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단편)

온-라인

돌 박사 2007. 7. 31. 16:02

 

  < 소  설 >

                      온  -  라    인


                                                석  도  익

아름다운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조용한 음악이 향기처럼 흐르는가 하면 따스한 볕이 감미롭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렇다고 배도 머리도 텅 비여 탈진한 상태의 무기력이거나 늦은 봄날 오후 배 불리고 등 눕힌 권태로움 같은 것도 아니다. 그저 이 이상도 이하도 모르는 그저 만족한 상태라고나 할까? 이것이 오히려 무의미하고 재미없어 배회하고 있었다.

웅장한 건물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군중들은 마냥 만족하던 표정이 아닌 무언가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런 눈빛들을 하고 웅성거리고 있다.

이 곳에 은행이 세워질 거라 하더니 이것이 그 은행이란 것인가? 이 은행이란 곳이 무었을 하는지 궁금하여 군중 틈에 끼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술렁이는 군중 앞에 우리들과는 좀 다르다 싶은 중년의 사내가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ꡒ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이 은행에 지점장으로 오게 된 9996입니다.ꡓ

이마에 글자가 찍혀 있는 사람들을 요즈음 들어 간혹 보게 되는데 지점장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자칭 지점장이란 사내는 시선을 내려 깔고 한 바퀴 둘러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ꡒ여러분이 떠나온 세상이란 곳은 잘 아시겠지만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원하는 영혼들이 많다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땅덩어리는 부족하고 먹을 것도 모자랍니다. 그런데다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살기만 하려고 합니다. 최첨단 수준까지 발달한 물질문명은 편리한 대신에 매일을 위험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야 하며 서로 싸우고 다치며 죽이는 아수라장이 되어 갑니다.  

땅을 넓이고자 달과 별까지도 정복했지만 그 곳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낭비만 하고 말았답니다.ꡓ

그는 소리를 높여 이야기하기가 힘든 듯 잠시 쉬고는 좀 낮은 목소리로 다음 말을 잇는다.

ꡒ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 돈이란 것이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는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벌려고 갖은 고생을 다 하다 돈이 모일만하면 어느새 늙어서 죽게 되니 너무나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은 뭐든지 부러운 것 없이 지내고 계실는지 는 모르겠으나 생전에 고생하여 모은 재산이 아까워서 죽기 원통하단 분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업계에서는 그 누구도 꿈에서도 상상 못했던 부분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제5차원의 영전(靈電)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ꡓ

다시 목소리가 커진 지점장이란 사내는 자기가 한 일처럼 자랑이라도 하듯이 다시 미소를 질질 흘리며 연설을 계속했다.

ꡒ여러분! 이제 세상과 이 곳을 연결하는 온-라인 망이 드디어 개통되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이 곳으로 돈을 부칠 수 있게 되었단 말입니다.ꡓ

ꡒ와~!ꡓ

군중들 속에서 박수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둘러보니 박수치고 함성 지르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낮 설어 보이는 이마에 지점장 같이 글씨가 새겨진 자들이고 나 같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리 지르는 자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며 돈을 가져다 무었을 한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ꡒ우리 지점을 통하여 보내오는 여러분의 재산을 성실히 관리해 드리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여러분에게 필요한 시설을 많이 만들고 최대의 서비스로 고객을 모시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 오니 많은 이용을 바랍니다.ꡓ

말을 마친 지점장은 군중을 안내하여 은행내부를 고루 돌면서 시설을 소개한다.

ꡒ이것이 세상과 연결된 온라인 계기입니다. 세상의 전류를 분해하여 영전으로 만들어 시간과 공간을 연결시켜 순간의 영광(靈光)으로 온-라인이 접속됩니다. 세상에서 입금시키는 돈은 고객 여러분의 개인 비밀구좌에 즉시 입금되어 언제든지 이 곳에서 통용될 수 있는 돈으로 찾으실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ꡓ

군중들의 호기심은 대단하여 지점장이라는 자에게 서로 질문을 하지만 워낙 서로의 말소리가 혼합되는 바람에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으며 지점장 또한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의 이야기만 소리 높여 계속한다.

ꡒ이제 여러분은 선택된 이 곳에서 부러울 것 없이 계시는데다 앞으로는 세상에서 보내지는 돈이 있게 되면 더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ꡓ

지점장은 세상과 연결된 이 곳에만 오면 뭐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 누구든 언제든지 찾아오기를 바란다. 는 말을 끝으로 자기 방으로 가버렸지만 군중들은 흩어질 줄 모르고 삼삼오오 모여서 건물 안과 밖에서 저마다의 이야기에 열중이다.

비취색의 하늘이 비춰지는 호수의 물처럼 잔잔하던 일상이 은행이란 곳에서 부 터 생성된 바람에 파도 일렁이는 바다의 모습으로 술렁이는 것 같았다.

여기 사람들은 영근 가을 햇빛에 곱게 단풍들 때 칠흑 같은 밤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지는 은행나무 잎같이 고운 모습처럼 아름답게 나이든 분들이다. 어린 아이들은 찾아볼 수 없고 젊은 사람도 극히 드물다.

내가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을 인식한 처음 모든 것이 궁금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묻고 다녔으나 제대로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어 방황하다 마침내 학자 같은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모습으로 보아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곳에 있었던 것 같이 생각되는데 긴 수염이 유난하게 엄숙하고 인자하게 보여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나는 아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ꡒ우리네는 어디 서건 만났던 인연이 있습니다. 허나 그것이 뭐가 중요하오? 돌고 도는 윤회인 것을…….ꡓ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는 나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는 그분은 모든 이치에 달관한 사람 같았다.

ꡒ선생님 저는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몰라서 무척 궁금합니다. 선생님은 다 알고 계실 것 같아 무례함을 무릅쓰고 여쭙는 것이 오니 말씀해 주십시오.ꡓ

ꡒ허허 나도 당신과 다를 바 없소이다. 그 심오한 이치를 어쩌다 터득하겠소이까? 모든 것이 마음 가는 대로 이루어지는데 그것만은 않되 더 이다.ꡓ

ꡒ그래서요?ꡓ

나는 성급하게 물었다.

ꡒ여기서 흔히 말하는 이승이란 세상에는 시간이 있어 세월이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고 하나 여기는 시간이라는 것이 없다오. 누구에게 들려주어도 될는지 모르겠소. 만, 이것도 옷깃 스치는 인연이라 지나가던 나그네의 넋두리라 생각하시오.ꡓ

그분의 말소리는 청아하고 부드러우며 귀를 거치지 않고 가슴으로  들어오는 듯 했다.

ꡒ당신도 여기에 오기까지는 수 만 번의 윤회를 계속했을 것이외다.

나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ꡒ여기는 아쉬움이나 미련도 사랑함과 미워함도 마음속에 조그만 욕심마저도 없이 모두 비워져야 비로소 환생해서 오는 곳이라 하오. 실체의 세상에서 말하는 영혼의 세계이지,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육체가 없는 영혼이니까. 먹지 않아도 되고 아프지도 않으며 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無의 세계에 있는 것이라오. 무엇이든지 생각하면 이루어지는 전능함도 가지고 있지요,  하긴 육체와 결합된 산사람이었을 때도 생각이 육체를 움직이게 하여 욕망을 이루려고 했고 이루기도 했지만 육체는 시간과 공간과 모든 조건을 갖추고도 한정된 일생을 부여했음으로 지나친 욕망이 생각을 그르치는 과오를 범하면서 살았을 것이 외다. 우리네 영혼은 씨앗과 같은지라 세상이란 밭에 지역에 따라 알맞은 특성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며 그것이 윤회하도록 삼라만상이 만들어 졌소이다. 한줌의 소금도 한 방울의 물이며 보이지는 않지만 한 점의 공기도 줄지 않고 늘지도 않으며 돌고 도는 것이지요.ꡓ

그분의 포근한 마음이 언어로 와 닿는다. 나는 아련한 꿈속에서 나의 과거 같은 환영을 바라보는 듯한 이야기 속에 내가 있었다.

ꡒ참! 재미있지 않소? 가령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원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일생에 재산을 많이 모았으나 그것을 즐겁게 써보지도 못하고 죽은 자는 재산이 아깝다 못해 한 이 되면 다음은 재산을 지키는 개로 태어나 도둑을 지키며 짖어 댄다는 말이요. 가난이 한 이 되어 죽은 자는 다시 태어나 열심히 일하여 부자로 살게 되고 원수지간이었던 자는 부부로 만나게 되어 평생을 싸우며 사는지라  미운 정이 고운 정으로 바뀌게 되어 원한을 풀게 되고, 빚지고 죽은 자는 다시 태어나 부모가 되면 빚 받으려고 잠 못 이루던 자가 그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빚 독촉하듯이 모두모두 받아내는가 하면 누구를 죽이고 싶다고 하던 자는 태어나서 기어이 살인을 하게 되고 맺지 못할 사랑을 하다 원혼이 된 자는 금술 좋은 부부가 되어 일생을 후회 없이 사랑하게 하니 이 어찌 인과응보가 아니겠소. 이토록 평범한 진리가 또 어디 있겠소.ꡓ

이제 그의 말소리는 멀리서 울려오며 영상으로 보는 듯 하다.

ꡒ그래서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은 이 억겁의 윤회 속에서 모든 한과 원이 모두 소멸된 사람들이라오. 세상에서 얼 키고 설 킨 인연을 모두 풀고 오직 자신 하나만의 영혼으로 있는 아무 할 일도 소망도 없는 어쩌면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재가 아닌가 하는 허무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소, 여기는 만족과 풍요로 가득 차 있으니까, 창조에서부터 지금 까지는 그랬었소. 하지만 서서히 그 불변의 진리가 파괴되고 있다오, 두고 보시오, 인간에게 무한의 두뇌를 가지게 한 창조주의 과오일 수밖에 없소.ꡓ

그분은 긴 이야기에 힘들어서가 아닌 걱정스러운 한숨을 길게 쉬고 좀 있다가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ꡒ세상은 몰지각하고 욕심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태만한 자들에 의해 모든 환경과 질서가 파괴되어 갑니다. 윤회를 해야 하는 생태계가 질서를 잃어가고 천상의 불변하던 진리도 구멍이 뚫리고 있다오, 인간의 영악한 욕심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으니 이 어찌 신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어처구니없소, 나는 이것을 알 게 된 것이 괴롭소, 나의 생각이 그릇되기를 나도 갈망하고 있소 당신도 내 생각이 전혀 황당하다고 믿지 말길 바라오. 그리고 당신이 자신의 주변을 보며 더 좋은 생각을 정립해 보시구려. 허 허허…….ꡓ

그분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계속 이어 질 것 같았으나 웃음이 멀어 져 놀라 바라보니 그는 이미 사라졌다.

은행이 들어오고 부터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어디서 모여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 오는 사람이 많아 졌다.

우리네는 전생에 무엇이 이었는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이 곳에 순간 나타나 여기에서 낟 설지 않게 지내고 있으나 요즈음 나타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마에는 글자가 찍혀있고 얼굴이 검붉었으며 욕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만 엄청 쏟아져 나오는 듯 하다.

내가 있는 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내는 여러 곳도 마찬가지라고 모이면 수군거린다.

조용하던 이 곳에도 심심치 않은 이야기 거리가 생기고 신기한 사건이 터져 사람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소용돌이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게 심상치 않았다.

이곳 사람들은 요즈음 나타나는 그들에게 별명을 붙여 부른다. 『번데기」들이란다. 그것은 아직 나방으로 환생하지 못한 미숙아란 뜻도 되는데 모든 윤회를 거쳐 해탈하여 환생한 우리네와는 다른 아직 더 많은 윤회를 거쳐야 되는 인간들이 바로 이 곳으로 왔다는 데서 기인된 것이란다.

나는 지난번 그 학자 같은 분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은행 문을 나서며 무언가 욕지거리를 하는 사내에게 다가가서 물어 보았다.

ꡒ저 뭐 물어봐도 되겠소?ꡓ

화가 잔뜩 난 얼굴에 처음 보는 터라 주저주저 하며 말을 걸었다.

ꡒ나 말이요? 뭐요?ꡓ

그는 귀찮은 표정은 아니나 무엇에라도 화풀이를 하던가. 자신의 욕지거리를 들어줄 상대라고 생각한 반가움마저 함께 뭉쳐진 시뻘건 얼굴을 내게 돌리며 퉁명스럽게 반문한다.

ꡒ왜? 그렇게 화가 나 있소ꡓ

우선 이상한 것이 그게 먼저였다. 처음으로 화난 표정의 사람을 보았으니까, 사내는 원 별 쓸데없는 녀석 다 보았다는 표정으로 한참 바라보더니 화풀이나 하듯이 언성을 높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ꡒ화가 나지 않게 되었소, 내가 일평생을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쓸 것 못쓰며 악착 같이 욕먹어가며 많은 재산을 모아놓고 그것 하나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병들어 죽게 되었는데 마침 저 세상에다 온라인으로 송금해 놓고 죽으면 그 곳에 가서 찾아 쓰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기에 내 재산 반만 부치려고 은행에 가니 아 글쎄 이 날도둑놈들이 온라인 송금료를 송금액에 절반이나 내라지 뭐요. 그러니 얼마나 황당하오, 그래서 송금료를 너무 받지 않느냐고 따지니 원래 온라인 개설하는데 너무 많은 투자를 해서 그렇다나. 그리고 하는 말이 지금 당신 같이 저승에 송금하려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바쁘니 다음에 오라지 않소, 죽일 놈들! 내일모래 하는 병든 늙은이를 그렇게 하는 법이 어디 있소?ꡓ

ꡒ그래서 어찌 했나요?ꡓ

ꡒ그래서 줄에서 밀려나. 심통해 있다가 객장에 모인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죽은 뒤 자식들이 부모에게 보내는 송금료는 효도 차원에서 정부가 송금액의 오십 퍼센트를 보조해주는 제도가 있다기에 아들놈에게 나 죽은 뒤에 그렇게 해 달랬더니 염려 말라고 그렇게 한다고 하기에 믿고 그만 두었더니 내 죽은 지 오래 되었는데도 한 푼도 송금 되지 않아 지금도 송금되었나. 가보니 아직 안 왔다나. 우라질! 온걸. 안주는 건지 아들놈이 지가 쓸려고 안 보낸 건지 믿을 놈이 있어야지 젠장!ꡓ

그는 화풀이를 내게 하여 조금은 시원한지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 졌지만 끝에는 욕을 달았다.

ꡒ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ꡓ

ꡒ아 여기 오려고 꽤 혼났다오. 나는 죽은 뒤 모든 영혼들이 모여 다시 윤회를 기다리는 군대로 치면 보충대 같은 데로 갔지요, 거기는 생명이 있던 모든 영혼들이 자신들의 생각에 의하여 다시 윤회한다는데 나는 죽기 전에 그 정보를 알았지 않소, 그래서 나는 천국이라고 하는 이 곳으로 가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니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와보니 정말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소. 이 곳에는 나보다 먼저 온 친척도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는 모두 인연이 없는 아주 무미건조한 것들만 마냥 흐물흐물 지내는 줄 알았다면 왜 왔겠소. 차라리 다시 내 재산이나 지키고 사는 개로 태어나는 게 나을 것인데 염병!ꡓ

모여 있던 사람들 속에서 이자의 말을 듣고서 어떤 여인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가소롭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거들고 나선다.

ꡒ에이 여보 시요, 그런 말마이소, 지금 집 지키는 개가 어디있습디꺼? 옛날 일이요 요새 개는 애완용으로 꼬리나 흔들던가. 몸보신용으로나 쓰이는데 누가 개로 태어난단 말 인교. 차라리 곡식이나 훔쳐 먹는 쥐로 태어난다면 모를 끼 구마. 호 호호…….ꡓ

그녀도 요즈음 새로 온 번데기 같다. 바코드가 선명하게 이마에 찍혀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들은 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들은 마냥 호기심을 가지고 무리 지어 따라다니고 있었다.

내가 이 곳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어디서 아주 오래 전부터 가깝게 지낸 사람 같은 느낌이 들던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도 나와는 남 같지 않고 정이 간다고 했다.

그녀는 앞서 가는 일이 없고 아무리 궁금해도 먼저 말하는 법이 없었으며 언제나 다소곳해 바람한점 일지 않는 조용한 미소로 말하고 웃음으로 행동하는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나와 같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더니 그녀도 많이 변하고 있었다.

ꡒ저 우리는 전생에 어떻게 지냈을까요? 우리는 전생을 전혀 모르고 생각도 안 나는데 저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ꡓ

엷은 떨림이 사랑스럽다.

ꡒ그러게 말입니다. 하여간 무언가 반갑지 않은 일들이 이 곳에도 일어나는 것 같은데. 우리도 전에는 이런 의심이란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요.ꡓ

ꡒ네! 맞아요. 나도 요즈음 들어 이상해져 가는 것 같아져요 그렇지요?ꡓ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무엇이라고 딱 부러지게 이것이로구나 하는 것도 아닌 불안 초조감이 자꾸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왠지 바빠졌다. 어디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달려간다. 그리고 그들 틈에서 새로운 것을 듣고 보는 일로 지낸다.

은행에는 언제나 사람이 득실거리고 있다

정말 우연이다. 은행 앞을 지나가려는데 문을 나서던 한 사내가 나를 쫓아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ꡒ지점장님! 김 지점장님!ꡓ

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그는 벌써 내 앞에 와 있었다.

ꡒ혹시 김 지점장님 아니십니까? 아~맞는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ꡓ

ꡒ나 말입니까?ꡓ

ꡒ예 나를 모르시겠습니까? 왜 있잖아요. 그 은행에 많은 돈을 예금하던 전금생 입니다.

ꡒ나는 잘 모르겠는데요.

ꡒ아~ 참! 그렇지. 지점장님은 우리와는 다르지 전생을 모르는 환생하신 분이니 우리 번데기들을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을 그랬구나.

그는 당황 하면서도 내가 자기를 몰라본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자기는 재벌인 아버지 덕분에 젊은 나이에도 많은 돈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것을 전생에 내가 다니던 은행에 예금해 놓고 수시로 사채놀이를 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자기의 부친은 노랑이 소리 들어가면서도 그 많은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고스란히 자식인 자기 것이 되었는데 자기역시 이 많은 돈을 쓰지도 못하고 늙어 버린 게 억울하여 하던 차에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개발하던 저승을 잇는 온라인 시스템이 성공하는 바람에 자식들이나 아내 몰래 거액의 현금을 자신의 저승계좌를 개설하고 송금을 했는데 이것을 알게 된 아내와 자식들이 병든 자기를 내쫓아 버려 말년에 재벌인 자신이 아이러니 하게도 행려 자가 되어 어느 길가에서 추위에 얼어 죽었다는 것이다.

ꡒ정말이지 한심합디다. 인생이란 것이, 그러나 그러기를 잘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죽어서 돈 한 푼 없는 알거지로 지낼 것 아니겠소. 자식이나 아내가 죽은 내게 한 푼이나 보내 줄 것 같아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집과 땅이 얼마인데 그것도 모자라 내가 송금한 현금마저 아까워하는 것들이 아니요. 다 믿을 놈 없우. 오르지 돈밖에는. 그렇지 않수?ꡓ

ꡒ돈은 많이 가지고 왔다면 그것을 뭣할 건데?ꡓ

나는 그것이 궁금하여 물어 보았다.

ꡒ아니 지점장님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지점장님께서 이럴 수가…….ꡓ

생전에 그가 부러워하던 은행의 지점장이라 이런 맹추 같은 질문에 그도 깜박했던 모양이다.

ꡒ이 곳에서는 여태껏 돈이란 것을 모르는데…….ꡓ

ꡒ아 참! 그렇지, 아무리 이야기해야 모르실 거니까 직접 보여 드려야 하겠군요. 갑시다. 이렇게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는데 우리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소.

그가 반가워하니 나도 좋았다.

ꡒ고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ꡓ

ꡒ정말 반갑소. 죽었던 여편네가 살아와도 이리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같이 지내며 즐겁게 보냅시다.

전 금생은 세상 사람들이 하듯이 손을 붙잡고 가려하나 잡혀지지 않으니 계면 적게 웃으며

ꡒ우리 저리 가봅시다. 마침 돈도 두둑하게 찾았으니ꡓ

우리가 찾아 간 곳은 밀실이 다닥다닥 즐비하게 들어있는 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저마다 다른 방으로 숨어버린다.

전 금생이 밀실 문 앞에서 조그만 구멍에다 돈이라는 종이쪽지를 밀어 넣자 문이 열리며 분홍빛 불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방안으로 우리는 빨려 들듯 들어섰다.

ꡒ여기가 우리들의 전생을 볼 수 있다는 곳입니다. 세상의 영화관이나 비디오 방 같은 곳인데 이제 지점장님의 바로 전쟁이 여기 화면에 나올 것이니 잘 보십시오. 나는 바로 전생은 기억에 있으니 볼 필요 없고 지금 내 아내나 자식 놈들이 무었을 하나 다른 방에서 보고 올 테니 보고 나오쇼ꡓ

ꡒ같이 있으십시다ꡓ

나는 불안하여 같이 있자고 했으나 그는 개인의 사생활이라 안 한다며 자기도 나의 전생에 출연할 것이니 잘 보라며 나갔다.

어두운 방에 혼자 있자니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갑자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환한 빛이 나의 앞에 비춰진다.

심술이 두껍게 묻어있는 노파와 중후한 중년의 남자 그리고 후덕하게 생긴 부인과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입을 비질거리고 있는  가냘픈 여인이 둘러서서 내려다보고 있고 그들 가운데 노인이 누워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것은 분명 나였다, 그리고 이들은 마누라와 아들 며느리 그리고 서럽게 우는 것은 딸인 것 같다. 나의 일생을 죽음에서부터 거꾸로 보여주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다투면서도 사랑했던 아내 무던히 속 썩였지만 마냥 귀여운 아들과 딸이 자라는 모습 힘겹게 일하던 나의 청년시절 그리고 가난하던 유년시절들이 비디오를 역순으로 고속 탐색하듯이 내 일생이 편집되어 상영되고 있었다.

거기에는 전 금생이 말 한대로 그도 내가 근무하던 은행에 자주 나타났기에 그가 거짓이 아니고 지금 나의 전생을 비취어지는 것이 진실임을 믿게 하고 있었다.

ꡒ어떠쇼? 지점장님의 전생을 보신 감회가?ꡓ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 금생이 내가 나오자 웃으며 의기 있게 물었다.

ꡒ정말 이상합디다. 어떻게 내가 전생에서 그렇게 살았는지 기가 막히는군요.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요?ꡓ

ꡒ말도 마셔. 아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여기서는 모르지만 세상에서는 정말 굉장합니다. 돈을 벌 수 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단 말입니다. 그 누가 이 곳까지 돈을 송금할 수 있을지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ꡓ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동지가 생긴 것이 너무나 기분이 좋은지 자못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ꡒ그 뿐만이 아니랍니다. 세상에 있을 때의 소문으로는 종교계에서도 이 곳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믿고 기도하고 헌금하면 이 곳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을 준다는 이야기를 나도 들은 적이 있고 어떤 이들은 여기로 오기 위하여 광신도가 되어 있다고들 합디다.

이제 그것도 실현된다면 번데기 인간들이 물밀듯이 올 것이니 여기도 시끄러워 질것 같지 않습니까?ꡓ

ꡒ그리 되면 큰일이지요.

ꡒ하긴 큰일일 것도 없어요. 어차피 살아있는 놈들의 머리를 따라 갈 수 는 없는 것이니 저들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하나의 도구가 되겠지요. 이 곳도ꡓ

그는 태연한 척 하면서

ꡒ참 우리 재미있는 곳으로 한번 가 보시겠소?ꡓ

ꡒ재미있는데?ꡓ

ꡒ예 여기서도 약삭빠른 놈들은 세상과 연계하여 돈 벌기 위하여 아주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있답니다. 아까 보신 것만 하더라도 대단하게 비싸게 받는 것인데 그렇게 장사가 잘되지 않습디까?ꡓ

ꡒ하긴 그렇더군요. 헌데 전 사장님 돈을 내가 많이 축내서 되겠소?ꡓ

돈이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던 나도 전 금생이 내주어 보게 된 나의 전생을 생각하며 그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한 말이다.ꡓ

ꡒ그러실 필요 없우. 내가 가지고온 돈만도 많아요. 그리고 지점장님 자식들도 아버지 쓰라고 송금시켜 줄 것 아닙니까?ꡓ

ꡒ자식들에게 빚만 짊어 지켜 주고 죽어버린 내게 자식들이 무슨 힘으로 거기까지 바라겠어요.ꡓ

ꡒ하긴 그렇기도 하겠네요, 지점장님은 욕심이 없으신 데다 좋은 일만 하시느라 벌어놓은 재산이 없으실 것이니 사모님이 노후에 고생하셨고 자식들도 살기가 힘들겠군요. 요즘은 부모재산 물려받지 못하면 일어나기 힘들다고 합디다. 참! 그리고 보니 전생을 본다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닐 듯싶네요.ꡓ

ꡒ그런가요?ꡓ

ꡒ자 그만 잊어버리고 우리 즐거운 곳으로 갑시다.

그를 따라 간 곳은 아주 호화스럽게 치장한 넓은 홀이 가운데 있고 옆으로는 은밀한 방들이 즐비하게 있었으며 벌써 많은 남녀들이 모여서 흥청거리며 이상한 교성을 지르고 알코올냄새가 연기처럼 자욱한 속에서 춤들을 추는지 몸을 비비 꼬는지 알 수 없는 행동으로 그들은 우리들이 들어가도 모르든 듯 제할 짓들을 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아주 선정적으로 아름답게 차리고 갖은 교태를 부리며 거들먹거리는 사내들 옆에 붙어있는 것들이 여러 군데 보인다.

ꡒ이 곳은 세상에서의 술집 같은 곳인데 술에 취할 수 도 있고 저 여자들과 섹스도 즐길 수 있는 곳이랍니다.ꡓ

ꡒ아니 어떻게 술을 먹고 섹스를 한단 말입니까?ꡓ

ꡒ하 하하 아니 왜 못해요 여기서는 여기 나름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놓고 돈 받지 그냥 돈만 벌 수 있답니까?ꡓ

전 금생은 순진한 내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ꡒ저기 여자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십시오.ꡓ

ꡒ뭐하게?ꡓ

ꡒ뭐하다니요? 이제부터 재미있게 노는 것이지요. 재들은 돈 벌기 위해 이 곳에 온 애들이라 뭐든지 끝내줍니다.ꡓ

ꡒ뭐 하는 사람들인데?ꡓ

ꡒ그건 이따가 재들에게 물어 보시고요ꡓ

나에겐 나직하고 빠르게 말하고는

ꡒ어이 거기 69번과 96번 아가씨 이리 와요ꡓ

한쪽 모서리에서 요염하게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여자들 중에서 내가 아까부터 많은 시선을 보내던 아가씨와 그 옆에 있던 아가씨를 불렀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얼른 일어나 우리에게로 다가와서 목례를 하며 애교 있게 웃는다.

ꡒ어머 전 사장님 또 오셨네.

ꡒ그래 보고 싶어서 또 왔다. 이분은 은행 지점장님을 하시던 분이이고 우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이니 잘 모셔 식스 나인ꡓ

96번이라는 여인은 전 금생을 아는 듯 한 호들갑에 전 금생은 어깨를 세우고 큰소리로 떠들며 69번 여인을 내 옆으로 앉게 한다.

ꡒ식스 나인입니다. 지점장님!ꡓ

내가 눈을 맞추던 여인은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우리는 조그만 방으로 안내되어  마주 앉아 서로 바라보며 놀게 되었다.

전 금생은 이 곳에 자주 왔는지 능수능란하게 리드해 나갔다.

여자들은 노래하고 춤도 추었으며 우리들은 독한 술 냄새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의식이 몽롱해지면서도 그녀들을 따라 노래도하고 춤도 추며 뒤엉켜 놀았는데 나는 처음 느껴보는 이런 것에 대한 두려움과 즐거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전금생과 그의 파트너가 곯아떨어진 다음에야 정신을 가다듬고 옆에 있던 여인에게 물어 보았다.

ꡒ저 아가씨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ꡓ

ꡒ선생님 그런 것은 뭇지 않는 것입니다ꡓ

ꡒ그래요 미안해요, 나는 무엇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몰라서…….ꡓ

정말 미안해하는 나를 보자 그녀는 웃으며

ꡒ아 참! 선생님은 이 곳이 처음이신 것 같네요? 여기는 환생되신 분들은 오지 않지요. 아니 못 올 것입니다. 그들은 돈이 없으니까요, 여기는 돈을 많이 가지고 왔거나 송금을 잘해주는 가족을 둔  졸부나 사장님들이 돈 쓰러 오는 곳이고 우리들은 세상에서 돈에 한이 맺힌 일이 있어 그 한을 풀고자 여기서 닥치는 대로 돈 벌러 온 것이지요. 우리는 돈을 벌어서 그들과는 반대로 세상으로 송금해서 우리들이 진 빚을 갚으려고 해요.ꡓ

ꡒ아가씨는 아름다운데 어쩌다 그리 되었소?ꡓ

ꡒ예쁜 게 죄였지요. 남들이 아름답다는 말에 있는 멋없는 멋 다 부리다 카드에 월부에 빚지고 은행돈 빼내 쓰다 들통이 나는 바람에 자살했지요. 다음에는 아름다운 꽃으로 살까도 했어요. 그러나 요즈음 세상은  꽃도 제 운명대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고 있다 싶어 차라리 빚이나 갚아 지은 죄나 홀가분하게 하자고 이 방법을 택했는데 여기서 다시 죄를 짓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요.ꡓ

ꡒ정말 기구한 운명이군요. 그러면 아가씨는 세상에 있을 때 은행에서 일 한 적이 있었소?ꡓ

ꡒ예, 돈 알기를 우습게 알았지요. 내 돈도 아닌데…….ꡓ

ꡒ나도 세상에 있을 때 은행의 지점장 노릇을 하였더군, 참! 인연이요ꡓ

ꡒ어머나 그러네요. 어떻게 세상에 있을 때 일을 아셔요. 아~ 거기 갔다 오셨구나, 전생극장, 그렇지요. 나도 세상에 있을 때 전생 점을 보았는데 내가 뱀이었대요. 글쎄 아이 징그러워 그 전생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이 곳은 맞는 것 같아요?ꡓ

ꡒ 맞는 것 같습디다 직접 내가 보입디다. 글쎄ꡓ

ꡒ그러면 진짜겠네요. 우리 이제 그런 이야기 그만하고 우리 이것도 찡한 인연이니 사랑이나 해요. 네!ꡓ

ꡒ사랑?ꡓ

ꡒ네! 사랑이요. 세상에서는 육체로 사랑을 하기 때문에 좀 지저분하지만 우리들의 사랑 법은 아름답고 짜릿해요 특히 임신할 염려도 없고요.ꡓ

ꡒ어떻게 하는 건데?ꡓ

ꡒ선생님이 하시고 싶은 대로 마음 놓고 나를 가지면 되는 거 에요. 나도 선생님을 가지고 동시에 생각이 일치되면 오르가슴을 느끼며 쾌락이 선생님이 내신 돈만큼 지속됩니다. 아까 그 사장님이 돈은 이미 내셨으니까 선생님은 사랑만 하면 돼요.ꡓ

그녀는 내게 감기듯이 겹쳐지며 파고들었다. 따듯하다 싶어지며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짜릿한 흥분이 감미롭게 퍼진다.

ꡒ아~으~음~ꡓ

그녀의 가냘픈 신음소리가 더 자극한다.

나는 신음에 가까운 그 여인의 교성을 들으며 서서히 그녀를 가지고  싶은 충동으로 그녀의 깊숙한 부분으로 마음을 움직여 가고 있었다.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는 팽팽한 기대감의 흥분은 숨을 죽이고 다시 낮은 곳으로 강하하는 아찔한 전율이 마음을 감전시키는가 하면 구름 위에 오른 듯한 포근함이  때로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는 짜릿한 쾌감이 모든 것이 정지되는 환상이 그리고, 깊은 안개 속으로 빠지는 무아지경에 무지개 색깔이 빠르게 뒤섞이며 빙빙 돌아가고 끈적끈적 한 정액 속에 뒤엉켜 나른하게 젖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 자신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와 무엇인지 모를 강한 욕망이 충동질하며 나를 밀고 나오려는데 나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한번 사랑을 해보고 즐거움을 알고 나니 또 한번 하고 싶은 충동에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술집에서 하던 대로 사랑 법을 가르쳐 주었다.

ꡒ내가 요즈음 많이 달라져 가고 있지 않아요.

ꡒ선생님도 그렇고 나도 내가 이상할 지경이에요ꡓ

처음에는 내가 이상하게 변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고 하였으나 자주 사랑놀이를 하면서부터는 수줍어하던 그녀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이 나를 민망하게 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녀는 나와 함께 있지 않고 다른 데서 있을 때에 자신이 격은 일에 대하여 모두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그녀도 어떤 남자와 사랑을 해 봤다고 한다.

그 남자는 돈이 많아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해준다고 자기와 같이 있자고 까지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질투를 느끼기까지 했다.

우리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번데기들이 이 곳에 모여들기 시작하고 그들이 차려놓는 각가지 사업체들에 의해 그들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쩌다 돈 많은 이들이 잠시 맛보기로 보여준 재미거리며 사랑놀이에 푹 빠져 들어 더 즐기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고 급기야 남의 돈을 훔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허나 그것이 나쁜 일인지 좋은 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 곳에는 자기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질서라는 것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요즈음처럼 혼미한 때에 어느 것이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 당연 하기도 하다.

언제 왔는지 그녀가 반갑게 웃는다. 언제 보아도 아름답기만 하다.

ꡒ아! 예, 어디 갔다 왔어요?ꡓ

ꡒ누구와 만나 이야기 하다 왔는데 그 사람은 어느 종교 재단에다 돈을 내고 이 곳에 오는 티켓을 받고 왔대요. 글쎄ꡓ

ꡒ그 소문이 진짜 실현되는 모양이 구려ꡓ

ꡒ그렇게 말이에요. 참!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ꡓ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앉아있는 앞으로 한 무리가 뛰어가며 소리친다.

ꡒ도둑놈 잡아라!ꡓ

ꡒ저놈 잡아라! 저놈이 내 돈 채 가지고 달아났다!ꡓ

실체도 없는 영혼들이 어찌 잡는다는 것인지 좇고 쫓기는 것이었다.

이 때다. 앞서 뛰어가던 사내 앞에 갑자기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으며 반가웠다. 그분은 언젠가 나에게 처음으로 이야기를 해주던 분이었으며 쫓기는 사내 앞을 두 팔을 벌리고 막아서 있는 것이었다,

  쫓기던 자도 쫓는 무리도 모두 제자리에 서고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ꡒ여러분! 지금 이 사람은 아무 쓸모도 없는 돈을 저 사람에게서 훔쳐 달아나고 있었습니다.ꡓ

그 분은 벌리고 있던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쩌렁 쩌렁한 목소리로 여러 사람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그러자 모여 있던 군중 속에서는 온갖 욕설이 난무하게 이어졌다.

ꡒ저 놈을 추방하자!ꡓ

ꡒ도둑놈은 죽여라!ꡓ

ꡒ자! 여러분! 진정 하십시오. 지금 우리들은 어려운 시련에 들었다는 것을 깨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우리들이 냉철하게 생각해야할 때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들이 부족하고 넘치는 것이 무엇이 있으며 불안하고 초조함이 어디에  있었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그러나 근자에 와서 여러분들 모두는 무엇인가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심지어 환생한 아름다운 마음에 검은 욕구가 싹트고 있는 것을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이제 세상에 산 자들이 편하고 풍요로움 속에 쾌락을 즐기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많이 갖기 위하여 온갖 짖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멸망할 지경에 이르러 있습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마음만을 가지고 환생하여 오게 되어 있는 이 곳에 환생하지 않고도 이 곳에 온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나무를 잘라내 벌판을 만들고 산을 허물어 도시를 세우고 게으름으로 공기는 더러워지고 강물은 썩어갑니다. 이 곳에서 살아가야하는 생명들은 다시 어떤 것으로 윤회를 거듭할 것이며 모든 동식물들이 각자 자기의 소임대로 살지 못하게 인간들이 바꾸어 놓고 있으며 자기들 역시 남자와 여자의 구분마저도 못할 지경으로 뒤죽박죽 바꾸어 저들의 소임도 다 못하며 축복받고 태어나야할 아이를 저들 마음대로 낙태 시키는가 하면 복제 인간까지 만들어내는 실로 가공할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고 죽이는 전쟁은 끊임없고 그들이 만든 무기는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을 모두 날려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사실은 억조창생이 차단 연속적으로 계속 이여 져야 하는 윤회의 역사를 멸망케 하는 가공할 짓이 살아있는 자들이 사는 세상은 물론이 거니와 영혼이 조용히 지내고 있는 이 세계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그들은 神이 베푼 혼의 두뇌를 악용하여 천륜을 어기고 이 곳과 온라인망을 연결시켜 욕망의 산물인 돈을 유입시킴으로서 저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같이 오염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십니까? 여기에 돈이 유입되고 돈을 쓰게 하는 각종 퇴폐된 상업이 성업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이 영혼의 세계마저도 산 자들에 의하여 오염되고 여러분은 그들의 노예가 될 것이며 결국은 이 곳도 저들의 유흥장이 될 것이 뻔한 일입니다.

여러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초월한 영혼들입니다.

저들과 같이 어울리고 저들에게 속는다면 최후의 낙원인 여기도 오염 되여 세상의 지구처럼 오존층이 파괴되는 사태가 여기에는 더 빨리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창조주도 어찌하지 못하는 재앙인 것입니다. 윤회의 톱니바퀴에 몇 개의 톱니는 빠져가지만 아직은 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최선을 다하여 자신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ꡓ

ꡒ옳소!ꡓ

ꡒ와~! 와~!ꡓ

구름같이 모인 관중들은 그분의 말을 숨을 죽이고 듣고 있다가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ꡒ정말 맞는 말씀이네요. 그렇지요? 그런데 저분은 누구시지요?ꡓ

옆에서 그의 말을 열심히 듣던 그녀가 상기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ꡒ그렇고말고요. 이대로 나가다간 저분 말씀 같이 될는지 모르지요. 저 분은 벌서부터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래 전에 만났을 때 도 저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ꡓ

운집했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이마에 바코드 찍힌 번데기들만 모여서 저들끼리 무엇인가 대책을 논의 하는 것 같은데 그들의 모습에는 걱정마저 진하게 덮여 있는 듯 했다.

깊은 생각 속을 헤매는 내게 그녀의 마음이 살포시 감겨오는 것을 느끼자 이미 익숙해진 육욕으로 더워지고 있는 나 자신에게 화들짝 놀랬다. 나는 이미 타락해 있다는 생각에 더럽게 물들기 시작하는 마음 한줌을 세차게 뜯어내 허공에 흩뿌렸다.

ꡒ가라! 가! 나 아닌 나는!ꡓ

사위가 조용해지고 요즈음에는 듣지 못했던 음악이 감미롭게 울려 퍼진다,

녹색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향기가 냇물 같이 흐르고 허공에는 무지개 색으로 오선이 그려져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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