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물에 빠져도 사촌이다.

돌 박사 2023. 6. 30. 21:31

<인생칼럼>  


      물에 빠져도 사촌이다.

           소설가   석 도 익

  사람은 각자의 생각과 개성 또는 습관 등이 다르기에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하고는 낯설어 친하게 지내려면 오래가기 때문인지, 옛날에는 친인척이 한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 마을이 많았다. 이런 마을에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이 가서 살기란 어려웠고 이를 ‘각성 밭이’ 라고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여 어른들은 동기간을 가장 우선하였기에 “물에 빠져도 사촌”이란 말이 있는 것 같다.

일가친척으로 이어지는 촌수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내 아버지의 형제들에 자녀들이 나와는 친 사촌이며, 자매인 고모의 자손들과는 고종사촌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오빠나 남동생인 외삼촌의 자손들은 외종사촌이고 자매인 이모의 자손은 이종사촌이다. 유년시절 이들 사촌들하고는 누구나 가깝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는데 사촌들이 이렇게 많으니 물에 빠져도 그 어느 사촌이든 구해 줄 거라는 의미일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사촌들과의 추억이 가장 많이 자리 잡고 유년의 벽에 아련한 기억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인 논밭에서 농사를 짓던 농경사회에서는 움직임도 부동산이었던 시대를 지나 산업사회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멀어져 부모 자식도 떨어져 살아야 하고, 부부간에도 주말부부로 각기 생활해야 하는 현대에 와서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친척이 자동 멀어져 갔다.

멀리 떨어져있는 친척보다는 눈만 뜨면 매일같이 만나는 이웃이 더 좋다. 매일같이 볼 수 있어 눈인사에서 수다로 발전 되는 것이 사람사이고, 어려운 일을 당해서 호소도 하고, 변명 또한 자신을 위해 늘어놓기도 하고 무거운 것도 맞잡아 들고,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정리할 것을 부탁도 할 수 있고, 집을 잠시 비워야 할 때, 아이나 집을 봐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멀리여행가면서도 이웃집에 처리해야 할일을 부탁  하기 도 한다.

갑자기 몸이 아파도 도움을 청할 때도 연탄가스중독으로 사경을 헤맬 때도 집에 불이 났을 때도 이웃사람들이 들고뛰어 살려주었고, 누구나 집안의 대소사를 이웃사람들이 모여와서 함께하고 도와주어서 쉽게 치렀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란 정겨운 말이 생겨난것 아닌가 싶다.

  지금은 물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소리쳐도 사촌들은 가까이 없다. 다행하게도 화재나 안전사고에 응급환자 등은 누구나 휴대하고 있는 전화로 신고만하면 달려와서 해결해 주는 곳과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웃조차 크게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다.

이웃사촌이라는 사람들과는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마주쳐도 서먹해서 이웃이라기 보다는 지나가는 행인1. 행인2.로 희곡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웃고 같이 울어주며 정을 나누는 이웃사촌도 멀어져 간다.

시골 소도시에도 집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펑퍼짐한 땅위에 옹기종기 샛길을 두고 담장너머로 울타리 사이로 이웃사람들의 왕래가 많았고, 금줄이 보이고, 꽃상여가 마을과 우물가에 멈추었다. 지나가는 모습도 추억을 남기고 사라져 간다.

잘난 자가용들이 씽씽 지나가고 이웃사람이 폐지 끌고 힘겹게 지나가도 마을사람 누구하나 눈여겨보는 사람 없다.

허물없는 사촌들도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사촌들도 마을로 이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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