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인생 계급장

돌 박사 2023. 10. 31. 22:22

  


< 인생칼럼 >    
       인생계급장    
    

        소설가  석 도 익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국가나 사회에서는 사람은 다 평등하여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하지만, 계급이 존재하여 때론 질서를 유지하고, 조직이 만들어지고 관리하게 되며, 상명하복으로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도 한 몫을 담당하기도 한다.

공산국가에서는 정부는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고 높은 수준의 사회적, 경제적 평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경제, 교육, 언론, 군대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측면을 통제한다. 고 하지만 오히려 계급으로 통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나이라면 국토방위와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군에 입대하고 신병훈련 마치면 달아주는 계급장은 작대기 하나지만 훈련병시절 그렇게도 위대하게 보였던 이병이란 첫 계급이다.
훈련소를 떠나 다시 병과별 신병훈련을 끝내고 자대에 배치되어 군 생활을 어렴풋이 알아갈 즈음에 1계급 승진하여 받는 일병계급장은 작대기가 두 개다.

화장실에도 시간이 없어 못 갈만치의 여유를 찾지 못하던 어리바리한 졸병이 차차 숨통이 트이고 여유가 생길 즈음에 상병계급장을 달게 된다.
상병은 아래를 살피고 위를 따라야 하는 작대기 세 개 군대생활에 물이 한창 오른 계급이다.

요령과 융통성이 트일만할 때 다시 작대기 네 개의 병장계급을 달게 된다. 병에서는 가장 높은 병장은 4성 장군에 버금가는 계급이라고  병장계급을 달 때는 어깨도 따라 올라가고 제대를 넘보며, 매일같이 달력에 숫자를 지우며 군 생활에 추억을 곰씹으며 지낸다.

계급은 사회에도 직장에도 그 어떤 곳에도 존재한다. 다만 질서를 통제하여야 하는 집단에서 옷이나 모자에 그 계급을 표시하니까 일반에서도 알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는 의복으로도 표시하기도 했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만들어 진다.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면 거울 속에 나타나는 사람이 삼촌이더니 언젠가 부터는 아버지가 보이고 할아버지도 나타나신다. 내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거울이 알려주곤 한다.
인생도 계급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계급장이야 말로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이마에 달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 몸 스스로 연륜에 따라 생겨나는 내가 붙이는 내 인생에 계급으로 이마위에 나타나는 한문에 한일(-)자 주름으로 1개인 이병 2개로 일병 3개의 상병, 그 좁은 이마에 4개인 병장까지 붙였는데, 나란히 네 개위에 갈매기 주름이 더 생기면 장기복무를 하는 하사 중사 상사 원사까지 올라 갈수도 있다.
직위를 나타내는 계급장쯤이야 계급장이 달린 모자나 옷을 벗으면 되지만 연륜에 따라 얼굴에 나타나는 주름진 인생계급장은 성형외과 병원에 가서 성형수술을 하든가 실리콘을 주름에 투여해서 계급장을 감추고 지워내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 보면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인생에서 주어지는 연륜에 따라 높아지고 선명해지는 주름은 잘 살아온 인생계급장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얼굴에 나타난 계급장에 맞는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면 될 일이다.  

'석도익< 인생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이팅을 왜 외치는가  (7) 2024.01.04
특별한 것들  (2) 2023.11.30
조물주 만세!  (3) 2023.09.30
밀가루 시대  (2) 2023.09.03
믿음의 냉장고  (0) 202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