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이주귀화(移住歸化) 와 다문화시대

돌 박사 2021. 4. 30. 21:20

 

 

 

이주귀화(移住歸化) 와 다문화시대

 

 

소설가 석 도 익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생명이 있는 생물과 생명이 없는 무생물로 구성되어 있고, 생물에는 움직이는 동물과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로 구분하고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은 다리로 걸어 다니든가 날개로 날아다니고 지느러미로 헤엄처서 살아가지만, 식물은 뿌리를 땅속으로 내려야 살기 때문에, 한번 싹을 틔우고 뿌리내려 그곳에 살기시작하면, 죽을 때 까지 거기서 살아가야 한다. 다행히 좋은 땅에 선택되었다면 좋으련만 그 식물에게 좋은 조건의 땅이 아니라면, 일생 힘들게 살아야 할 것이다.

식물에게 소원이 있다면조금만이라도 다른 곳으로 가 보는 게 소원이다.”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식물은 그 소원을 자신의 자식인 씨앗에게 이루어 주기 위해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진화해 왔다.

씨앗에 날개 같은 깃을 달아주는가 하면, 솜털을 달아주어 바람 부는 날 씨앗을 달고 훨훨 날아서, 산 넘고 바다건너 머나먼 여행을 떠나게 하였는가 하면, 씨앗이 물에 잘 떠내려가도록 공기주머니를 만들고, 잘 뜨도록 가볍게 하는가하면, 씨앗을 맛난 열매로 만들어 새나 동물들이 먹고 다니다가 배설할 때 나와서 그곳에 터를 잡고 살게 하는 등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씨앗에게 멀리멀리 가서 좋은 곳에서 살게 하여 소원을 이루려고 한다.

이토록 식물은 발이 없는데도 자신이 아닌 자식들에게 멀리 멀리 떠나서 살게 하는 이주귀화의 역사는 태곳적부터 이루어져 왔다.

서양민들레는 언제부터 와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작은 씨앗에 솜털 달고 날아서 지구의 반대편인 우리나라까지 이주해 와서 귀화해 살다보니 토양과 기후에 적응되고, 토종민들레와 나란히 같이 살다가 눈 맞아 23세 자라나니 어느 게 토종인지 분간키 어렵다.

하얀 접시에 둥글게 펴놓은 흰자와 가운데 동그마니 놓인 노른자에 계란 프라이 같아 보여 계란 꽃이라고도 하는 개망초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바람에 날려 왔을지도 모르고, 또는 나무(미송)를 수입할 때 껍질에 묻어 들어왔다는 설이 있는데, 이 개망초는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져 자생하고 있다.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는 이 꽃을 밤에 바라보노라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역시 귀화식물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생활 활동반경이 적었기에 씨족사회로 오물오물 모여 살다가 차차 축력에 의존하여 범위를 넓이다 근대에 이르러 차를 만들고, 철도를 놓고, 새를 보고 날개달린 비행기를 만들어서 세계가 연결되고 사람의 이동이 번거로워졌다.

모래먼지가 많이 날아서 코와 입을 보호하기 위해 수염이 무성한 사막주변사람이나, 추위에 차가운 공기가 코의 터널을 지나가면서 더워지라고 코가 긴 추운지방 사람이나, 열대지방에는 공기가 뜨거 우니 바로 들어가도 되니까 코가 짧은 열대지방 사람들이나, 햇빛을 적게 받아 피부색이 하얀 사람이나, 이글거리는 열대에서 피부가 검어진, 까만 사람이나, 이제는 어디서라도 함께 모일 수 있고, 어디라도 가서 살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되었다.

원래 인류는 하나인데 토양과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 조금씩 다르게 진화했을 뿐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벌써부터 이루어지던 이주귀화는 사람이 늦은 것이다. 우리주변에도 급속히 많아지는 이민귀화한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다문화 시대다.

"이런들 엇더며 져런들 엇더료 / 만수산 드렁츩이 얼거진들 엇더리 / 우리도 이치 얼거져 백년까지 누리이라.”

이방원의 하여가. 역사적으로는 안 좋게 평가되었지만, 지금에는 참 좋은 글이 아닌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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