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작품 58

<단편소설> 정신줄

단편 소설 >   정신 줄   온통 백색이다. 네모난 벽이 하얗고 하늘을 과감하게 막아버린 천장도 흰색이며 철제의 침대도 흰색 페인트로 덕지덕지 발라 놓았다. 시트며 이불 홑청도 흰 천이며 잠금 손잡이가 고장 나서 빼내버리고 고정시킨 라디에이터 까지 은백색 래커로 해마다 덕지덕지 뿌려 놓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방안에서 다른 색깔을 찾을 수 있다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죄수복 같은 푸르죽죽한 색과 산 쪽을 향해 뚫어놓은 창문쇠창살 밖으로 보이는 나무며 풀들과 하늘의 변화하는 색갈이 다를 뿐인데 늘 버릇처럼 창가에 기대서 산자락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양지바른 산자락 언덕에는 햇살이 고루 널려있고 누렇게 빛바랜 풀포기가 메마른 잎사귀를 바람에 내맡기고 생을 포기한지 이..

창작 작품 2024.10.14

치마문화의 모성과 모정

치마문화의 모성과 모정 석 도 익 세상에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인종의 무리마다 사회를 이루고 나라를 만들어 살고 있지만 모든 여성들이 치마를 즐겨 입고 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낮과 밤 계절 따라 변화하는 온도에 체온을 유지하고 거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류가 최초로 옷을 걸칠 때 만들기 쉬운 치마모양으로 만들었을 것 아닌가 싶다. 문명이 발달되면서 치마는 몸 아래 부분에 필요한 속옷을 입고 이를 하나로 가려지는 겉옷으로 폭이 넓고 길이가 긴 치마를 입는 것으로 여인을 아름답게 치장하게 되었을 것이다. 한복치마를 입은 여성을 보면 제일먼저 어머니가 그려진다. 가난했던 시대, 어머니는 언제나 광목천으로 만들고 검정 물감을 들인 긴치마를 입으셨는데 숫기가 없었던 어린아이는 낮..

창작 작품 2024.09.10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바람! 석 도 익 순우리말인 바람은 여러 가지 내용으로 쓰이고 있는 말로서 모두가 모양도 색깔도 냄새도 없는 무형의 말씨임에도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바람! 그 하나는 어떤 일의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나 영향을 나타내는 말인데 예를 들자면 “너희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당황해서 귀중한 물건을 놓쳐서 깨지고 말았다.”라고 하듯이 임기응변의 변명이거나 자기 때문이 아니라는 핑계 등에 양념 격으로 적절하게 쓰이기도 한다. 바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말하며, 이 바람은 희망이고 꿈이며 기도이고 또는 기다림을 은밀하게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부모는 자식이 잘 자라고 잘 되는 것이 큰 바람이고, 자식은 보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듯이 크거..

창작 작품 2024.09.04

봄 봄

봄 봄 글 : 석 도 익 파란 하늘이 끝 간 데 없이 높아가고 청아한 들국화가 시리게 피어나는 들녘에는 후덕한 여인의 젖무덤 같은 낟가리가 봉긋봉긋 하나 둘 쌓아져 갈무리되고 나면 허허로운 바람만이 거침없이 낙엽을 몰고 다닌다. 황금들을 지키던 후줄근히 늙은 허수아비만이 서있을 뿐 모든 것이 달팽이같이 움츠려 동면의 긴 잠을 준비할 즈음이면 한여름 내내 토실 해진 농우는 바빠진다. 게으른 되새김질과는 다르게 힘차게 끌어당기는 밭갈이 보습 날에 일구어지는 기름진 밭이랑 따라 농부 아낙의 투박한 손에서 보리씨앗이 촘촘히 뿌려져 생명으로 뿌리내린다. 중부지망 이북으로 기름진 텃밭이 보리밭이 되고 이남 지방에는 논이 보리밭이 된다. 지금은 가난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어 중부지방에서는 보리밭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서..

창작 작품 2023.02.13

으악새 우는 비무장지대

소설가 석도익 으악새 우는 비무장지대(DMZ) 남쪽에서 아지랑이 일궈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총부리 겨누고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곳도 꽁꽁 얼었던 땅이 풀리고, 민들레 쑥부쟁이 갯버들 등의 초목들이 앞 다투어 얼굴을 내미는 봄이 오는가 하면, 북쪽에서 찬바람이 처내려오면 상고대 서리꽃피고, 엄동설한겨울이 찾아오는데, 추위에 얼어버린 달이 한 서린 서릿발 빛으로 밝혀주는 평화로운 밤 비무장지대에서는 으악 새가 슬피 운다. 동아시아 자락 반도에 대한민국은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의 국가로서 한때 국력약화로 나라까지 빼앗겼다가 국제정세에 힘입어 어렵사리 광복을 맞이했으나, 광복을 시켜준 국가들에 의해 반도 정중앙인 3.8도선을 기준하여 남과 북으로 나누어지게 된 분단국가가 되어야 했다. 북..

창작 작품 2022.11.30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꽃

상 사 화 석 도 익 아지랑이가 언덕에 피어오르고 백지 같던 햇빛이 두터워지면 서로 엉켜 얼어붙었던 흙이 제 색깔을 찾아 부드러워지기가 무섭게 굳은 땅을 뚫고서 제일먼저 파랗고 탐스럽게 솟아 올라오는 것이 상사화 잎이다. 연약한 듯하지만 강인한 상사초는 잎이 군자란이나 원추리 닮은 수선화과의 다년생이며 뿌리가 크지는 않지만 양파 같다. 다른 화초들은 늦게 나와서도 꽃을 먼저 피우는데 상사초는 이른 봄 무성한 잎줄기만 나와서 크다가 봄이 다 가기도 전에 잎이 시들어 버려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한여름에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상사초가 어디에 있었는지 조차 모르게 기억 속에서도 잊혀진다. 검은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 한줄기 뿌리고 지나가고 청개구리 소문나게 울던 밤, 물 젖은 수박 달이 대추나무 가지에 ..

창작 작품 2020.07.31

무상임대 집 있어요.

자연경관 멋진곳 적당하게 내려앉은 산 비탈 등으로는 바위가 병풍두르고 탁트인 앞은 평원이 펼쳐 보이는데 산꽃 들꽃 지천인 이 곳 바위앞에 터 돋우고 빌라주택 3채 지어 분양한다. 그러나 꽃피는 이사철이 지나가고 무더위와 장마철에 접어 들었는데 도 살러오는 무리가 없다. 월세도 아니고 전세도 아니고 그냥 들어와서 살라하고 지은건데 다만 미안하지만 양식이나 조금 나누어 가려고 한것 뿐인데. 소박한 건물주의 바람은 이것뿐인데 ㅡ 하지만 노동력 갈취한다고 원성들을 일이기도 하다. 어쨋던 분양이 안된다. 터가 별로인가? 집이 좀 그런가? 아님 넘쳐나는게 분양안된 아파트가 많아서인가? 어쨌던 황량하게만 느껴진다. 그사이에 빈 집 주위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별빛만 고요한데 ㆍㆍㆍ 내가 이 집을 여러채 지은 것은..

창작 작품 2020.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