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세상 참 많이 변한다.

돌 박사 2021. 10. 12. 19:12



홍천인터넷신문
[석도익 소설가 칼럼]세상 참 많이 변한다.
2021-10-12 오후 4:54:24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 것은 아마도 지나가는 세월과 변화하는 자연을 비유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이겠지만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라는 세월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10은 하나의 굽이를 넘어선 수, 하나의 매듭이 끝난 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10은 일단락의 의미를 강하게 띠는 수다.

이 같은 의미를 잘 나타내주는 말로는 십년감수(十年減壽),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 십년지기(十年知己),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등의 말도 있는 그야말로 긴 기간 같지만 실은 최초 묶음의 단기간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먹고 살아가는 이 지구의 나이는 과학적 근거로 60억년 또는 46억년 이라고도 하고 일부 기독교인들은 6,000년 이라고도 하지만 지금까지 고장도 안 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세월은 유수와 같고, 인생은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같기에, 욕심은 조급해져서 빨리빨리, 많이많이를 추구함으로 10년이 아니라 1~2년 사이에도 자연이 아닌 인력으로 강산을 변해놓는 시대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 정년까지 청춘을 바쳐 일하다 퇴직하면 받는 퇴직금으로는 노후를 살기 빠듯한 돈이라 그것만 빼 쓰다 보면 늘그막에 어려움이 있을까하여 용돈벌이라도 해야 산다고 하는데, 퇴직금으로 5억 원을 주겠다고 정해놓은 회사도 있었단다. 거기다가 퇴직보상금으로 50억을 주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다.

사람의 이름만 잘 지어도 부귀영화가 저절로 따른다더니, 귀신도 부린다는 주역에 나오는 좋은 문장으로 회사이름 잘 지었기 때문인지 돈을 흙 파서 차에 실 듯이 한 모양이다. 그 옛날 도깨비 이야기 같이 경제에 기준도 노동의 가치도 없어지는 나라가 되어간다.

부귀영화를 얻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되는데 일은하기 싫으니 돈벼락을 받기 위해서는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이참에 보았기 때문에 사람 이름이건 회사이름이건 주역에 나오는 좋은 단어로 도배될 것 같다는 예감이 앞선다.

예부터 원로어르신의 말씀은 지당한 것이고, 스승의 꾸지람을 명심하고 따랐건만 잘살게 되니 배운 사람 많아지고 높은 지위 올라가니 세상이 발밑으로 보이는지 100세 노교수님이 현 시국에 대하여 쓴 소리 한 것을 꼬집어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며

“노화 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며 “이제는 저 어르신 좀 누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이나 손자들 신경 좀 쓰길”이라고 잘나가는 젊은 변호사가 한 말이란다. 세상 참 변해도 너무 변해 음식으로 친다면, 폭삭 쉬었다. 존경이란 단어가 국어사전에만 있지 사용하지 않아 존경이 사라진 사회가 되어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필자도 지난날 행사시마다 애국가를 부르려고 4절까지 녹음된 음반을 찾았으나 1절만 있을 뿐이라 구입을 못했었는데 근자에 대선후보 중에 존경받는 모 고위공직자는 집안 가족행사시에도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는 기사가 회자되자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의 논란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까지 나서서 가족행사에 애국가 4절까지 부른다는 것에 대해 좋게 해석이 잘 안 되고 국가주의 같은 그런 냄새가 난다고 했는가 하면, 누리꾼들도 가부장적·권위적이다, 가식과 위선이다,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구시대적 발상으로 꽉 막힌 사람 같다, 군사정권 시절 같다 등의 부정적인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애국가 4절까지 집에서 가족들이 함께 부른 것이 과연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시골길에 경운기에 태극기를 늘 달고 달리는 사람도 있다.

두메산골 오두막집에 높게 세운 국기 대에는 비오지 않는 날은 언제나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들은 국가에서 아무런 혜택도 특별히 받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분들을 보고는 또 뭐라고 빈정댈 것인가?

오히려 국가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사는 특별한 사람들이 그러한 것 같은데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외국에 나가 본적도 없는가? 국적이 어디인지? 이들도 여권을 발급받을 자격이 있는가? 망국의 난민으로 떠도는 국적 없는 사람들을 보라! 느껴지는 것이 보일 것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토록 변해가는 우리사회가 과연 무한 세계경쟁 속에서 선진국으로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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