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겨리농경문화에 맥을 이어가는 농심

돌 박사 2022. 2. 15. 19:19



[석도익 칼럼]겨리농경문화 脈을 이어가는 農心
2022-02-15 오후 6:29:51

포용하는 (地心)땅의 마음에 순박한 (人心)사람의 마음을 심고, 넓은 (天心)하늘의 마음을 헤아리는 농부는 많은 생명을 키워내 공생 공존하며 살아가는 농경문화에 뿌리가 여기에 있다.

굽이 도는 강변에 선사시대부터 터 잡은 선조들은 짐승을 잡아먹는 수렵이나 방랑하는 유목을 하기 보다는 땅에서 수십 배의 소득이 얻어지는 농사를 택하여 힘든 일을 하는 농심의 삶이 이어져 왔을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지성(地性)을 알아가고 자연히 지고지순한 인성(人性)이 쌓이니 하늘에 천성(天性)을 숭배하게 되었다.

농심은 씨앗을 심을 때도 한 알이면 될 것이지만 굳이 셋을 심었으니 세 알 중에 하나는 새를 위해 하늘에 주는 것이요. 하나는 벌레를 위해 땅에 주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가 나의 것이라 하여 셋을 심었다. 씨앗부터 함께 나눔이 목적이었다.

농사는 씨앗을 뿌려 가꾸면 곱하기 수확을 할 수 있음으로 이를 다시 나누어 먹고사는 삶은 나눔의 미학이다.

창조주 말고는 귀중한 생명을 키워내는 것은 농부다. 그러므로 일중에서는 농사일이 가장 힘들고 어렵지만, 농사는 나눔이었고, 농사는 협동이었다. 그 협동에 겨리농경문화가 있다.

힘든 농부의 일을 함께해주었던 농우는 농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일꾼이자 친구다. 논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그 부산물로 농토를 살찌우기까지 했던 농부의 단짝이 소였기에 소가 일을 그만두게 되고 단지 고기소로 키워지게 된 이금까지도 워낭소리 듣기를 끊지 못하고 끈질기게 쟁기를 손질하고 소 짝을 정하여 두레로 겨리쟁기를 메워 들녘에 봄의 교향곡 같은 밭갈이 소모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고향마을을 지키며 이어가려는 우직한 사람들의 뜻이 결실을 맸었다.

지난 2021년 5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33호로 홍천 겨리농경문화가 지정되었다.

힘든 논밭갈이를 위하여 쟁기를 만들고 소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남부지방에는 소 한 마리로 논밭을 가는 것을 홀이라 하고, 중부이북지방에서는 산간지역 경사진 땅이라 두 마리로 논밭을 가는 겨리쟁기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이는 짐승에게도 배려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겨리는 두 마리 소중에 힘이 부족한 소를 행동반경이 적은 왼쪽에 쟁기를 메워 안소라 하였고, 힘이 좋은 소를 오른쪽에 메워서 마라소라 부르며, 쟁기를 운전하며 가는 사람과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거칠고 굳은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다.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소는 농가에서는 한식구로 인정하고 먹이고 보살피기에 정성을 다했으며, 농사철 농우의 목덜미는 털이 벗겨지고 굳은살이 생기었으며, 같이 논밭을 갈고 농사를 짓는 농부의 고단한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농경문화다.

홍천 겨리농경문화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기계문명의 발달로 사라져가는 문화의 명맥을 이어온 소중한 이들이 있었고 이들은 ‘홍천 겨리농경문화 전승회’로 인정되어 소중한 문화재를 전승해 갈 것이라고 한다.

​ 홍천군에서는 귀중하게 지정된 무형문화재 “홍천 겨리농경문화”는 홍천, 더 나아가 강원의 대표 문화재로 전승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산업사회 문명의 첨단에서 원시적인 농업으로 회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순 겨리농경문화를 보존하고 체험하는 곳이 아니라 겨리농경문화는 지고지순한 농심에서 지성을 배우고 인성을 쌓고 천성을 터득하는 일이다.

나누는 농심에서 힘들어하는 소를 아껴서 둘이 끌게 하는 겨리와 짐도 소와 같이 나누어지고 가고, 사람들도 이웃이 서로 이어져 소 짝을 하고 품앗이로 두레로 협동하여 자연을 가꾸고 심고, 가꾸면 땅과 하늘이 내어주는 먹거리를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인심과 인성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우리나라농심도장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