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도익 인생칼럼 > 소설가 석도익
버팀목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총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어려운 지금 제일 많이 회자되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버팀목이다.
버팀목이란 몸이 약해지거나 마음이 힘들 때 쓰러지지 않게 밭쳐주거나 기댈 수 있는 힘을 보태주는 것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실은 가장 힘없고 능력도 없다. 그러므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자는 사람(인人)이라는 글자는 서로 기대며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가족을 만들고 마을을 이루어 사회생활을 하며, 국가를 조직하여 의지하고 협력하며 서로 버팀목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활하면서도 작은 말뚝에서부터 큰 장대까지 수없는 버팀목을 이용하며 살아왔다. 기력이 없을 때는 지팡이로, 다리를 다쳤을 때는 목발을 짚었으며, 집을 지을 때도 삼각버팀목으로 기둥을 곧게 세워놓고 지었으며, 쓰러지려는 헌집이나 벽 담장까지 거기에 걸맞은 나무기둥을 밭쳐놓아 당장 쓰러짐을 버팀목으로 방지했는가 하면, 빨랫줄도 바지랑대로 버텨놓고 옷을 빨아 말렸다.
이웃마을 사이에 있는 냇물을 건너가야 하는 섶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자장 필요한 것이 다리발인 버팀목이다. 양쪽 가지가 있는 나무를 잘라서 냇물바닥에 양쪽으로 나란히 세우고, 긴 나무를 버팀목 다리발 양 가달 사이에 끼워서 연결하면 다리에 골조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소나무 청솔가지를 단단하게 얹고 흙을 덮으면 섶 다리가 완성되어 물에 빠지지 않고 다리위로 걸어서 건너 갈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발명품인 운반용 지게역시 지계작대기라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 손에 쥐기 적당한 굵기와 양 가달이 든든하게 나있는 단단한 나무를 잘라 만드는데 이것이 지게작대기다.
지게작대기는 무거운 짐을 지게에 가득 지고 가다가 쉬려할 때 지계를 받쳐놓는 버팀목이며, 지게를 지고 가는 사람의 버팀목이자 지팡이며, 위험할 때 호신용이 되고, 흥이 날 때는 지게목발을 박자에 맞추어 두드리는 악기채로도 쓰여 졌다.
큰 나무를 옮겨 심을 때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뿌리가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서 삼각지주대로 받쳐주는 버팀목이 있어야 하며, 땅을 파고들어가야 하는 굴착작업에선 가장 필수인 것이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받침목이다. 이 받침목을 제대로 받쳐놓지 못한다면 굴이 무너져 탄광굴 안에서 수많은 광부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논둑이나 토사유출지역에 방천말뚝을 박는 일 또한 사고를 방지하는 일인데 이때 쓰이는 말뚝 또한 하나의 버팀목이다. 이 방천말뚝은 필히 소나무를 쓰는데 100년이 가도 소나무는 섞지 않고 무너지지 않게 버팀목 임무를 다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외손자를 고이느니 방아공이를 고이겠다.” 라는 옛말이 있지만 버팀목은 그래도 가장 미더운 것이 사람일 것이다. 자녀들의 버팀목은 부모가 되어 주어야 하고, 아이들의 버팀목은 어른이며, 어려운 사람의 버팀목은 정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며, 약자의 버팀목은 법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최후에 보루인 큰 버팀목은 국가라는 것을 위정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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