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칼럼 >
매듭 짓기와 풀기
소설가 석 도 익
사람은 수없이 많은 매듭을 짓고 맺어야 하는가 하면, 얽히고설킨 매듭들을 풀어주든가 끊어버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 삶에 이어지는 유형의 매듭에 기원은 인류가 최초로 식물덩굴이나 껍질을 벗긴 노끈 등의 섬유를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이을 때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매듭은 그물이나 올가미를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했지만, 초기 범선의 돛을 조종하는 밧줄에 이용되면서 비로소 복잡한 형태로 발전되어왔는데, 지금도 일상생활에서는 매듭이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캠핑·하이킹, 등산·낚시, 천짜기 등에 사용된다.
이런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 때나 물건들을 하나로 묶어 나르기 위해, 또는 이어놓기위해 묶어 매야하는 모든 것에 안전을 위해 끝이 풀어지지 않게 단단히 매듭을 지어 놓아야 하는데, 이 또한 마지막으로 하는 작업이 매듭을 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단히 맨 매듭도 풀어야 할 때가 있다.
택배로 배달된 물건은 파손되지 않게 끈으로 단단히 조여매고 얽어매면서 마무리한 끈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단단하게 묶어진 매듭을 풀기란 끈기와 인내와 시간을 가지고 노력해야 풀어낼 수 있다.
옛 어른들은 “매듭은 푸는 것이지 끊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다.
잘 풀 수 없는 끈의 매듭을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푸는 것 보다는 칼이나 가위로 잘라내면 쉽고 빠르지만. 가로수나무기둥에 묶었던 현수막의 끈을 손으로 풀지 않고 칼이나 가위로 손쉽게 잘라버렸다면 나무에 매인 끈이 남아있어 나무의 가슴에 그대로 박혀져 살아가야하는 고통을 보라! 또한 안전사고도 일어날 수도 있다.
한편 매듭지어진 끈을 자르지 않고 손으로 풀어내려는 마음에는 인내가 길러지고 인성이 쌓여지며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고 무엇보다도 매듭을 풀면서 이렇게 단단하고 안전하게 묶고 매듭지어놓은 마음을 생각하게 되어 배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의 이음에 얽혀지는 무형의 매듭은 인생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매듭이란 어떤 일에 끝의 마무리작업이며 또는 어떤 일의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지 매듭을 잘 지어야 아름답고 좋은 법이다.
친구와 의견충돌로 다투는 와중에 오해로 안 좋은 마음이 매듭지어 졌는데 만나지도 않는다면 이 매듭 때문에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가게 되겠지만, 다행히 이웃사람이 화해를 주선한다면 서로 오해와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우정을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이 없다면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이나 친구들도, 매듭지어진채로 풀려하지 않고, 또는 인연의 끈을 끊어 버리고 서로가 벽을 쌓고 살아간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매듭은 푸는 것이지 자르는 것은 아니다.” 라는 옛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좋지만 우유부단하여 맺고 끊는데 명확하지 못하면, 어떤 경우에는 낭패를 보는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람이 똑똑하고 너무 냉철하여 맺고 끊음이 정확하면 손해 보는 일은 없겠지만, 인간미가 없어 정나미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기에 정답을 찾기란 어렵다.
세상 살면서 나를 싫어하고 멸시하는 사람이 어찌 없겠는가, 내가 잘 나가든 못 나가든 질투하거나 질타하는 이웃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은 기본바탕이 놀부의 후예 같아 양심은 있으나 심보는 대개가 남을 칭찬하는 쪽보다 남을 흉보는 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마련이다. 그 치우쳐져 있는 것을 바르게 세우는 것이 선한 나를 찾는 수련이며 자기 성찰인 것이다.
오늘 하루 어쩌다가 불행하게도 안 좋은 매듭이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풀고 가자, 오래도록 풀지 않고 있으면 훗날 아주 풀기 힘든 원한의 매듭이 될 수 있다.
인연은 운명이고, 관계는 노력이다. 아흔아홉 번을 참아도 백 번째에 화를 내면, 아흔아홉 을 벼르다가 화를 낸 것이 되기도 한다.
꼬인 것, 엉킨 것, 화난 것, 슬픈 것, 억울한 것, 세상 모든 매듭은 그때그때 풀어야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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