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조물주 만세!

돌 박사 2023. 9. 30. 19:15

  < 인생칼럼 >

조물주(造物主) 만세

소설가 석 도 익

한자(漢子)천자문(千字文)에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 거칠며 해는 밝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시작된다.

검은 하늘을 하루에 반을 해가 밝혀주며 온도를 유지시켜주고, 어두운 밤은 달이 기울어 가면서도 비쳐 주게 했으며 온갖 생명을 황량한 땅에 창조하고 사람을 지구상에 영물로 창시해주었으니, 인간으로서 감히 입을 열어 조물주이신 신의 위대한 창조력에 감탄할 뿐이다.

이 세상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했으니 조물주의 오발탄인지 위대한 발명품인지는 잘 모를 일이지만, 삼라만상 모두가 질서 정연한 흐름으로 더함도 덜함도 넘침도 부족함도 없고, 줄지도 늘어나지도 아니하는 지구상의 생태계는 조물주의 전지전능함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창조주가 지금에 와서 후회하는 일이 있을 법 한데 그것은 사람을 만든 것이리라, 사람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파괴적인 명석한 두뇌와 끝이 없는 욕심을 준 것을 한탄하고 있을 것이며, 이 파괴되어 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하여 사람에게 임대해 준 이 땅을 도로 내어달라고 하지나 아니할지 두려워진다.

이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생물 중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것이 사람 말고 또 있겠는가?

태초에 사람이 이 땅에서 살게 되었을 때 누구에게 이 땅을 영구히 임대 받은 일없고 누구의 몫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사람은 사람이 그리워 이웃을 찾고 다니다보니 길이 트이고 정을 나누고 협동하며 더불어 살았고 그러다 수명이 다하면 한 평도 못되는 무덤으로 남아 세월에 퇴화되어 가는 젖무덤처럼 자지러지거나 눈감기 무섭게 한줌의 재로 공중분해 될, 그래서 흔적 없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데 이 땅이 누구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의 두뇌는 가히 창조주를 능가하려는 듯 가공할 과학의 첨단은 한 순간에 억조창생이 살아가는 이 지구상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데 까지 와 있는 것이다.

지구라는 큰 빵 덩어리에 각가지 기생물들이 덤벼들어 파먹고 구멍 뚫고 집 짓고 배설하여 이제는 볼품없이 구멍이 숭숭 뚫리고 비쩍 말라비틀어지고 각종 오물이 부글부글 썩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이 이 땅에 만물의 영장으로 선택받았다고 자부하며 자기들이 살고 있는 주위를 영역으로 삼으니 이때부터 땅을 자기네 것으로 불하 받은 것으로 알고 국가는 개인에게 땅을 떼어 팔고 개인은 재화의 가치로 팔고 사는 선긋기 땅뺏기로 쪼개져 문서화하여 자기 자손에게 물려주는 재산으로 만들어졌다.

허나 다행히 땅이야 어디로 떼어서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늘 제자리에 있어 변함없으니 조물주는 영특했다.

인간이 아무리 대단한 두뇌를 가졌어도 어떤 생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주지 아니하였으니 다시 한 번 조물주의 거시적 안목에 탄복하며 더욱 아름다운 선물은 사람이 그 생명체들을 보살펴 키울 수 있는 마음과 재주를 주었다는 게 다행한 일이다.

이 지구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가꾸고 보살피고 키워 계속 보존시켜 공생하라는 조물주가 내린 사명이라 생각된다. 더욱 신이 인간에게 심어준 원초적 본능인 욕심과 함께 사랑하는 마음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어느 대상이든 사랑하지 아니하고는 안 되게 되어있는 것 같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사랑을 못 받는다던가.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은 동물이나 화초 가꾸는 일에라도 애정을 쏟아야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여인은 애완용 강아지를 유난하게 귀여워하며 끌어안고 사는 것과, 정이 없어 보이는 살벌한 폭력집단 두목도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극중에 장면에서도 그렇고 난초 키우기에 몰입한 초로의 외로운 인생에서도 사람은 사랑을 적당한 량으로 배설하여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욕심 많은 졸부의 생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누구에게도 득을주지 못했겠지만, 거리에서 구걸로 행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망정 그 행려자의 죽음은 간혹 장기를 제공받아 생명을 이어 준다던가 학생들의 인체 의술 실습에 이용되었다면 누구보다 더 큰일을 하고 간 것이다.

  어떤 종교를 광적으로 신봉하는 내 친구 말처럼 늙고 병들지 아니하며 영원히 살 수 있으니 믿으라는 지독한 욕심은 윤회하는 조물주의 섭리에 반하여 차라리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

군림하고자 하는 자는 그에 상응하는 관리를 하여야 한다, 이 세상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어느 것 하나라도 구김 없이 잘 관리하여야 할 사명을 다 하는 것이 군림할 수 있는 자 일 것이리라.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아름다움을 키우고 가꾸며 정을 나누고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한 조물주인 신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조물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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