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약이 되고 독이 되는 약

돌 박사 2025. 2. 1. 09:57

< 인생칼럼 >

  약이 되고 독이 되는 약

소설가 석 도 익

   늙어 갈수록 먹는 약은 많아지고 식사량은 줄어드는가 보다.

지난 날 어머니가 고령으로 접어들수록 밥맛이 없어서 식사를 잘 못하실 때 밥맛 좋아지는 약을 사다드렸더니 매끼마다 식사를 잘하시어서 좋았으나, 약에만 의존하다 보면 몸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할 수도 있으니 약을 줄이는 노력을 하시게 하여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밥을 약이라 생각하시고 식사를 하시라고 말씀드린 적이 많았다.

연세가 고령화 되면 소화력이 약해지고 근력이 떨어지며 몸에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해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으며, 전신에 아픈 곳이 많아지니 이에 따라 소화제에서부터 시작해서 혈압 당뇨 약은 기본이고 심장약이나 관절염 약까지 복용해야 하는 약이 하나둘 늘어나는데 이뿐만 아니라 슬하에 자식들이 연로하신 부모님의 몸에 좋다는 비타민이나 영양제며 건강보조식품까지 사드려 이것들을 다 챙기려면 많은 분량의 약을 먹어야 하니 약 분량만큼 식사량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너나없이 웬만하면 밥 굶지 않고 사는 세상에 살고 있어 그런지 수명이 100세 시대라 한다.

지난날에는 병이 나도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약이 없어서 치료를 못해 아까운 생명을 잃었지만, 지금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못 고치는 병이 없고, 좋다는 약이 하도 많아 오히려 약 중독으로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단다.

몸이 아플 때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먹는 약의 약 (藥)자의 한문 글자를 하나하나 따로 보면 그 뜻이 심오하다.

약(藥)자의 아래 부분부터 나무목(木) 자가 있고 그 위에 흰백(白) 자가 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양쪽에는 실사(糸)변이 감싸고 있는데, 위에는 초두머리 풀초(艹)변이 이 모든 것을 덮고 있는 형상이다.

이를 나름대로 풀어보자면 나무로 된 관에 수의를 입은 백골이 있고 위에는 풀이 나와서 덮고 있는 형국이니 묘지를 영상케 한다.
- 낙양성 십리 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가면 저기 저모양이 될 터이니 -
성주풀이 한 대목이다.

사람은 약으로 병을 고치기에 약에 의해서 살기도 하지만, 약에 의해서 죽는다는 뜻의 경고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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