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질곡의 역사 속에서 민중의 가슴에서도 피어나는 무궁화! 은근과 끈기로 저력을 지닌 무궁화! 우리민족을 닮아서 국화로 명명하지 않았어도 이미 나라꽃으로 온 국민이 믿고 있는 무궁화다.
구한말 독립운동을 하신 한서 남궁억 선생님이 관직을 버리고 홍천 서면 보리울에 낙향하여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무궁화 보급운동을 펼치셨으니 이로서 홍천이 무궁화운동의 텃밭이 된 것이다.
홍천군은 1976년 한서 남궁억 선생을 추모하는 기념사업회를 태동시키고 이어 1977년부터 한서문화제를 열어 한서남궁억 선생의 애국정신을 고취하고 주민 화합을 다지는 축제를 1990년과 2002년 수해 등의 사정으로 개최를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개최하여 2008년까지 30회의 대 장정을 달려왔다.
2009년 홍천군이 무궁화메카도시로 선정되고 “제1회 나라꽃 무궁화축제”의 마당을 무궁화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8월27일부터 9월2일까지 펼쳐진다.
한서문화제는 무궁화의 얼을 심어 튼실하게 키워놓았으니 이제는 무궁화 꽃이 만발하게 피어나는 무궁화 축제로 승화하려는 것이라 우리 군민으로서는 커다란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서문화제 역시 무궁화가 기본이 되는 축제로 30회 라는 장구한 역사와 일구어놓은 터전이 있었음인데 그것을 단절시키고 이제 새롭게 “제1회 나라꽃 무궁화 축제” 라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고 새 옷을 갈아입는다고 새사람이 될 수 없듯이 지나온 역사를 단절시키지 말고 이어가며 새로운 것을 보충했으면 좋을 것 같다.
한서 문화제를 무궁화 축제로 이름만을 변경하고 “제31회 무궁화축제”로 한다 해도 무궁화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라 혼돈이나 혼선이 빚어진다거나 명성에 누가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홍천군이 무궁화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시점에서 해박한 지식은 없으나 무궁화에 대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1. 꽃 중에 꽃
높은 하늘의 뜻에 거스르지 아니하고 원망은 할지언정 순리에 따르고 지고지순한 땅에 고귀한 생명을 묻고 해와 달을 우러러 의지하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더불어 반만년 살아온 우리는 순백의 민족이다.
명분을 중하게 여기고 사리를 가려 행동하며 성품은 온화하며 정이 많으니 눈물도 많은 민족이다. 예와 효로 행하고 충과 애로 결속되며 신의로 이어가니 일찍이 세계에서도 군자의 나라라 칭송하는데 아끼지 않았던 대목에 무궁화가 있었다.
중국 상고시대 지리 풍속을 널리 조사기록한 산해경(山海經)에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 훈화초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시든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군자국은 한반도라는 것이 밝혀졌고 훈화초는 무궁화를 일컫는 중국의 옛 이름이다.
단아하고 섬세하며 꾸밈없이 정갈스런 아름다움에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을 가진 무궁화는 무궁화목 무궁화 과의 낙엽관목으로 나무 전체에 털이거의 없고 가지가 많이 벋어 있으며 회색의 나무껍질은 단단한 섬유질로 되어있어 잘 부러지지 않으며 생명력이 강하여 꺾꽂이를 하여도 잘살며 종자가 많이 생산되어 번식력이 강하다.
또한 예부터 무궁화는 민간요법으로 식용 관상용 공업용 약용으로 나무순에서부터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용되어 왔다고 한다.
무궁화 꽃은 우리나라 나무식물에서 피는 꽃으로는 크기가 후박 꽃이나 목련꽃 다음으로 큰데 꽃잎 다섯 잎이 눈처럼 새하얀 순백 바탕에 해맑은 핏빛 선홍단심이 꽃술 중심부터 빛살로 번져 나와 순백을 적시는 단심과 분홍빛 바탕에 진한보라의 홍단심도 있다.
rose of sharon 꽃 중의 꽃 무궁화! 서구에서는 “신의 축복 받은 땅에서 장미처럼 아름답게 핀 꽃”이라 하는 무궁화, 군자의 나라 삼천리 땅에서 자라나 피어나는데 개화를 앞두고 꾸준하게 준비한 꽃봉오리는 꽃방에서 문을 열고 길게 밀고나와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여명의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다.
이제 7월의 젊은 태양이 매일 아침 붉게 타는 해산을 타고 오르면 무궁화의 꽃잎도 서서히 기지개켜고 그 수줍으면서도 고고한 자태로 순결한 꽃잎 열어 햇빛을 포옹할 것이다.
한낮에는 벌 나비를 유혹도 하지만 일몰이 가까워지면 별빛이 수줍어 열었던 앞가슴 여미듯이 다섯 꽃잎을 고이접어 언제 피었더냐? 는 모습으로 다시 꽃봉오리 되어 밤을 맞이한다.
하루라도 나무에 꽃이 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철칙이라도 있는지 옆에서 다른 형제들이 내일의 개화를 준비할 때 이미 할일을 다 마친 꽃은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로 하루를 지내고 꽃을 피우고 하루를 보내며 꽃을 다시 오므려 꽃봉오리로 만들고 그 안에서 마지막 하루를 더 보내며 수정된 씨앗을 씨방에 갈무리를 하고 소임을 다 마친 꽃송이는 3일 만에 낙화한다.
이 세상에 모든 꽃들이 피어있을 때는 예쁘고 아름답지만 시들면 그처럼 추한 것이 없다. 어떤 꽃은 꽃잎이 가락가락 떨어져 흩날리거나 흉측하게 썩어 매달려 있는 것 등 한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지막 모습은 추하다.
그러나 무궁화만은 필 때 와 같은 꽃봉오리 모습으로 꽃술까지도 갈무리하고 마지막을 준비한다. 마지막 모습도 아름다운 무궁화! 수정된 씨방만 남기고 추해지기 전에 서둘러 꽃봉오리의 단아한 모양을 간직하고 미련 없이 모태 뿌리위에 낙화해 눕는다.
떨어진 꽃은 색깔만 약간 누렇게 퇴색되었을 뿐 추하게 시들거나 가락가락 꽃잎이 분해되어 어지럽게 날리거나 하지 않고 끝까지 고고한 군자의 모습을 흐트러지지 아니한다. ( * 자료인용: “무궁화”한국브리태니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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