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이기심은 정을얼리고 눈물을 말린다

돌 박사 2021. 12. 3. 18:41



[석도익 소설가 칼럼]
이기심은 정을 얼리고 눈물은 마르게 한다.
2021-12-03 오후 4:02:19

사랑은 한다하고 정은 든다고 말한다. 사랑은 동적이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사랑하면 되는 것이지만 정(情)은 정적(靜的)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정이 든다. 고는 할 수없는 것인데 우리민족의 심성은 수동적인 정(情)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든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정을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데,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정을 붙일 데가 없으니 그 외로움을 달래고자 사람이 아닌 그 어떤 것이라도 사랑하고 거기에 정을 붙이려한다.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보통은 주고받으려는 마음이 더 크므로 서로가 준 것만큼 받는 량이 적다고 느끼게 되면, 사랑이 미움으로 변하게 될 수도 있다.

물질만능의 시대 나를 위한 이기만이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기는 생존경쟁에서 집단이기주의에만 우리가 있고 개인이권에서는 우리는 없어지고 나만 있고, 나만 아니면 되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이기심은 사랑에도 계산을 하지 않나 싶어진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기부문화는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고 했지만 혹자는 자신을 알리고 명예를 빛나게 하여 높이뛰기 발판을 만들기 위한 기회로 이용하기도 하니 이 또한 이기적인 것이다.

남을 생각해주는 마음보다는 남을 밟고 자신의 높이를 더하고 남의 것을 빼앗아 채우려는 마음이 더 많아 정을 붙일 수 없으니 빈말 같은 “사랑하자” “사랑한다.” 고 하는 약속어음만 남발하기도 한다.

세상이 이러할진대 사랑을 나누고 정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그리 흔하겠는가? 사람의 외로움에는 어쩔 수 없어 따듯한 정을 주고받기 위하여 반려동물과 함께하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냉정한 사회에 나가 생존의 전쟁을 하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내는 친구와 전화하느라 본체 만 채하고, 아이들 또한 공부한다는 유세로 지들 방에서 게임을 하는지 내다보지도 않는데, 사람도 아닌 아내 지킴이 방자가 꼬리 흔들며 반기는 정도가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같이 육탄으로 애정공세를 퍼 붓는데 목석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정이가지 않겠는가?

애완견은 아무런 조건 없이 주인을 좋아한다. 그러니 복잡한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사람보다는 부담 없는 애완견이 더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 사랑을 주게 되고 서서히 개에게 정을 붙이게 되어 사람보다 반려 견을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다.

개를 안고 다니니 가슴이 따듯할 것이고, 잘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개에게 말을 하여 외로움을 달래며, 기꺼이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어 사랑하고 정을 붙인다고 피해볼일 없으며 이기심도 만족되다보니, 정이 흠뻑 들면 아까울 것이 없는, 반려자 같은 반려동물일 것이다.

반려견과 살고 있는 사람은 한 가족으로 생각하기에 그의 변을 처리하면서도 더러워 하지 않고, 안고 다니고 함께 잠을 자고 아프면 의료보험도 적용 안 되어 비싼 치료를 정성껏 해 주고, 죽으면 슬퍼하며 장례를 치러 주고 명복을 빌어준다고 한다. 부모에게도 다하지 못 했을 정성을 반려 견에게 지극정성인 것은 그만큼 사랑을 받았고, 그만큼 정이 들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애견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까지 와있다. 애견카페 애견호텔 애견미용실 애견장례식장 등의 사업이 번창한다.

이를 보고 웃어버리기에 앞서 사람들의 이기적 경쟁으로 인하여 우리사회에 인성이 가물어온 현상으로 이기심은 가슴에 따듯한 정을 냉각시킴으로서 사람을 외롭게 함은 물론 그 정에서 생기는 포용의 눈물마저 메마르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깊이 염려해야 할 것이다.

홍천인터넷신문 (hci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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