 종족번식에 대한 사명은 뒤로 주춤 밀리는 듯하다. 땀과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공산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작물을 잘 키우고, 제품을 잘 만들어 내기위해서 연구와 실험으로 보다 견고하고 편리하며 위험하지 않고 값어치를 다 할 수 있는 작물이나 제품을 만들어 내고자 심혈을 기우릴 것이다. 한낱 휴지 ..

( 인생칼럼 ) 디딤돌과 걸림돌

소설가 석 도 익 세상문명은 돌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먹고 살기위해 주변에 돌을 이용해서 칼은 만들어 자르고, 도끼를 만들어 부수고 박는데 쓰인 것이다. 또한 돌을 사용하다가 돌에 박힌 쇠를 이용하는 철기시대를 열면서 인류문명의 발전이 가속화되었다. 지표면 위로 들어나 있는 암반인 바위가 긴 세월이 흐르면서 조각으로 떨어져 나온 것을 돌이라 하고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 돌덩이 돌멩이 조약돌 자갈 모래 그리고 흙이 된다고 하는데, 석기시대 우리 조상들은 돌을 이용하여 제일먼저 디딤돌을 놓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디딤돌은 당장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약자나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하여 옮겨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딤돌은 냇물을 건너기 위해서 놓는 돌다리라든가 계단의 바닥돌이나, 마루 아래의 섬돌 ..

버팀목

소설가 석도익 버팀목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총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어려운 지금 제일 많이 회자되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버팀목이다. 버팀목이란 몸이 약해지거나 마음이 힘들 때 쓰러지지 않게 밭쳐주거나 기댈 수 있는 힘을 보태주는 것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실은 가장 힘없고 능력도 없다. 그러므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자는 사람(인人)이라는 글자는 서로 기대며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가족을 만들고 마을을 이루어 사회생활을 하며, 국가를 조직하여 의지하고 협력하며 서로 버팀목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활하면서도 작은 말뚝에서부터 큰 장대까지 수없는 버팀목을..

어디만치 왔니?

어디만치 왔니? 일 나가신 아버지나, 오시기로 한 친척이 도착할 때쯤이면 어머니 등에 업혀 동구 밖까지 손님맞이 가서 기다린다.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음도 조급하고 긴장되며 지루하기만 하다. 기다리는 시간에 어머니는 아이에게 말을 시킴으로서 무서움과 지루함을 함께 달래며, 만날 사람이 다가옴을 점점 느끼게 함으로서 진득해지는 정이 더 고이게 되었을 문답놀이가 있었다. “어디만치 왔니?” “서낭당 밑에까지 오셨다.” 계속되는 어머니 물음에 거리는 차차 좁혀져서 “개울까지 오셨다.” “어디만치 왔니?” “거의 다 오셨다.” 정말이지 그게 귀신같이 맞아떨어져 아버지가 저만치 오시는 모습이 보인 적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세태에 때 묻지 않고 순수하기 때문에 신통하여 비가 올 거라든가 어디..

이주귀화(移住歸化) 와 다문화시대

이주귀화(移住歸化) 와 다문화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생명이 있는 생물과 생명이 없는 무생물로 구성되어 있고, 생물에는 움직이는 동물과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로 구분하고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은 다리로 걸어 다니든가 날개로 날아다니고 지느러미로 헤엄처서 살아가지만, 식물은 뿌리를 땅속으로 내려야 살기 때문에, 한번 싹을 틔우고 뿌리내려 그곳에 살기시작하면, 죽을 때 까지 거기서 살아가야 한다. 다행히 좋은 땅에 선택되었다면 좋으련만 그 식물에게 좋은 조건의 땅이 아니라면, 일생 힘들게 살아야 할 것이다. 식물에게 소원이 있다면“조금만이라도 다른 곳으로 가 보는 게 소원이다.”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식물은 그 소원을 자신의 자식..

미루나무 그 그늘아래 이야기

미루나무 그 그늘아래 이야기 소설가 석 도 익 유년시절 난생처음 버스를 타고 외갓집 가는 길, 비포장 울퉁불퉁한 신작로 길을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버스도 흔들리고, 어린 내 가슴도 마음이 설레고 나도 흔들리는데, 차창 밖으로는 미루나무가 자꾸 뒤쪽으로 달아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신작로 양쪽에 나란히 서있는 미루나무는 멀리서 보면 싸리 빗자루 세워놓은 듯 하고, 어찌 보면 미군들이 행군하는 듯했다. 결코 예쁘거나 멋있지도 않고, 그저 키만 멀쑥하게 뻗어 올라가는 미루나무는 미국에서 온 버드나무라고 해서 미류(美柳)나무라고도 했다. 미루나무는 대한제국 개화기(開化期)초기에 미국에서 수입하여 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아름다운 버드나무란 뜻으로 ‘미류(美柳)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국어 맞춤법 ..

정월 대보름달에 소원

정월 대보름달에 바라는 소원 사람이 만물에 영장이라고 하지만 크게 잘난 것도 없다. 덩치 큰 짐승보다 힘이 세지도 못하고, 새같이 날지도 못할뿐더러, 다른 동물들에 비해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수리 매 같이 멀리 볼 수도 없으며, 작은 소리도 잘 듣지도 못하고, 후각 또한 개만도 못하다. 이러한 신체적 조건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꾀를 내어 물질문명을 발달시켜 왔을 것이다. 이같이 나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의지하기 위해서 자연의 위대함을 숭배하고, 하늘을 믿으며, 태양을 섬기고 달에 소원을 말하고, 산과 바다에서 일용할 양식을 얻음에 감사하며, 이곳에 있을 신이 노하지 않게 처신하고, 빌면서 살아온 후예다. 태양은 매일 어김없이 둥글게 떠오르지만 달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며 밤..

잃어가는 가장(家長)의 자리

잃어가는 가장(家長)의 자리 남자는 열 사람의 식구를 능히 부양 하여야 한다. 하여 男(口+力)子라고 한다. 남자는 부모를 모시고 아내를 맞이하여 자식을 낳아 한 가정을 책임지고, 식구를 부양함으로서, 당연히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수행함은 물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나가서 지도자의 역할도 능히 해야 함으로서, 남자에게 주어진 힘과 용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왔다고 할 것이다. 옛날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오로지 힘이 있어야 하였으니 힘이 강한 남자가 가정에서는 당연하게 가장이었고, 가장으로 지혜와 위엄과 힘으로 경제활동이며, 가정에 대외의 모든 일을 대표하여 총괄함으로서 가장의 권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적당히 게으르고 힘들게 일하기 싫어하는..

산등성이

♡ 산등성이 ♡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야 어찌됐던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대소사가 있을 때 차려 입던 양복을 꺼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없는 방문만 쾅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에 매달려 나가시더라도 날이 밝은 내일 아침에 나가시라 달랜다. 대문을 밀치고 걸어 나가는 칠흑의 어둠속,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마을의 한밤, 아버지는 이참에 아예 단단히 갈라서겠노라고 큰 소리다. 나는 싸늘히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다독여 좀 잡으시라고 하니, 그냥 둬라, 내 열일곱에 시집와서 팔십평생 네 아버지 집 나간다고 큰소리 치고는 저기 저 산 등성이 넘는 것을 못 봤다. 어둠 속 한참을 쫓아 내달린다. 저만치 보이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