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작품

통화 중

돌 박사 2007. 3. 2. 21:03
 

< 수필 >


                             통  화  중


                                               석 도 익


지난날의 기억이다.

경찰서에 심부름을 갔다가 화장실 볼일이 급해 노크를 하였는데 안에서 “통화 중”이란 여자의 다급한 말이 들리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전화가 군 단위 시골에는 보급되지 않고 우체국에 가서 시외전화를 신청해서 상대지역 우체국과 연락 후 상대방을 호출해서 통화하는 수단이 있었고 군청이나 면사무소의 행정전화나 경찰서 경비전화가 있을 뿐이었다.

경찰서에도 전화교환 실을 두고 교환원이 교환선으로 원하는 지파출소나 상급기관에 연결해 주었는데 이때 상대방이 이미 연결되어 있으면 통화중이라고 답변해 주던 습관 때문에 다급한 노크소리에 놀란 교환양이 무의식중에 “통화 중”이라고 했던 것이다.

모든 동물들은 저마다 잘 듣기 위하여 머리의 중요한 위치에 안테나처럼 세워져 있다. 사람도 얼굴 양옆에 조그만 소리라도 다 걸려 들을 수 있게 귀를 만들어 놓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멀리 들을 수 있는 귀를 에디슨이 발명한 것이 전화였으니 이후 우리 인간의 귀는 무한대로 멀리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전화가 부유층 일반인들에게 보급되면서 사고 팔수 있었던 백색전화가입권은 재산목록으로 채권채무에 압류대상이 되기도 하였는데 이당시만 하더라도 전화기에 달린 손잡이를 돌려 발전을 일으키게 하여 신호를 보내고 교환원이 이를 받으면 어디를 대달라고 하여 연결해주던 수동식으로 교환원과 고객 사이에 언쟁도 많았지만 전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의 상징이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청색전화가 청약순서에 의하여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 필자도 거금을 들여 전주를 몇 개나 사서 세우고 서야 집에 전화를 개통하던 날 아내가 그렇게 기뻐하던 모습을 처음 본 것 같았다.

외딴집에 혼자서 무서움에 떨며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인 나를 위하여 저녁밥이 식을세라 조바심하며 온갖 공상 속에 기다리고 있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후 전화 때문에 나의 시간도 줄어들고 나의 자유 또한 전화선으로 붙잡아 매어있게 된 것 역시 전화 때문임을 알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공전식 전화가 반자동 다이얼로 변하고 다이얼도 돌리기 귀찮아 버튼으로 바뀌었다. 붙박이 유선전화의 시대는 이제 책상위에서 멈추어져 있는데 이어서 삐삐가 젊은층을 공략하고 카폰이 재벌고급승용차에 장착되는가 하더니 그것도 잠깐 무선 휴대이동전화 시대가 개막되었다.

전화선이 필요 없는 무선시대! 언제 어디서나 어디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전화기 그야말로 가지고 다니는 전화국이고 통신사임에 틀림이 없다.

가족이 지구상 어느 나라 어느 곳에 가있더라도 전화로 이야기 할 수 있고 점포 없이도 상점을 운영할 수 있으며 문자 편지에서부터 인터넷 심지어는 티브이 시청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조그만 휴대폰 하나에 쓸 수 있는 기능이 무궁 무진 함으로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은 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힘들이지 않고 잘 살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과학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보다 빨리 갈 수 있는 발과 다리를 위하여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들어냈고 보다 많은 일을 하기위한 손의 역할을 하는 각종기계가 만들어지고 귀와 눈은 더 멀리 것의 정보를 듣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통신매체인 지금의 아이티 산업을 발전시켰다.

주머니 속 이동전화만능기기에서 시간도 알려주고 주인이 무었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이야기도 하고 가끔 장사치들도 방문하고 은근한 핑크빛 문자편지도 온다.

지금 세상은 나와 “통화 중” 이다.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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