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복 많이 받으세요

돌 박사 2024. 2. 2. 21:34

< 인생칼럼 >      

복 많이 받으세요.

    소설가  석 도 익

  새해를 맞이하는 첫 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실질적으로 복(福)이라는 것은 물질이 아닌 말로서 복을 자기가 주는 것 또한 아닌데도 많이 받으라하는 말잔치임에도 서로 간에 주고받음으로서 친근하고 존경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흐뭇하고 푸근함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지니 이것이 복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 생활 곳곳에 이 복자(福字)는 무수히 많다, 옷에도 그릇에도 가구에도 쉽게 볼 수 있는 글자이니 마음에도 새겨져 있음직한 희망의 글자이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 보다 우선 남을 배려하여 복 받기를 빌어주는 덕담이며, 자신도 복 받기를 기대하는 복이란, ‘어떤 대상으로 하여 만족과 기쁨이 많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 복(福 복복)자는 우리말도 복으로서 내가 남에게 주고 싶은 복은 내린다 하고, 내가 스스로 복받을만한 일을 하는 것은 복 짓는다. 고도 한다.

형체도 모양도 알 수 없는 복을 누구에게나 인심 좋게 많이 받으라는 복에는 그나마 복을 담아주고 넣어주는 복이 있으니 그 하나가 복조리와 복주머니다.

농경문화인 우리민족은 주식이 곡식이었으므로 생명의 양식인 곡식을 심고 가꾸어 먹고 나누며 더불어 살기위해서 낟알 한 톨이라도 귀하게 여겨 밥을 지을 때에도 추수할 때 섞인 이물질이나 돌들을 물에 씻으며 이물질은 건져내고, 돌에서 곡식알을 일궈 떠내는 기구인 조리를 만들어 써왔다.

조리는 밥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곡식을 이는 기구이니 집안에 복을 일구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를 정월달에 구입하여 걸어둠으로서 일 년 내내 요긴하게 사용하니 이를 복조리라고 하였다.

조리를 만들어 파는 사람은 부잣집 머슴살이를 하다 새살림난 사람이거나, 천민으로 양반집 종살이를 하다 세간나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남부지방에는 대나무로 북부지방에서는 싸리나무나 버드나무를 사용해서 짬나는 대로 많이 만들어 놓았다가 섣달 그믐날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 댁에 복 들어갑니다.”하고 소리치며 집집마다 대문 안에 던져 넣기도 하고, 주인을 만나면 필요한 양을 물어 주고 가기도 했는데 조리 값은 설이 지난 후 조리장수가 방문하면 조리 값을 묻지 않고 주고 싶은 대로 양식이나 돈으로 조리 값을 치른다.

복조리가 값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 조리 값이라는 명목으로 나눔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우리 민족성의 정이며 지금의 연말연시 이웃돕기의 원조인 것이다.

혹여 조리를 받지 못한 이들은 그믐날 자정 이후부터 정월 보름사이에 구입한다. 1년 동안 쓸 만큼 또는 식구 수대로 사서 가족의 머리맡에 놓아두기도 하지만 대개는 한 쌍을 사서 'ㅅ'자 형으로 묶은 뒤 방문이 마주 보이는 방벽이나 부엌의 물동이가 놓인 벽 위 기둥에 걸어두기도 하며, 젊은 여인이 있는 집에서는 손잡이에 예쁜 색실을 매어 모양을 내기도 하며 돈이나 엿 등을 넣어두어 일 년 동안의 복을 기구하는 정성의 징표로 삼기도 하였다.

복은 조리와 같이 긁어 모으고 재앙은 걸러내라며  문 위나 벽에 걸어놓고 무사 안녕을 빌었다. 이는 조리의 무수한 눈이 재앙을 감시하여 빈틈없이 걸러낸다는 뜻이 있다.

또한 설날 아이들에게 설빔을 입히고 작고 예쁜 주머니를 만들어 고름에 채워주었으니 이것을 복주머니라고 한다.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으면 복주머니에 넣고 허투루 쓰지 않고 모으는 저축심과 복을 짓는 마음을 길러주기도 하였다.

지금의 쌀이나 잡곡에도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아 조리가 필요치 않음으로 주방에는 조리가 없어져 가고, 복주머니 또한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의 멋을 잃어가고 있음이 아쉽다.



'석도익< 인생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정과 아량  (1) 2024.03.31
각설이 타령  (1) 2024.03.02
화이팅을 왜 외치는가  (7) 2024.01.04
특별한 것들  (2) 2023.11.30
인생 계급장  (4)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