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소설가 칼럼]
집은 없고 방은 남아돈다.
2021-09-01 오후 2:24:06
나무가 촘촘하게 자라면 서로가 햇빛을 많이 받기위해서 위로만 높고 곧게 자라듯이 좁은 땅에 집은 많이 지으려하니 집이 하늘로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벌집 같은 집을 하늘높이 지어도 집값역시 함께 올라간다. 어떻게 하든지 내 집을 가져보겠다고 아등바등 살며, 저축을 해도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고, 밀림같이 우거선 집들을 처다 보노라면 목 고개가 아프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내 집 마련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다. 아무리 신발 벗고 맨발로 뛰고 허리띠 졸라매고 저축하여도 아파트 값을 물고 높게 날아가는 새를 따라잡을 수 없다.
로또가 맞으면 몰라도, 왜 하필이면 비싼 곳에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지? 시골이나 변두리에 아파트나 집들도 많을 텐데…….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나 더위를 피하고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것이 집이다.
어떤 동물은 남이 지어놓거나 자연히 이루어진 곳을 이용하기도 하고 또는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방 삼아 사는 것들도 있는가 하면 뻐꾸기는 자신이 집을 짓지 못하는지 아니면 자식을 키우지 못해 그러는지는 몰라도 몸집도 작은 새의 집에 자신의 알을 낳고 육아를 위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물들이나 아주 작은 벌레까지도 자신의 집을 짓고 살기도 하고 또는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하여 집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같이 이들은 자기가 필요한집 하나밖에는 짓지 않는다.
우리도 대가족이 모여 살 때에는 방수를 늘려 살았지 한가정이 한 개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에 이르러 한사람이 수십 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사람이 그 많은 집이 뭣 땜에 필요한가? 언젠가부터 집이 단순히 주거공간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재산을 늘려나가는 상업이다.
가족이 생활하고 잠을 자는 집이 아니라 돈을 버는 장사상품이다. 잘하면 평생 월급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돈이 돈버는 세상이고 집이 돈벌어주는 장사물건이다.
집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주거 공간이다. 비를 받치고 바람을 막고 추위를 덮으며 더위를 식히고 유해동식물로부터 가족을 보호할 수 있게 설계된 집을 짓고 한가정의 가족들이 몸을 부비며 살아가는 곳이다.
산업사회로 치달리며 직업은 분업화 되니 대가족을 유지하고 있던 가정은 자동으로 핵가족화 되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집이란 쉬고 잠자는 곳으로 활용되어지고 있다.
새집을 짓고, 또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면 집들이를 하고 결혼식을 하고 아이도 낳고 기르고 생일을 해먹고, 회갑잔치를 벌리고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내, 가정에 어떤 대소사라도 자기네 집에서 치렀다.
온 동네 사람들과 일가친척을 초대하고 왕래하던 지난날의 우리네 집이다.
집은 있는데 방이 부족했다. 자라나는 아이들 공부방이라도 내주어야 하는데, 형편상 월 셋방을 놓고 사람을 더 들여 가족같이 정을 나누며 살기도 했다.
함께 사는 가족에 비하여 방이 적던 지난날에 비하여 지금은 큰집에 많은 방에 비하여 함께 사는 가족이 적어 빈방은 수두룩하고 저택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지고 철 대문을 굳게 닫아걸, 아니면 궁전 같은 아파트도 문 하나로 자신들만 드나들면서 집 안에는 밖의 공기하나 소음한줌 들어오지 못하게 단절시켜놓고 가증스러운 유리를 통하여 밖의 동정만을 살핀다.
그나마 한개 있는 문을 닫아 잠그니 마을이 멀어져가고 이웃이 없어져 간다. 주차문제로 죽기 살기로 싸우고 층간소음으로 칼부림 나는 이웃이다.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어지며 자신만이 존재하는 성냥갑 속에 성냥개비처럼 화(火)를 묻으며 살아가는 움막이 되었고 내 집은 없는데 남의 집 방은 남아돌아가는 세상. 이 또한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을터 어떤 지도자가 무슨 정책을 펴야 집이 장사꾼에 놀아나지 않고 소시민의 평생 꿈인 내 집을 장만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하고 기대한다.
홍천인터넷신문 (hci2003@naver.com)
'석도익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면허만 있지 자격은 없었다 (0) | 2021.10.04 |
---|---|
돈으로 키운 아이들 (0) | 2021.09.09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0) | 2021.08.09 |
공짜는 없다 (0) | 2021.07.12 |
나무는 뿌리에서 자란다. (0) | 2021.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