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68

오라질 사람

오라질 사람 소설가 석 도 익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한 일을 당하게 한 사람에게 가슴에서부터 치미는 화를 토해내는 말이 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억울한 일들을 당하는 일이 많은지 갖가지 욕을 만들어 내뱉으며 산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이 또래들과 하는 욕설은 그야말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상스런 욕설을 일상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마다 앞으로 사회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보면 불안한 생각마저 든다. 욕이란 몸으로 싸우기 전에 설전에 사용되는 말의 무기다. 법이나 힘으로는 안 되니까 나쁜 말을 쏟아내서 상대방을 누르려는 욕설이지만 욕에도 품위가 있고 그 어원이 있어야 한다. 옛 분들이 흔히 쓰던 욕에는 그 나름에 어원이 있었다. 가정을 이루고 공동생활을 하며 이웃과 사회를..

복덕방 과 구멍가게

복덕방 과 구멍가게 소설가 석 도 익 복덕방(福德房) 과 구멍가게라는 말은 왜 그런지 비슷하게 느껴지면서 어딘가도 모르게 정이 묻어나서 친근한 이웃으로 함께하면서 우리서민경제생활에서 오랜 세월 속에 삶의 애환과 추억을 만들어놓고 변화하는 사회 환경구조에 밀려나 역사 속으로 묻혀버렸다. 복덕방의 기원은 고려시대 이후의 객주(客主)와 거간(居間)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객주 가운데 타인간의 거래를 성립시키는 일을 거간이라 칭하였고, 거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거간중매군(居間仲買群)이라 하였다. 가 거간(家居間)은 집과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의 매매·임차 및 전당 등을 주로 중개하였고, 이에 종사하는 사람을 집주름이라 불렀는데 이들이 모여 사무실을 차린 것이 이른바 ‘복덕방’이 되었..

낚시질

낚시질 낚시는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생계활동의 하나로 물고기를 잡는 일이었는데 현대에는 레저 스포츠로도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한 낚시는 물고기 낚는 것 외에도 다른 의미로 회자되고 있어, 낚시질 (일부 명사 뒤에 붙여 그 행위나 일을 낮잡는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예: 고자질 도둑질 쌈질 삿대질 이간질 등)이라고도 한다. 잔잔한 물에 낚시를 내리고 고요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무상무념으로 유유자적하고 있는 모습이야 말로 강태공이고 신선이 아이겠느냐는 생각에 젖을 수도 있다. 세월은 잘도 간다. 누군가는 시절을 기다리며 세월을 낚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세월을 그냥 흘러 보내기도 하겠지만, 낚시 대에 낚시를 달지 않은 빈 줄만 물에 담그고 물고기가 아니라 세월을 낚은 것으로 유명한 강태공(姜太公..

매듭 짓기와 풀기

매듭 짓기와 풀기 소설가 석 도 익 사람은 수없이 많은 매듭을 짓고 맺어야 하는가 하면, 얽히고설킨 매듭들을 풀어주든가 끊어버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 삶에 이어지는 유형의 매듭에 기원은 인류가 최초로 식물덩굴이나 껍질을 벗긴 노끈 등의 섬유를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이을 때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매듭은 그물이나 올가미를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했지만, 초기 범선의 돛을 조종하는 밧줄에 이용되면서 비로소 복잡한 형태로 발전되어왔는데, 지금도 일상생활에서는 매듭이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캠핑·하이킹, 등산·낚시, 천짜기 등에 사용된다. 이런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 때나 물건들을 하나로 묶어 나르기 위해, 또는 이어놓기위해 묶어 매야하는 모든 것에 안전을 위해..

한 솥밥

한 솥밥 한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하는데 더 확실하게 “우리는 한 솥밥을 먹는 사이”라고도 한다. 커다란 무쇠 솥에 불을 지펴 밥을 지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손자손녀 등 대가족 식솔에 식사를 마련해야 했던 며느리가 얼마나 힘 들었을까? 생각해주기 앞서, 이 대가족의 다산을 행복으로 계산하며 살았던 집안 어른께서는 죽어서 조상을 뵐 낮이 있다며 사당에 고했던 것이 그리 멀지않은 지난날의 이야기다. 우리민족은 유난히도 가문을 중시하고 가문을 튼실하게 이어가기 위하여 끔찍하리만치 많은 제도를 만들고 관습으로 이어왔었다. 자녀가 자라면 빨리 혼인을 시켰던 목적은 후손을 빨리 많이 두기 위함이었으니 신랑보다 나이 많은 신부를 택하고,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는 조건..

병역 명문가

병역명문가(兵役名門家) 소설가 석 도 익 ‘사나이로 태여 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대한민국 군군이 힘차고 자랑스럽게 부르는 진짜사나이라는 군가다. 현역군인이 아니더라도 진짜사나이 군가를 부르거나 듣기만 해도 누구나 지세가 바르게 펴지며 힘이 솟구치고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나이! 어딘가 멋지고 힘 있어 보이는 말이다. 용기 있고 늠름하다. 우리들은 사나이란 말을 누구에게나 불러주지 않는다. 남자에게 그것도 젊은이에게 불러주는 멋진 호칭이다. 희망이 푸르고 힘이 용솟음치는 용기와 기백이 정의롭고 때 묻지 않아 밝고 젊음이 넘쳐나는 청년시절, 그 힘을 응집시켜 이 조국을 지키는 국군용사들에게 우리는 진짜사나이라는 칭호로 높이 불러준다. 지나놓고 생각하면..

신랑 과 신부

신랑(新郞)과 신부(新婦) 소설가 석 도 익 “자기 신랑은 나이가 들수록 멋져지는 것 같아” “우리 신랑? 멋지면 뭐하니 삼식인데” 원숙한 나이에 또래 여인들의 대화중에 그들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이 말하는 남편에 대한 호칭인 신랑(新郎)이란 말은 막 결혼하였거나 결혼을 할 남자를 뜻한다. 남자나 여자가 결혼적령기가 되어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배우자를 구하고 만나서 혼인을 맺기 위하여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하는 남자 주인공을 신랑(新郞)이라 하고 여자주인공을 신부(新婦)라고 부르는데 이를 더 신선하게 하려는 의도적 뜻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습성에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순수한 우리말인 ‘새’ 자를 더 넣어서 “새신랑” “새 신부” 또는 “..

말이 씨가된다.

말이 씨가 된다. 소설가 석 도 익 우리가 쓰는 말에 ‘말’은 세 가지가 있다. 지난날 사람들이 운송수단으로 또는 타고 달리는 ‘말’과 부피를 셈하기 위해 담던 도량형으로(홉合 되 升 말斗 석 石가마니)‘말이 있으며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말(언어言語)이 있다. 사람이 무리를 이루며 살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말이 있기 때문 아닌가 한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그들만의 특유한 소리로 소통은하겠지만, 사람들도 말 못하는 상대나 말이 다른 외국인과도 몸짓으로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없는 인류 사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인간의 지능이나 사회의 조직을 비롯하여 인류가 누리는 모든 것이 말의 덕분이 아닌 것이 없다. 인류가 언제부터 말을 사용했는지는..

사람 살아가는 방식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자기 몸을 뿌리에 지탱하여 살고 있는 식물들은 자리를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살아가야하는 산에 나무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는 가지가 없다. 나무는 바람에 맞서면 부러 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자기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옮겨가면서 바람 부는 쪽을 피해서 살아가도 되기 때문에 좋겠지만, 아부를 한다거나 줏대 없이 살아간다고 동종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사람 또한 약삭빠르게 내게 좋다고 굳이 모두들 싫어하는 일을 하여 많은 이들에게 빈축을 사가며 살다보면 언젠간 원한을 사서 크게 다치거나 다정했던 사람마저 등을 돌리고 떠나갈 것이다. 우리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고 평지에 튀어나온 돌은 발길로 걷어..

인정과 아량

인정과 아량 소설가 석 도 익 우리는 사랑보다는 정이 많은 민족이었다. 사랑은 하면 되지만 정은 드는 것이기에 긴 세월의 삶속에 눈물도 많고 한도 많았을 것이다. 사랑에는 불만 붙이면 타오를 수 있지만, 정은 숙성기간이 필요하기에 서로 얽히고 설키어 살아가며,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여 미운정이 고운 정으로 들으니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들어버린 그놈에 정 때문에 정을 끊을 수 없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정이 있기에 아량과 인정이 일상화된 우리네 삶에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고 하는 말도 있고, 정 때문에 용서도 하게 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책임을 묻되 그 책임이 무겁고 힘겨울 까 염려되어 아량을 베푸는 마음으로 책임을 지라했다. 지고 있으면 덜 무거우니까 그런가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