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작품 55

봄 봄

봄 봄 글 : 석 도 익 파란 하늘이 끝 간 데 없이 높아가고 청아한 들국화가 시리게 피어나는 들녘에는 후덕한 여인의 젖무덤 같은 낟가리가 봉긋봉긋 하나 둘 쌓아져 갈무리되고 나면 허허로운 바람만이 거침없이 낙엽을 몰고 다닌다. 황금들을 지키던 후줄근히 늙은 허수아비만이 서있을 뿐 모든 것이 달팽이같이 움츠려 동면의 긴 잠을 준비할 즈음이면 한여름 내내 토실 해진 농우는 바빠진다. 게으른 되새김질과는 다르게 힘차게 끌어당기는 밭갈이 보습 날에 일구어지는 기름진 밭이랑 따라 농부 아낙의 투박한 손에서 보리씨앗이 촘촘히 뿌려져 생명으로 뿌리내린다. 중부지망 이북으로 기름진 텃밭이 보리밭이 되고 이남 지방에는 논이 보리밭이 된다. 지금은 가난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어 중부지방에서는 보리밭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서..

창작 작품 2023.02.13

으악새 우는 비무장지대

소설가 석도익 으악새 우는 비무장지대(DMZ) 남쪽에서 아지랑이 일궈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총부리 겨누고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곳도 꽁꽁 얼었던 땅이 풀리고, 민들레 쑥부쟁이 갯버들 등의 초목들이 앞 다투어 얼굴을 내미는 봄이 오는가 하면, 북쪽에서 찬바람이 처내려오면 상고대 서리꽃피고, 엄동설한겨울이 찾아오는데, 추위에 얼어버린 달이 한 서린 서릿발 빛으로 밝혀주는 평화로운 밤 비무장지대에서는 으악 새가 슬피 운다. 동아시아 자락 반도에 대한민국은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의 국가로서 한때 국력약화로 나라까지 빼앗겼다가 국제정세에 힘입어 어렵사리 광복을 맞이했으나, 광복을 시켜준 국가들에 의해 반도 정중앙인 3.8도선을 기준하여 남과 북으로 나누어지게 된 분단국가가 되어야 했다. 북..

창작 작품 2022.11.30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꽃

상 사 화 석 도 익 아지랑이가 언덕에 피어오르고 백지 같던 햇빛이 두터워지면 서로 엉켜 얼어붙었던 흙이 제 색깔을 찾아 부드러워지기가 무섭게 굳은 땅을 뚫고서 제일먼저 파랗고 탐스럽게 솟아 올라오는 것이 상사화 잎이다. 연약한 듯하지만 강인한 상사초는 잎이 군자란이나 원추리 닮은 수선화과의 다년생이며 뿌리가 크지는 않지만 양파 같다. 다른 화초들은 늦게 나와서도 꽃을 먼저 피우는데 상사초는 이른 봄 무성한 잎줄기만 나와서 크다가 봄이 다 가기도 전에 잎이 시들어 버려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한여름에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상사초가 어디에 있었는지 조차 모르게 기억 속에서도 잊혀진다. 검은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 한줄기 뿌리고 지나가고 청개구리 소문나게 울던 밤, 물 젖은 수박 달이 대추나무 가지에 ..

창작 작품 2020.07.31

무상임대 집 있어요.

자연경관 멋진곳 적당하게 내려앉은 산 비탈 등으로는 바위가 병풍두르고 탁트인 앞은 평원이 펼쳐 보이는데 산꽃 들꽃 지천인 이 곳 바위앞에 터 돋우고 빌라주택 3채 지어 분양한다. 그러나 꽃피는 이사철이 지나가고 무더위와 장마철에 접어 들었는데 도 살러오는 무리가 없다. 월세도 아니고 전세도 아니고 그냥 들어와서 살라하고 지은건데 다만 미안하지만 양식이나 조금 나누어 가려고 한것 뿐인데. 소박한 건물주의 바람은 이것뿐인데 ㅡ 하지만 노동력 갈취한다고 원성들을 일이기도 하다. 어쨋던 분양이 안된다. 터가 별로인가? 집이 좀 그런가? 아님 넘쳐나는게 분양안된 아파트가 많아서인가? 어쨌던 황량하게만 느껴진다. 그사이에 빈 집 주위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별빛만 고요한데 ㆍㆍㆍ 내가 이 집을 여러채 지은 것은..

창작 작품 2020.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