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9 오후 2:16:38 입력 뉴스 >
[석도익 소설가 칼럼] 돈으로 키운 아이들
조용한 골목 어디선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단다.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날 때 희망찬 울음소리가 아닌 들릴 듯 말 듯 숨을 멈추기 전에 거의 맥박에 의한 구원의 울림소리였다고 한다. 소리의 진원지를 좁히며 다가간 그곳은 조그만 쓰레기통이었다. 섬뜩했지만 사람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구원의 소리였기에 조심스럽게 열고 보니 쓰레기 와 섞인 까만 비닐봉지 안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탯줄도 가르지 않은 갓난아이가 살아있었단다.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사람이 자기가 낳은 새끼를 내다 버리고, 굶겨서 죽이고, 때리고 학대하고 . . .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사랑해주신 부모를 죽이고, 돈 안준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때리고. . .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자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법은 이들에게 준엄한 벌로 다스리지만 사회는 더 많은 존속살인상해가 보다 더 악랄해져가고 늘어나기만 한다. 왜일까? 이 모든 것의 원인에는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고, 사회와 국가도 무관하지 않다. 민주와 자본주의는 금전만능으로 흐르고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해 졌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기에 모든 것이 나를 우선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니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은 안하거나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한다. 젊은이들은 가정을 꾸려가기가 힘들다고 결혼도 안한단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 키우기가 힘들고 공부시키기 어려워서 아기를 안 낳겠단다.
맞벌이를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니 이이를 낳으면 부모가 키워주길 바라고 모유를 줄 수 없으니 일찌감치 젓 소를 유모로 들여야 한다. 부모가 되어 자라나는 애들이 귀하고 예쁘니 애들이 해달라는 대로 다해주려고 한다. 부모가 직접 해주어야 할 일도 돈으로 하려하고, 아이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으로 부모노릇을 다 하는 줄 안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알려주게 되는 것이다.
자식들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 돈을 주는 것으로 부모의 의무를 다한다. 귀한 내 자식 점심도시락은 일지감치 정부에서 책임지고 먹이라 하여 그렇게 되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따듯한 체온을 나누며,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내려다보고 눈을 마주치는 모정을 나누는 시간은 없고, 딱딱한 젖병을 물고 빨았다. 오로지 배가고파서다. 어머니의 정이담긴 도시락이 아닌 단체급식에서 군대처럼 끼니를 때웠다. 어머니 아버지가 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는가? 이 아이들이 곰곰이 생각해봐도 ‘공부 좀 해라’ 와 용돈두둑이 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고 할 것만 같다.
물질만능으로 접어든 세상,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돈으로 사랑한 자식들, 돈으로 효도한 부모, 돈으로 살아온 사회에서 이 시대에 아이들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귀여워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고 꽉 막힌 것만 같은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고, 오로지 돈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잔소리 한다고 때리고. 부모가 돈을 안준다고 살해하는 세상이다. 왜? 이들은 부모보다는 돈이 더 필요하니까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니까 아무 죄의식 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비닐봉지에 넣어 버리는 부모는 늙어서 자식들이 내다버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벌써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나 않은지?
사람들이 하찮게 보는 짐승은 새끼를 너무 많이 낳았을 경우 자기가 키울 능력에 맞추어 실하지 못한 새끼를 도태시키는가 하면, 나무도 심한 가뭄이나 장마에 실하지 못한 열매를 떨구어 버리고 남은열매를 잘 키우려하는 것과는 다른, 사람이 하는 짓은 너무도 잔인하다.
이 지구상에 공존 공생하고 있는 모든 생물은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새끼나 종자를 살리고 남기려는 종족번식을 위하여 하는 행동을 보면 숙연해지는데 만물에 영장이라는 사람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만을 찾으려하니 너무도 이기적이고 야만적이 아닐 수 없다.
홍천인터넷신문(hci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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