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인정과 아량

돌 박사 2024. 3. 31. 21:02

< 인생 칼럼 >        

        인정과 아량

      소설가  석 도 익

  우리는 사랑보다는 정이 많은 민족이었다. 사랑은 하면 되지만 정은 드는 것이기에 긴 세월의 삶속에 눈물도 많고 한도 많았을 것이다.

사랑에는 불만 붙이면 타오를 수 있지만, 정은 숙성기간이 필요하기에 서로 얽히고 설키어 살아가며,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여 미운정이 고운 정으로 들으니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들어버린 그놈에 정 때문에 정을 끊을 수 없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정이 있기에 아량과 인정이 일상화된 우리네 삶에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고 하는 말도 있고, 정 때문에 용서도 하게 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책임을 묻되 그 책임이 무겁고 힘겨울 까 염려되어 아량을 베푸는 마음으로 책임을 지라했다.
지고 있으면  덜 무거우니까 그런가 하면 학생폭력을 학교폭력이라 해주기도 한다.

엄격한 법에도 눈물이 있다 한 것이 징역형을 내리면서도 그를 초과하는 기간으로 집행유예를 해주기도 하는가 하면. 죄를 지은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지은 죄는 공소권 없음으로 면죄부를 준다. 미워했던 사람도 사망하면 모든 미움을 덮어버리고 그의 명복을 빌어 주는 것이 살아있는 자들이 죽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베푸는 선심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태초에 인간에게 심겨있는 인정이요 또한 살아가면서 얻어지는 아량이고 인성에서 얻어진 따듯한 정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한다하고 정은 든다고 하는데,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게 되고, 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기만 한다. 헤어지려면 정을 떼어야 하는데 가슴 아프게 정을 떼어도 미련은 남는다. 그러나 죽도록 사랑하다가도 어떠한 사유에 의해 헤어지면 미움은 더하고 서로 원수가 되기도 한다.

산업화되고 선진화된 현대에 와서는 정보다는 사랑이 앞서는 모양새다.

사랑이 깊어지면 언제 끝이 보일지 몰라 불안해서인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했지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갚아야 한다고, 무엇이 그리 억울하고 분한지 이를 갈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많아진다.

주차문제로 이웃사람끼리 싸움이 벌어지고 층간 소음으로 살인이 난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손해 볼 수 없다. 또한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미움도 군중심리 속에서는 더 뜨겁게 달아올라 거친 시위에 돌입하여 이성을 잃는다.

오죽하면 그러했겠나 하는 아량의 미덕은 사라졌는지 친일했다고 그들의 글이 삶에 지표가 되리라며 천년의 비를 세워 놓았는데 이마져 뽑아 땅속깊이 묻어버리는 군중의  분노는 무엇을 말하는가. 왜 이리 악해지고 있는가, 북쪽에서는 이제부터는 한민족이 아니라고 독기를 올리고 있어 이 독이 전이되는 것 같아 섬뜩하다.
법에도 눈물이 있어 정상을 참작한다 하는데 가슴에 정이 없으니 눈물도 메말라 인공 눈물을 넣어가며 사랑한다고 연극하듯이 하지만, 실상은 미워하고 저주하며 뭐가 그리 억울한지 물고 뜯는데는 정치판이 더하다.

왕조시대에나 있었던 사후에 나라에 모반한 죄가 밝혀져 내려지는 형벌이 부관참시(剖棺斬屍)라고 하는데, 시체를 파내서 또다시 시해해야 한다는 분풀이 형벌이다, 작금에 전직대통령을 두고 어느 국회의원 나리께서 제안하려했단다.
인터넷상에 오픈되는 말과 말에는 소름끼치는 악담까지 서슴없이 댓글 달리는 것을 보면 모골이 서늘하다. 죽음으로서 모는 걸 끝내는 인생인데도, 눈물도 정도 메마른 악랄한 산자들이 이토록 많을 수 없다.

사랑 때문에 서로를 미워 할 수 있지만, 정 때문에 미워했던 마음도 용서함으로서 풀리게 되고, 그의 삶에는 인정과 아량이 함께할 것이라 믿어본다.

 - 우리는 인정(仁情) 있는 민족임이 자랑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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