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60

사람 살아가는 방식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자기 몸을 뿌리에 지탱하여 살고 있는 식물들은 자리를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살아가야하는 산에 나무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는 가지가 없다. 나무는 바람에 맞서면 부러 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자기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옮겨가면서 바람 부는 쪽을 피해서 살아가도 되기 때문에 좋겠지만, 아부를 한다거나 줏대 없이 살아간다고 동종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사람 또한 약삭빠르게 내게 좋다고 굳이 모두들 싫어하는 일을 하여 많은 이들에게 빈축을 사가며 살다보면 언젠간 원한을 사서 크게 다치거나 다정했던 사람마저 등을 돌리고 떠나갈 것이다. 우리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고 평지에 튀어나온 돌은 발길로 걷어..

인정과 아량

인정과 아량 소설가 석 도 익 우리는 사랑보다는 정이 많은 민족이었다. 사랑은 하면 되지만 정은 드는 것이기에 긴 세월의 삶속에 눈물도 많고 한도 많았을 것이다. 사랑에는 불만 붙이면 타오를 수 있지만, 정은 숙성기간이 필요하기에 서로 얽히고 설키어 살아가며,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여 미운정이 고운 정으로 들으니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들어버린 그놈에 정 때문에 정을 끊을 수 없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정이 있기에 아량과 인정이 일상화된 우리네 삶에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고 하는 말도 있고, 정 때문에 용서도 하게 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책임을 묻되 그 책임이 무겁고 힘겨울 까 염려되어 아량을 베푸는 마음으로 책임을 지라했다. 지고 있으면 덜 무거우니까 그런가 하면..

각설이 타령

각설이 장타령 에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 하~ 저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에헤~ 우리 어머니가 날 낳을 적에 / 미역국이나 퍼 잡수셨는지 / 미끈미끈 자리한다. 그 옛날에 각설이(거지)들이 구걸을 하러 다니면서 부르던 긴 노래라 하여 각설이장타령이라 했는데, 지금에는 지역 축제장 모퉁이에서 품바들이 호객하는 용도로 부르는 품바타령으로 변화되었는가 하면 연예공연의 한 장르를 담당하기도 한다. 익살을 가득 담아 역어내는 서양의 랩과도 같은 것인데 지난날 가난한 민초들의 삶에 고통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어 더블어함께 살아가고자 했던 걸인들의 장끼로서 비록 빌어먹고 살지언정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닌 베풀어준 자에게 무언..

복 많이 받으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소설가 석 도 익 새해를 맞이하는 첫 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실질적으로 복(福)이라는 것은 물질이 아닌 말로서 복을 자기가 주는 것 또한 아닌데도 많이 받으라하는 말잔치임에도 서로 간에 주고받음으로서 친근하고 존경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흐뭇하고 푸근함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지니 이것이 복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 생활 곳곳에 이 복자(福字)는 무수히 많다, 옷에도 그릇에도 가구에도 쉽게 볼 수 있는 글자이니 마음에도 새겨져 있음직한 희망의 글자이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 보다 우선 남을 배려하여 복 받기를 빌어주는 덕담이며, 자신도 복 받기를 기대하는 복이란, ‘어떤 대상으로 하여 만족과 기쁨이 많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

화이팅을 왜 외치는가

화이팅을 왜 외치는가 2023년의 한해가 가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한다. 한해의 일한보람을 갈무리 하고, 새해에 할 일을 계획하는 모임이 많은데 행사가 끝나고 나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키 작은 사람은 발뒤꿈치를 들고 큰사람은 허리를 낮추는 배려를 한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사람이 주먹을 올리고 “화이팅”을 외치라고 주문하기 일 수다. 대통령도 자기 맘대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이발사 다음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 모두 잘 나오려면 따를 수밖에 없다. 주먹을 단단하게 쥐고 위로 올리며 “화이팅!” 해야 한다. 무슨 운동선수의 출전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언제부턴가 어디를 가나 그 모양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간다. 기념사진에 신..

특별한 것들

특별한 것들 지난날 가정에서 특별한날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하러 가는 곳이 주로 중화식당이었고 제일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은 짜장면이었다. 필자가 유년시절 이상하게 생긴 짜장면을 처음 먹던 날, 옆자리에 아저씨 가 “여기 짜장면 곱빼기요.” 하니까 종업원이 주방에다 “짜장 특 하나!” 하고 외칠 때 특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는데 보통의 두 배라 엄청 많은 양의 ‘특 짜장’ 이었다. 살아오면서 “특”(特)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특”이란 말은 커 보이기도 하고, 귀하고 대단하면서도 은근한(?) 거래의 암호 같기도 하며 위험하기도 한, 그래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단어 같다. 어쩌다 자기가 그 “특”에 끼게 되면 한없이 우쭐해지고 그렇지 아니하면 그 특이란 것에 억눌리는 기분이 ..

인생 계급장

인생계급장 소설가 석 도 익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국가나 사회에서는 사람은 다 평등하여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하지만, 계급이 존재하여 때론 질서를 유지하고, 조직이 만들어지고 관리하게 되며, 상명하복으로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도 한 몫을 담당하기도 한다. 공산국가에서는 정부는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고 높은 수준의 사회적, 경제적 평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경제, 교육, 언론, 군대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측면을 통제한다. 고 하지만 오히려 계급으로 통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나이라면 국토방위와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군에 입대하고 신병훈련 마치면 달아주는 계급장은 작대기 하나지만 훈련병시절 그렇게도 위대하게 보였던 이병이란 첫 계급이다. 훈련소를 ..

조물주 만세!

조물주(造物主) 만세 소설가 석 도 익 한자(漢子)천자문(千字文)에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 거칠며 해는 밝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시작된다. 검은 하늘을 하루에 반을 해가 밝혀주며 온도를 유지시켜주고, 어두운 밤은 달이 기울어 가면서도 비쳐 주게 했으며 온갖 생명을 황량한 땅에 창조하고 사람을 지구상에 영물로 창시해주었으니, 인간으로서 감히 입을 열어 조물주이신 신의 위대한 창조력에 감탄할 뿐이다. 이 세상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했으니 조물주의 오발탄인지 위대한 발명품인지는 잘 모를 일이지만, 삼라만상 모두가 질서 정연한 흐름으로 더함도 덜함도 넘침도 부족함도 없고, 줄지도 늘어나지도 아니하는 지구상의 생태계는 조물주의 전지전능함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창조주가 지금에..

밀가루 시대

밀가루 시대 소설가 석 도 익 ‘아 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초승달이 떠있는 멀건 나물죽을 두어 사발씩은 먹은 애들은 배 밑에 고추를 내려다보기 힘들 정도로 볼록 나온 배를 바라보며, 그래도 오늘은 굶기지 않고 먹일 수 있었기에 다행이다 싶은 부모님은 배불러 뛰어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대견하면서도 낟알이 적어 나물을 많이 넣고 끓인 멀건 죽이라 영양가 없음으로 바로 배가 꺼지면 배고파할까 염려되어 심하게 운동하지 말라하던 말이었으니, 그 시절에 유년을 보낸 사람들은 아픔이 묻은 아련한 추억으로 묻어놓고 있을 것이다. 가보지 못한 아리랑고개를 한풀이로 노래 부르고,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보릿고개를 기진하게 넘어야 했던 시대에 먹어도 배고프던 기억이 요즘 유행하는 보릿고개라는 노래로 다시 들으니 먹먹하다,..

믿음의 냉장고

믿음의 냉장고 소설가 석 도 익 옛날부터 우리나라의 가정생활풍습은 집 밖에서 해야 하는 힘든 일들은 힘이 센 남자들이하고, 힘이 약한 여자들은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구분되어있었다. 여자들이 집안에서 해야 하는 일은 힘을 쓰는 것은 아닐지라도 하루 종일 허리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중에서도 대가족식구들의 하루세끼 먹는 음식을 준비해야하는 일이다. 첫닭이 울기가 무섭게 일어나서 부엌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넉넉지 못한 살림이니 곡식 양념 아껴가며, 보리쌀불리고 채소 나물 거두어 반찬 만들어 아침식사하고 이어서 집안청소하고 나면 다시 점심준비를 한다. 밖에서 일하는 남자들을 찬밥을 먹이면 안 된다며 밥을 하고, 반찬 만들어 점심 먹고 나면, 보리며 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