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 정신 줄 온통 백색이다. 네모난 벽이 하얗고 하늘을 과감하게 막아버린 천장도 흰색이며 철제의 침대도 흰색 페인트로 덕지덕지 발라 놓았다. 시트며 이불 홑청도 흰 천이며 잠금 손잡이가 고장 나서 빼내버리고 고정시킨 라디에이터 까지 은백색 래커로 해마다 덕지덕지 뿌려 놓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방안에서 다른 색깔을 찾을 수 있다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죄수복 같은 푸르죽죽한 색과 산 쪽을 향해 뚫어놓은 창문쇠창살 밖으로 보이는 나무며 풀들과 하늘의 변화하는 색갈이 다를 뿐인데 늘 버릇처럼 창가에 기대서 산자락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양지바른 산자락 언덕에는 햇살이 고루 널려있고 누렇게 빛바랜 풀포기가 메마른 잎사귀를 바람에 내맡기고 생을 포기한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