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향수를 불러오는 먹을거리축제로 시작한 홍천찰옥수수축제가 열세 번째로 개최된다.
지리적표시등록된 명품 홍천찰옥수수가 풋풋한 인정과 구수한 냄새와 쫀득쫀득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전국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
지난날 보릿고개를 넘기는 허기진 여름, 옥수수는 곡식 중에서도 가장 탐스러운 자루로 되어있는 푸짐한 먹을거리로 가난에 굶주린 배를 부르게 하고 영양가도 풍부해서 기아를 벗어나는데 커다란 몫을 담당해왔었다.
옥수수는 척박한 땅이라도, 경사심한 산간에서도 잘 자라는 농작물로 뿌리가 튼실하여 비바람에도 잘 견딘다.
이른 봄에 심으면 이모작이 가능한 옥수수는 2미터 이상이나 되는 훤칠한 키에 개꼬리(꽃대:숫술)가 나오고 넓은 잎 사이에서 옥수수자루가 생겨나서 빨갛고 하얀 수염(꽃술:암술))이 길게 겉으로 나오면 꼭 아이가 어머니 등에 엎인 것 같아 진한모정을 느끼게도 한다.
매미 소리가 짙푸른 산야를 아름다운 음악이 되어 메아리칠 즈음이면 마을 느티나무 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들은 물론 검둥이 누렁이들 까지 모여든다.
옆집 아주머니가 들고 온 큰 바가지에는 방금 삶은 옥수수가 시골 인심만치나 훈훈하고 뜨거운 김이 생쑥 타는 모깃불 연기와 함께 여름밤을 깊어가게 한다.
옥수수는 곡식 중에서도 가장 다양하게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없을 때는 그대로 따다 삶아 먹서나, 때가 되기도 전에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에게는 부엌 아궁이 불에 구워주어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옥수수는 밥은 물론이며 수제비 국수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고 특식으로 아이들 가을 운동회 때는 칡잎에 싸서 만드는 옥수수떡이나 가루를 내어 빵을 만들어 가기도 했으며 술도 빚어 마시고 엿이나 옥수수 강냉이 틀에 튀겨낸 뻥튀기도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옥수수엿이며 한겨울 옥수수와 팥을 넣어 만든 빙수도 훌륭한 간식이었다.
먹는 것이라면 못 만들 것이 없는 옥수수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주식으로 자리하고 부강한 나라는 가축의 사료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인류의 생명을 이어온 곡식이 옥수수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옥수수 하면 가난의 상징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도 한때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굶주린 배를 미국의 잉여농산물인 옥수수를 원조 받아서 끓인 죽을 배급받아먹으며 기아를 모면하였던 감추고 싶은 슬픈 추억이 있다.
참으로 고맙고 귀한 곡식이 아닐 수 없는 옥수수는 주식으로도 사용되지만 대부분이 가축의 사료나 식용유로 이용되고 앞으로는 대체 에너지로도 개발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으로 널리 이용되던 토종 메옥수수는 먹을거리가 풍부해지자 수요가 없어져 멸종되어가고 홍천군과 같이 지리적 표시등록 명품화한 찰옥수수가 한여름 기호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외국 수종인 황옥이 사료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으나 농산물 개방으로 경쟁력이 미치지 못하여 장래를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메옥수수가 재배되지 않아 옥수수전통음식이 맥을 이어가지 못하고 다만 삶아서만 먹을 수 있는 찰옥수수가 주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천군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찰옥수수축제에 지난날 재배하여 많은 음식을 만들었던 토종 메옥수수를 생산하여 다양한 토속음식을 보존하고 개발하여 다양하게 준비한다면 지난날의 향수도 느낄 수 있는 특색 있는 축제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언젠가는 닥쳐올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를 농업경쟁력이 약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대비해 나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