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부르기도 어려웠고 다사다난이란 말이 어울리는 한해였다. 지나온 일들을 한 번 더 뒤돌아보므로 서 자성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소설가 석도익
새해 벽두부터 유난히 긴 한파가 혼란한 정국과 함께 마음을 얼려놓았고, 동계올림픽이란 받아 놓은 밥상을 차리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평화올림픽으로 물들이려는 노력들이 빈축을 샀을지언정 그나마 평화라는 물꼬를 트면서 남북미의 팽팽한 긴장을 조금은 녹여놓았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군에서 제23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된 두 번째 올림픽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엠블럼은 초성인 'ㅍ'과 'ㅊ'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이어 공식 마스코트로는 백호와 반달가슴곰으로 정해졌는데, 각각의 이름은 '수호랑'과 '반다비'였다.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백호를 모티브로 삼았는데, 그 이름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참가자, 관중들을 보호한다는 의미인 '수호'와 호랑이와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선아리랑의 '랑'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총 92개국이 참여했는데, 우리나라가 7위를 기록했다. 우리 선수들이 손에 쥔 메달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총 17개였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평창동계올림픽은 성공적으로 폐막식을 마쳤으며, 다음 동계 올림픽은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강원도가 세 번이나 불굴의 도전으로 일구어내고 잘 치러냈기에 잘했다고 자찬할 만,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쏟아 부은 재원과 노력이 빚으로 남아 강원도민의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올림픽으로 화해의 물고를 튼 남북은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또한 5월 25일에는 일정에 없던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날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잠시 연기됐던 남북 고위급회담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6월 12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상 최초로 이뤄진 북미 정상 간의 회담이다.
올 한 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것은 바로 '미투(Me Too)'일 것이다. 미투 운동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영화배우 아리사 밀라노가 2017년 10월 15일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들이 "나도 피해자다(Me Too)"라고 글을 쓴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검사가 시작한 미투가 문화·예술계의 거장인(巨匠)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를 시작으로 유명 연예인인 배우 조민기와 조재현, 개그맨 김생민 등의 성추행 사실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언론방송을 낮 뜨겁게 달구면서 회자되던 이 사건들은 자살과 재판으로 사회를 얼룩지게 했다.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다.
4년 전에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선 율이 거의 비슷했는데, 이번에는 더불어 민주당의 당선 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명 드루킹 댓글사건이라고 하는 친노·친문 파워블로거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 대표 김동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인터넷에서 각종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은 지난 3월 정부 여당에 인사를 청탁한 것이 거부되자 이에 반감을 가지고 네이버 뉴스 기사 댓글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부를 비방하는 여론조작 활동을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19대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옹호를 위해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등에서 조직적인 여론조작을 해왔다.
또한 여러 증거를 통해 드루킹(김동원) 일당이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등 주요 인사들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특검이 실시되고 정의당 노희찬의원은 뇌물의혹에 7월 23일 투신자살까지 하였으며 아직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5월 시중에 판매되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 물속에서 라듐이 핵분열을 할 때 발생하는 무색, 무취의 가스인데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이나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조사를 시작했고, 5월 10일 라돈 검출 논란을 일으킨 대진침대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함으로서 침대 대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올해도 약자를 향한 재벌가의 갑질은 계속됐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는 광고업체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일명 '물벼락 갑질'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은 전(前) 직원을 폭행하고, 살아있는 닭을 죽이도록 살생을 강요하고, 직원들에게 강제로 머리를 염색하게 하는 등 '엽기 갑질'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승무원을 상대로 막말과 외모 비하성 발언을 했다는데, 많이 가진 자는 부만 가질게 아니라 존경할 덕도 갖추었으면 좋으련만, 황금만능주의가 인성을 실종시키는 것 아닌가 싶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숙명여자고등학교에서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문·이과 1등을 차지해 논란이 일었다. 두 자매의 아버지가 해당 학교의 교무부장이었기 때문이다.
시험 문제를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자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밝혀진 바로는 쌍둥이 아버지가 귀여운 딸들을 위해서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함으로서 부정(父情)이 부정(不淨)을 저질렀던 것이다.
우리들의 자식 사랑은 어디까지가 사랑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식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잘 해 주는 것이 결코 자식사랑이 아니다. 이것이 오히려 자식들의 장래를 잘못되게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19년 새해는 국가는 태평하고 국민은 안전(國泰民安) 하기 위해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