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석도익 칼럼>
공짜는 없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은 주고받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평생을 스스로 움직여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는 식물은 종족번식을 위한 수단으로 꽃을 피운다. 꽃이 작고 부실한 식물은 잎이 꽃같이 보이도록 위장까지 해가며, 좋은 씨앗을 얻기 위해 보다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벌 나비가 찾아오도록 유혹하려는 방법이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으려 하는 것만은 아니다.
꽃에 달콤한 꿀을 준비해 두었다가 벌 나비가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가로 꿀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 필요한 것을 얻고 주고 나누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순전히 기생하는 식물이나 동물도 있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모두가 공생 공존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람만은 지독히 이기적이라 편하게 얻을 수 있는 공짜를 바라고 좋아하는 것 아닌가 싶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것으로 골라먹는다.’는 비유적인 말도 있듯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거저 준다. 고하면 다들 좋아라하고 모여들기 때문이다.
무료(無料)는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에 대해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하며 이를 공짜 또는 무상(無償)이라고도 한다. 힘이나 노력 또는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은 물건을 공것이라고도 하는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물건을 교환하기 때문에 공짜라는 개념은 보기 힘들다. 그러나 사실은 공짜만큼 비싼 것도 없다. 오죽하면 경제학 관련 서적이나 옛날 어르신 말씀에도 “공짜는 없다”고 했다.
안 보이는 채무가 공짜이며 무언가를 그냥 주는 짓은 모든 걸 가져가기 위한 꿍꿍이다. 그 한 예로 영업 전략에서는 일부만 공짜로 맛보게 한 뒤에 제대로 쓰고 싶으면 돈 내고 사서 쓰라고 유도하는 수법을 꽤 많이 쓴다. 화장품 견본이나,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의 시식코너 등이 대표적이며, 인터넷상에서도 공짜라고 살짝 보여주고 한창 흥미가 있을만해지면 입금을 해야 한다든가 회원 가입하여야 한단다.
힘 안들이고 푼돈투자해서 돈벼락맞는 것은 복권이지만 당첨되기란 벼락 맞는 확률정도라 이는 공짜가 아닐 수도 있다. 지나치게 공짜를 좋아하는 성격의 경우 거지근성이 있다고 말한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 낭비 없이 살자.
‘공짜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도 쓰이는데, 미국의 골드러시 당시, 공짜 점심을 준다는 광고로 노동자들을 끌어 모은 식당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점심 자체는 공짜였지만 부가 가치가 높은 술을 충분히 시켜야 공짜로 점심을 줬다. 게다가 술이란 게 한 잔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기분이 좋아져 더 마시고 싶어지지 않는가. 덕분에 식당들은 공짜 점심의 지출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술 판매 수익으로 충분히 이득을 보았다. 공짜 점심은 호객 목적의 미끼상품이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공짜점심은 없다’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장직을 걸고 학생점심무상급식 찬반 투표했는데 공짜가 이겼다. 지하철은 경로우대로 공짜고, 국회의원에게는 공짜가 널려있고, 잘 찾아보면 공짜가 많기도 하다.
"공짜를 너무 좋아하면 머리가 벗겨진다."
코로나 정국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 국가에서 국민에게 베푸는 더 많은 공짜를 나누게 되었다.
위정자들이 나라의 곡간을 열고 재난을 당한 국민들에게 긍휼(矜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여기에 정치적인흑심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공짜로 받아 살림은 나아졌는지는 몰라도, ‘채무를 졌더라도 돈이 없으면 안 갚아도 되고,’ 일을 안 해도 먹고 살게 해주니 과일나무 밑에 누워서 입만 크게 벌리고 과일이 입으로 떨어지기만을 가다리는 게으른 의지심만 심어주고 생겨날까 염려되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것도 교육이나 정책에 반영하였으면 한다.
신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공기와 물을 주어 공짜로 사용해 왔는데 이마져도 인간의 잘못으로 공짜가 아니게 만들었다. 이제 이 지구상에서 공짜란 없다. 있다면 그것은 자식이 부모에게 받는 것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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