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칼럼>
오라질 사람
소설가 석 도 익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한 일을 당하게 한 사람에게 가슴에서부터 치미는 화를 토해내는 말이 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억울한 일들을 당하는 일이 많은지 갖가지 욕을 만들어 내뱉으며 산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이 또래들과 하는 욕설은 그야말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상스런 욕설을 일상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마다 앞으로 사회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보면 불안한 생각마저 든다.
욕이란 몸으로 싸우기 전에 설전에 사용되는 말의 무기다. 법이나 힘으로는 안 되니까 나쁜 말을 쏟아내서 상대방을 누르려는 욕설이지만 욕에도 품위가 있고 그 어원이 있어야 한다.
옛 분들이 흔히 쓰던 욕에는 그 나름에 어원이 있었다.
가정을 이루고 공동생활을 하며 이웃과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인성을 갖추고 평등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약속이나 법을 만들어 지키며 살아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자기본능대로 이성을 잃고 타인을 해코지 하면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며 인간이하로 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에게 “오라질 놈” 이라고 욕을 하였다.
오라란 붉은색의 끈으로 범인이나 죄인을 포도청이나 의금부로 압송하기 위해 검거할 때 이 끈으로 범인의 손을 묶어서 행동을 제압하는 수단인데 먼저 범인에게 “죄인은 오라를 받아라!” 공지하고 오라로 양 손목을 묶어 행동을 구속한다.
현대에는 사법권을 가진 검찰이나 경찰 등이 현행범이나 이에 준하는 범인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해야 한다. “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국선변호인이 선임될 것입니다, 이권리가 있음을 인지했습니까?” 라고 고지하고 수갑을 채워 연행한다.
오라질 이란 욕은 오라에 묶여 갈 만하다의 뜻의 욕으로 쓰는 말인데 변형되어 우라질 이라고도 한다.
또한 연행된 범인이 죄인이 되어 형을 받게 되는데 이 취조방법이나 형벌명이 욕으로 사용되어 왔다.
“주리를 틀 놈” 이란 욕은 사지에 각목을 넣고 비틀어 자백을 받기위한 고문을 뜻하는 말이 욕이 된 것이며, “육시 할 놈” 또는 “육실 할 놈” 이란 죽은 사람을 다시 목을 베는 형벌이며 육시를 할 만한’이란 뜻으로, 상대를 저주할 때 욕이다.
“능지처참 할 놈”은 대역죄를 지은 죄인을 머리, 몸뚱이, 팔, 다리를 토막 쳐서 죽이는 극형을 이르던 말이며 극악한 사람에게 저주를 퍼붓는 욕으로 쓰였다.
이토록 사람의 탈을 쓰고 금수만도 못한 못된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죄와 벌의 명칭을 욕으로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사람 사는 사회는 좋은 일도 많고 나쁜 일도 많이 일어나는 것이기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함께 살기 위해서 법을 만들었지만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워서 조용한 날이 없다.
오라를 질 사람이 법망을 피해 큰소리치며 활보하며, 법을 역 이용해 무고한 사람을 오라를 받게 하는 일조차 벌어지는가 하면, 힘센 놈은 오라를 풀어주기도 하고, 약한 사람만 오라로 엮어간다.
평등을 위한 법이 계급 따라 다르고 오라질 사람이 오히려 법을 조롱하고 있다는 현실을 원망하는 소시민들은 법 앞에 주눅 들어 산다.
“법 없어도 살 사람” 그 말은 좋은 말이 아니다. 착한 사람들이 법을 지키는 게 아니라, 법이 착한 사람들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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