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화촌면 주음치리 노인정에서는 마을 잔치가 있었는데 그 뒷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웠다.
경로당에서 치러진 잔치가 경로잔치가 아닌 경로당 어르신들이 마을에 전 현직 이장 새마을 지도자 청, 부녀회 회원들을 위해서 당신들의 용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위로와 감사의 잔치 상을 차려놓고 이들을 초청한 것이란다.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새마을 운동이 잘 살게 된 원동력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효와 예의 원천인 경로사상을 회석시킨 공범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지향하던 그때부터 날이 갈수록 노인들이 소외 되어가는 것 같지만은 아직까지는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잔치를 마련하는 것이 응당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의 문화는 음식이나 술을 먹으러 가더라도 먼저 가자고 한 사람이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하고, 일을 치르는 사람이 응당 음식을 접대한다. 그렇다고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얻어먹는 것은 더욱 아니다.
결혼식이나 회갑연에 초대되어 가려면 축의금을 꼭 챙겨가며 사정이 있어 자신이 참석을 못할 시는 가는 사람편이나 경조환으로라도 보내곤 한다.
만약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면 왠지 미안하고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이웃의 애경사에 조금이라도 돕고 더불어 살아 가기위한 것에 의의를 두고 행사를 치러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음치리 마을잔치는 젊은이들이 많이 없는 우리농촌에서 노인들은 응당 경로당에 앉아서 받기만 해 왔었지만 이번만은 어른으로서 이들에게 베풀고자 한 의미 있는 잔치였다.
그간 마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어르신들을 위해 극진히 보살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어르신들이 손수 음식을 장만하고 술을 따라주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름답고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아이들은 아이 같아야 되고 젊은이는 젊은이 같아야 하며 어른은 어른다워야 할 것이다.
지금의 어르신은 목숨 바쳐 이 나라를 침략에서 지켰고 뼈 빠지게 일하여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으며 자손 또한 굶주리면서도 훌륭하게 키워온 자랑스러운 분들이다. 이제부터는 지나온 세월에 겪어온 경험과 다져온 지혜를 후세들에게 가르쳐주고 전해주어야 한다.
잘못함이 있을 때는 꾸짖어 바로잡고 위험한 길로 가면 되돌려 바로가게 일러주는 어르신이 되어주어야 한다.
자신들을 소외 시키는 것 같다고 소외된 채로 세상일을 방관하며 무기력한 노인으로 경로당에 안주하여 산다면 어르신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며 우리사회 또한 든든했던 뿌리가 약해질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