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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석도익 칼럼] 믿는다는 것

돌 박사 2009. 7. 18. 23:36

2009-07-18 오전 9:44:00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석도익 칼럼] 믿는다는 것



부모님이 낳았다고 한 날이 자기의 생일로 믿지 않는 사람 없듯이 우리는 당연히 믿고 있는 것과 틀림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믿기로 한 것과 믿어야 되는 것이 얽히고설키는 삶이기에 때론 경계를 하면서도 그러려니 믿으며 공존공생하며 살아간다.

 

남자들은 사람을 잘 믿는다.

그야말로 날이 시퍼런 칼을 들고 얼굴과 목 주위를 오가며 수염을 밀어버리는 데도 세상 편안하게 코를 골며 졸고 있는 남자가 많다.

 

그러고 보면 남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믿는 곳이 이용실인 것 같다.

거기만 가면 이상하게 잠이 온다는 남자들이 많다. 날카로운 가위와 예리한 면도기가 마구 휘 짓고 다녀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믿음인가? 이는 당연한 믿음이라고 하지만 남자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다.

 

친하고 가까운 사람을 믿다가 가끔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족집게 도사의 말처럼 맞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면 어쩌란 말인가?


반대로 여성들은 사람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를 더 믿는 편이다. 여성들을 일에서부터 해방시키고자 발명되는 가정편의 제품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밥하는 밥통, 빨래하는 세탁기, 청소하는 청소기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주부의 일손을 거들어준다. 이것들에게 여성들이 너무 고마움을 느낀 나머지 믿어버리게 된다.

 

먹던 음식 죄다 집어넣고 문만 닫아놓으면 절대 안심하는 냉장고, 이곳에만 집어넣으면 걱정 끝 망각시작인 안심박스다. 늘 걱정되는 남편도 이속에 집어넣을 수만 있으면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냉장고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일까?

 

모든 음식의 재료는 살아있는 생물이 주재료가 되며 이 재료나 이를 이용해 만든 음식물은 만들어 놓은 후에 시간이 흐르면 신선도 저하로 영양가가 떨어진다거나 상하게 된다.

 

우선 맛이 변하고 다음은 색깔이 변하고 서서히 부패되어 버리게 되는데 이것을 냄새로 눈으로 맛으로 먹을 수 없으니 먹어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당일 먹을 만치만 만들어 먹었었는데 냉장고가 있고부터는 식재료나 음식물의 부패를 늦추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여성들이 기계만능 믿음시대를 열었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물은 다 이곳 변하지 않는 창고로 들어가 쌓인다. 여기는 자칫하면 질서 잃은 보충대다. 언제 나가야 되는지 언제 들어와 있는 병력인지 모른다. 그러니 부엌에서 주방으로 자리 잡은 냉장고는 집 평수보다 더 빨리 몸집이  비대해져만 간다.

 

잘 모르긴 해도 냉장고 하나에 한 식구 열흘 이상의 비상식량을 비축해 놓은 가정이 허다할 것이다. 전시식량도 아닌데 말이다.

 

오늘도 알뜰하신 주부님은 손님을 위하여 고기를 사서 음식을 만드는데 다 쓰지 않고 아끼느라 절반은 잘라서 검은 비닐봉지에 넣고 야무지에 묶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언제 필요하면 써야지 하면서. 그러나 넣으면 안심하는 믿음 때문에 그 넣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려 언제 찾을지 모를 대기상태로 들어간다.

 

과연 이곳에 넣으면 유통기한도 정지되고 보관기간도 그대로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그야말로 그 마음 변하지 않고 있어줄까? 혹시 남자들처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나 않을까?

 

위의 글은 한낮 기우일 것이리라. 냉장고에 반출 표를 달아놓고 기록하는 야무진 주부님들이 더 많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에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분들이다.

 

음식이 잘 상하기 쉬운 이 여름에 냉장고보다 이분들이 더 믿음이 간다.

홍천인터넷신문(ejkim1111@naver.com)

출처 : 화양의 예맥 (넓은 내 洪川)
글쓴이 : drdol(돌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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