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하피첩(꽃) 2006년 4월 KBS ‘진품명품(珍品名品)’녹화장. 중년 남성 이모씨가 고문서(古文書) 세 권을 들고 나와 감정을 의뢰했다. 그는 “몇 년 전 고물상 할머니로부터 우연히 얻었다”며 “감정가는 15만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다. 고문서를 살펴보던 김영복 감정위원(문우서림 대표)은 두어 줄 읽어 내려가다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하지만 언제부턴가 행방이 묘연했던 ‘하피첩(霞帔帖)’이었기 때문이다. 하피첩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이 강진 유배시절에 만든 서첩이다. 유배 생활 10년째인 1810년, 남양주에 있는 부인 홍씨가 강진 다산초당(茶山草堂)으로 5폭짜리 빛 바랜 치마를 보내왔다. 시집 올 때 입었던 명주 치마였다. 그 치마를 받아든 정약용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정약용은 치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