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바쁘다 바빠, 빨리 빨리

돌 박사 2025. 5. 1. 08:55

   < 인생칼럼 >

        

        

    바쁘다 바빠, 빨리 빨리

          소설가  석 도 익

약육강식의 자연에 법칙에서 약자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빨리 빨리 가 가장먼저 적용된다. 빨리 들어야 하고, 빨리 보아야 하며, 몸도 약삭빨라야 하고, 여차하면 빨리 뛰어 도망가야 하고, 빨리 숨어야 한다.

먹이사슬에서 하위에 있는 동물 중에서 토끼는 교미시간조차 빠르게 함으로서 어느 순간이라도 살기위해 빨리 뛰기 위한 것이다.

넓지 않은 땅에서 낳고, 좁은 하늘을 보고 자라면서도 키운 꿈은 산같이 높으나 운신의 폭이 넓지 못했기에 급행이 생겨나고 빨리빨리 문화가 사회를 이끌었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바쁘다 바빠”라는 유머를 만들어냈던 시대가 있었다. 과거 호출기(삐삐)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8282'로 표기하여 호출 시마다 보내기도 했었다. 대우전자 서비스 전화번호 끝자리가 '8282'였다. 말 그대로 빠르게 서비스를 한다는 '빨리빨리'의 의미였으며, 번호판 8282를 단 택시가 인기를 누리기도 했었다.

빨리빨리 문화는 70~80년대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상당하다. 현대사에서 드러나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우리나라의 빠른 기술 발전, 사회 변화가 그 증명을 충분히 하고 있다. 물론 빠른 사회 변화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고 부실공사를 비롯한 폐단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급성장을 촉진시킨 주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군 생활하던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논산훈련소에서 1분 안에 식사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을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다. 화장실 변기 앞에 가서 서기도 전에 바지지퍼를 내리면서 가는 남자들이 많을 만치 빨리빨리 문화가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있을 만큼 신속함과 효율성을 중시해 빠른 시간 안에 고도의 성장을 이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부족하고 결과 중심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저런 느려터진 조선인들"이라고 비난하고, 미군정 시기 미국인들은 시간관념이 없는 것 같이 느긋하게 휘적휘적 하며, 양반은 비가와도 뛰어가지 않는 법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약속 장소에 오던 한국인들을 보고 '코리안 타임'이라 했다.

빨리빨리 풍조는 산업화에 따른 세계의 공통된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노동의 패턴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농경사회과 달리,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항상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해야 되는 시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공장이나, 매우 밀집된 대도시에서는 더욱 신경질적인 '빨리빨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시골사람이 서울도심지에 가서 빠르게 움직이는 군중과 함께 섞이면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며 할 일도 없는데도 바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한국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가 '빨리빨리 라는 말이 있다. 주로 한국인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덜 산업화된 나라에서 온 사람이 많아 비교적은 느긋하고 정확하지 않게 일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빨리빨리'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 나중엔 이 문화에 익숙해져서 외국인들끼리도 서로 '빨리빨리'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빨리빨리 문화가 한때는 바쁘다 바빠 라는 유머를 낳기도 했다.

코미디에서까지 회자되던 “바쁘다 바빠” 는 현대산업시대를 대변하는 주어로 바쁘게 살아가는 단면으로 표현하는 썩 어울리는 말이긴 하다.

“요즘 바쁘지?” “그렇게 바빠?”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바쁠 터인데 어떻게 왔나?” “바빠서 그만 가보아야 하겠습니다.” 온통 바쁘다는 말이 인사가 되었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 모두가 바쁘기도 하겠지만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고 빨리 빨리 하지도 않으면서 게으름 피우며 바쁘다 변명하고 해야할 일도 뒤로 미루는 일도 허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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