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허균의 비극 “속된 선비들의 멍청한 짓 비위가 상해 견딜 수 없다” 한글로 쓴 최초의 소설 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저자 허균(1569∼1618년)은 홍길동에 가려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허균의 일생은 홍길동보다 더 극적이다. 허균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초당 허엽은 강릉의 토호(土豪)였다. 유명한 초당두부는 바로 허균의 아버지 호에서 유래되었다. 허균의 일생을 뜯어보려면 먼저 그의 역작인 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양반과 천민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서얼로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가출한 뒤 신출귀몰, 양반 고관대작을 조롱하며 골탕 먹이는 의적(義賊)이 된다. 허균의 일생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허균은 서자(양민첩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