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수필화)

돌아온 허수아비(2)

돌 박사 2008. 2. 26. 00:38

 

 이 땅에 초병으로

 

 하늘 우러러 보며 비를 기다리고 비가 너무 내리면 그만 오라 원망하면서도 하늘에 늘 감사하며 살아가는 농심(農心)은 태양에 그을린 얼굴에 땀 흘리며 가꾸었던 곡식이 그 힘들었던 만큼 풍요로운 결실로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며 보람을 느낀다.

 낟알 한 톨이라도 금 쪽같이 귀한 것을 새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이들에게 깡통을 들려 새 쫓아내라고 보내기도 했으나 부족한 일손을 대신해서 나무와 짚으로 인형을 만들고 떨어져 입지 않는 허름한 윗저고리를 입히고 헤어진 밀짚모자 눌러 씌워서 논밭에 새 쫓는 초병으로 세우니 이것을 우리는 허수아비라고 한다.        

 사람을 대신해서 사람들이 하여야 하는 일을 해주므로 붙여준 이름인데 왜 허수아비만 있고 허수어미는 없는 걸까? 우리나라 농촌 대대로 이어 농사를 지었으니 온 가족이 함께 일하고 농번기 때는 이웃이 두레로 일하였음으로 일손이 부족하지 않은 편이라 남정네는 논밭에 나가 일하고 아낙들은 음식은 만들어 들로 가져와야 하는 분업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므로 자연 농사일은 남자들의 일이라 허수아비도 남자만 만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허수어미를 만들어 놓으면 새들이 전혀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에 서일까? 그러나 가끔은 어린아이 같이 작게 만든 것은 허수라고 불러주어야 하나?       -이하 생략-

                                 석도익 작 수필 <허수아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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