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관 계

돌 박사 2009. 6. 29. 10:16

 

 

                                               관   계

                                                 

                                                                                                                         석 도 익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화양강변 산책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침 문을 열고 달려가고 있다. 이곳 강변뿐이 아니다 두꺼비산 등산로에도 남산 등산로에도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등산으로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

 살기가 넉넉해지면 자신의 몸을 생각하며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게 마련이라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운동을 하는데 가장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운동일 것이다. 지자체에서도 이를 권장하며 산책로나 등산로를 만들고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지나치는 길 여기서 서로 교차하는 마음들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등산길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생면부지의 사람일지라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강가 산책로에서는 아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더욱 일상생활에서는 더하다. 심지어 고층을 운행하는 승강기 안에서 서로 벽면만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동승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먼 길을 여행하는 버스나 기차 안에서도 서로 어색한 관계가 되어 한마디 말도 없이 목적지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아는 사람이 없으면 풍요 속에 빈곤으로 적막강산이 된다.

 한번만 인사를 한 사이가 되면 우리는 아는 사람이 되는데 왜 그걸 못하는지 모를 일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만 했더라도 주차문제 때문에 심한 말다툼으로 오래도록 안 좋은 이웃 사이로 발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삼십 여 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친구가 처음으로 고국나들이를 와서 내게 한말이 생각난다.

 그 친구가 꿈에도 못 잊던 고국에 막상 와보니 자신이 낮선 외국에 온 것 같더라고 했다. 덩치 큰 사람들 하고 살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작아 보이는 것은 자기를 나무랐지만 너무 오랜 생활에서 달라진 자신의 습관 때문에 못살 것 같다고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진다고 했다. 고국에 오니 누구든 반가워서 아무에게나 미국에서처럼 인사를 했는데 여기서는 그게 화근이 되더란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상대방에서는 고개를 갸웃 둥하고 그냥 가 버리는 것은 그나마 좋은데 어떤 이는 빤히 쳐다보며 별 미친놈 다 본다는 기분 나뿐 표정으로 지나치던가, 더욱 민망한 일은 ?누구시더라? 난 누군 지 모르겠는데 나를 아쇼?? 하면서 다가와서 묻는 데는 민망할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도 어려서부터 우리관습에 젖어 살다가 갔으면서도 이렇게 생면부지처럼 느끼는 데는 우리의 예절이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통로가 너무 막혀있지 않은가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는 관계를 너무 중하게 여긴다. 어떤 관계가 없으면 무관심으로 지나치는 것을 예의로 알아왔고 근간에 와서는 그 관계마저 아주 밀접하지 않으면 아는 척도 않는다. 사람과 사람사이 서로 주고받는 인사에까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하고는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첫 인사를 하기가 힘들다. 어떠한 관계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자주 마주치는 일이 있더라도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관계도 아니면서 친절하고 수다스럽게 군다는 것은 양반이 되지 못했던 터인가?

 이제 경제적 경쟁력이 심화되면서 기업이나 상업 전략에 의하여 친절이란 대 명제 하에 행동의 첫 단계로 인사를 강제로 시키고 마지못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하는 예절을 기업체에서는 기계처럼 반복 훈련을 하고 있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인사는 어디까지나 기계적이며 상업적인 것에 불과하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을 불어넣는 그런 인사는 관계가 성립된 사이만이 인사다운 인사가 나누어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기 치기가 제일 쉽다고 한다. 사기꾼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아무에게나 인사 잘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고위층 누구누구와 절친하고 재력가 누구를 잘 안다고 큰소리치며 실제 그 사람을 만나 친한 척 인사하고 떠들어대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얼떨결에 대해주기 마련이고 이것을 먼발치서 지켜보던 약자는 믿고 의지하다 사기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기 당하고 땅을 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아닌가? 그것이 다 잘 알지 않고는 다정하게 인사를 하지 않는 관계의식에서 파생되는 결과일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나눈다면 사람사이가 얼마나 진실 되고 평화로워 질까?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다음에 또 만나게 된다면 자연 아는 사이로 관계가 성립되는데 하는 생각이다. 처음 만남이 이렇게 부드러우면 설혹 살아가는 와중에 서로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인사를 하면 친해지고 사회가 아름다워 지고 질서가 있고 서로 화합하는 원조다. 그래도 아무 관계도 없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하기가 쑥스럽다면 관계를 맺으면 되지 않겠는가? 사돈이라도 맺던가, 연인 관계라던가 친구라던가 아니면 이웃 사이로  고객 사이로 그도 아니면 사람과 사람사이라는 관계를 맺으면 될 것 아닌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 그리움을 못 느껴 그러지 않나하며 자성해 본다.

 산을 오르는 중에는 숨고르기도 힘들지만  등산하는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사람과 순간을 교차하지만 사람이 그리웠고 만남이 기뻐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눈다. 일순간 만나고 헤어지지만 옷깃을 스치는 인연일지라도 아름답다.

 등산길에서 이런 아름다운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와 생활하는 마을과 도심에서도 계속되어 누구든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생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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