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어디만치 왔니?

돌 박사 2021. 5. 30. 08:19

어디만치 왔니?

 

< 인생칼럼 >

                               어디만치 왔니?

 

소설가 석 도 익

  일 나가신 아버지나, 오시기로 한 친척이 도착할 때쯤이면 어머니 등에 업혀 동구 밖까지 손님맞이 가서 기다린다.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음도 조급하고 긴장되며 지루하기만 하다. 기다리는 시간에 어머니는 아이에게 말을 시킴으로서 무서움과 지루함을 함께 달래며, 만날 사람이 다가옴을 점점 느끼게 함으로서 진득해지는 정이 더 고이게 되었을 문답놀이가 있었다.

어디만치 왔니?”

서낭당 밑에까지 오셨다.”

계속되는 어머니 물음에 거리는 차차 좁혀져서

개울까지 오셨다.”

어디만치 왔니?”

거의 다 오셨다.”

정말이지 그게 귀신같이 맞아떨어져 아버지가 저만치 오시는 모습이 보인 적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세태에 때 묻지 않고 순수하기 때문에 신통하여 비가 올 거라든가 어디만치 왔는지 알 수 있다. 하며 아이들의 예지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의도 또한 있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변화하는 시대, 정말 우리는 어디만치 와 있을까? 빈집을 지키는 개에게 줄 것이라곤 사람이 먹다 만 찌꺼기나 쌀뜨물이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맞춤형 고급 사료를 먹고 다이어트 하는 애완견이 사람과 동급인줄 알고 있는 개와 함께 주거하고 있는 시대, 먹던 음식도 냉장고에 넣으면 유효기간이 수개월까지 가는 주부 행복시대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고 자부했었는데, 어르신을 틀딱이(틀 이를 한 노인)라고 하는가 하면,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생활윤리로 했었는데, 제일 큰 강() 세 곳이 아닌가 하고, 오륜은 세계인의 올림픽 깃발이라 생각하는 세계화로 누구든 소리칠 수 있는 평등화 민주화 시대다.

까만 머리가 아니면 튀기라고 놀림 받던 시대도 있었지만, 빨강 노랑 하얀 머리가 이제는 이상하지 않고. 남자가 여자처럼 하고 다니고 동성(同性)끼리 부부로 살아도 떳떳한 개성시대다.

자전거를 가지고 싶은 것이 최고의 꿈이었던 소년은 일을 하는데 필요한 트럭에 멋진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어르신이 되었고, 넓은 방마다 예전에 살던 초가집 벽면만한 TV를 보며 지난날 교장선생님 댁에 가서 라디오 연속극을 듣던 소녀 때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다.

전화한번 하려면 우체국에 가서 한없이 기다려서야 수화기안 저 멀리서 모기소리만치 들려오는 말소리에 자연적으로 목소리 높여 통화해야했던 시대에서, 손 전화(핸드폰) 하나로 전 세계 어디에 서든지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도하고, 편지 보내고 뉴스보고 사진 찍고, 은행 일을 보는 등 못하는 게 없는 시대에 와있다.

장애인이 우선이고 비장애인이 나중인 질서인식은 잘된 일이나, 허리띠 졸라매가며 이루어낸 부강(富强)과 국민의 혈세를 자기돈 인양 선심 쓰는 정치의 무상복지가 게으름과 의지심리만 증폭시켜 놓느라 나라곳간은 비어간다.

거꾸로 매달려서도 3년은 견딘다. 했던 강인한 군대는, 어떻게 하든 군대생활 무사하게 지내다가 제대해 주는 것이 천만다행으로 바뀐 지 오래여서 과거에 군대이야기는 호랑이가 담배 비우던 이솝우화가 되었다.

힘의 상징인 남자는 힘을 쓰지 않음으로 퇴화되어서 여자같이 예뻐지고, 꽃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움의 상징인 여자는, 날이 갈수록 여권을 확장하며, 허약한 남자에 기대기보단 홀로서기위해 힘과 세를 늘려가고 있다.

근엄하고 든든하던 아버지는 집에 없고,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있을 뿐이며, 한없이 인자하지만, 엄격히 훈육하던 어머니는 없고, 무엇이던 다 돈으로 해결해주는 엄마만 있을 뿐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개천물이 맑아서 가능했는데 지금은 개천물이 너무 오염돼서 용이 자랄 수도 없단다.

애국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나라사랑이란 단어로만 머물러 있고, 국산품애용이란 말은 없어진지 꽤 오래된 세계화 글로벌(global) 시대다.

우리는 지금 정답과 오답이 어느 것인지 헷갈리는 시대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늙어서 노인이 되어, 지금 여기에 함께 살고 있음으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어디만치 왔니?” “여기까지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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