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칼럼 >


세월은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아니다.

소설가 석 도 익
오고와서 끝이 없고, 가고 가서 끝이 없는 세월은 바다의 밀물이요 썰물만 같다.
세월은 쉼 없이 시간을 돌리고 그 시간과 함께하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은 돌아가는 시간의 쳇바퀴 안에서 같이 돌아가며 생명체는 종족을 번식하고 이어간다,
지나가버린 어제부터 이전에 기억은 추억으로 갈무리하고, 지금인 오늘은 삶에 충실하며, 당연하게 똑같은 날을 맞이하는 내일과 이후 날에 할 일과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삶의 길목에서 언제는 세월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조급해하고, 때론 세월이 너무나 빠르다고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가끔 하늘을 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이란 높고 험한 산을 오르고 넘고 넘으며 어려운 삶을 살아야 한다. 분간하기도 힘든 인생의 깊은 계곡과 높은 산, 아름다운 꽃이 피고 고운 새들의 노래도 있지만, 비바람 눈보라 칠 때도 어둠에 뭍이기도 하는 정상을 향하는 오르막길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피와 땀 흘리며 악을 쓰고 숨 고르며 산을 오른다. 정상에 오르면 인생의 앞날이 훤해 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르고 오른다.
한편 오르는 시간은 젊음이 있고 힘이 있고 꿈이 있고 희망이 있으나 때론 의지하고픈 바람도 있다. 어서 커서 힘 있는 어른이 되면 쉽고 빠르게 정상에 오를 것이라 세월이 빨리 갔으면 하는데도 세월은 뒤에서 느리게 따라왔었다.
누구나 다 꿈에 부푼 희망을 가지고 희망봉인 정상에 올라 소원성취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산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중턱에서 다시 내려가야 하는 게 인생일수도 있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 소진되어 기진맥진해진 인생에 내리막길은 아무리 천천히 내려가려 해도 마음대로 안 되고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
흔히 넋두리로 하는 말에 인생 60대 나이에 세월은 안전속도인 60㎞인데 70대에는 70㎞ 80대에 80㎞ 90대 90㎞ 이후부터는 고속도로에서 100㎞이상으로 달리듯이 위험한 속도로 달려가는 세월은 빠르게 앞서가고 있어 빨리 가는 세월을 원망하기도 한다.
수 억 만년 흘러온 세월은 지금도 고장한번 안 나고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맞이하고 내일을 기다리며 정확하게 시간을 돌리고 있을 뿐이니 세월은 빠르게 가는 것도 아니고 느리게 가는 것 또한 아니다.
인생 내리 막 길에서 뒤돌아보며 가는 세월이나 아쉬워하며, 가속도 붙은 그대로 떠밀려 내려가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주위도 돌려보며 시간을 즐겨야 한다. 외롭고 허허하다면, 이야기라도 나눌 사람 찾아 만날 약속한다면 메마른 가슴도 설렁일 것이고, 빨리 가던 시간도 느리게 가서 오히려 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시간을 무심하게 보내지 말고 내 시간을 만들어 쓰고 모자란 시간을 대출이라도 해서 쓰게 되면 빨리 가던 시간을 더디게 올 것 아닌가 싶다.
마음 설레며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세월이 비켜가기도 하고 시간을 기다리며 살다보면 늘 앞서가던 세월이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기도 할 것이다.
내일을 기다리면 세월은 느리고, 지나간 어제를 아쉬워하면 세월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 세월은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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