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각설이 타령

돌 박사 2024. 3. 2. 16:06

소설가 석 도 익

< 인생칼럼 >          

        각설이 장타령

에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 하~ 저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에헤~ 우리 어머니가 날 낳을 적에  / 미역국이나 퍼 잡수셨는지 / 미끈미끈 자리한다.

그 옛날에 각설이(거지)들이 구걸을 하러 다니면서 부르던 긴 노래라 하여 각설이장타령이라 했는데, 지금에는 지역 축제장 모퉁이에서 품바들이 호객하는 용도로 부르는 품바타령으로 변화되었는가 하면 연예공연의 한 장르를 담당하기도 한다.

익살을 가득 담아 역어내는 서양의 랩과도 같은 것인데 지난날 가난한 민초들의 삶에 고통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어 더블어함께 살아가고자 했던 걸인들의 장끼로서 비록 빌어먹고 살지언정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닌 베풀어준 자에게 무언가 보답하려는 마음을 표하는 덕담을 기원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거지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닐 터, 누구나 불행이 닥치면 이 고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이웃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걸인(거지)들이 모여 사는 곳은 다리 밑에 움막이나 자연 토굴에서 집단생활을 하였으며, 이들도 나름의 규율에 의하여 밥 얻으러 나가야 하는 패는 새벽에 마을로 연거푸 찾아가지 않았던 집들을 택하여 나누어 다니며 주부들이 일어나 부엌으로 나오는 시간에 맞추어 “이 댁에 밥시키고 갑니다.” 하고 이르며 다닌다.

이 말을 들은 주부는 집식구 외에 밥시킨 손님(걸인) 몫까지 더 준비하는데 가족들의 아침식사가 끝나고 주부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즈음에 새벽에 밥시키고 갔던 걸인이 대문 앞에 이르러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습니다.” 라고 알리고 각설이장타령(품바타령)을 깡통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가족에 밥을 담을 때 오늘의 손님 몫의 밥을 그릇에 담아 따듯한 부뚜막에 올려놓았던 것과 반찬을 가지고 나와서 걸인의 그릇에 담아준다.

또한 걸인들은 마을집집에 애경사를 미리 알아놓았다가, 모두 참여하여 함께 즐기고 슬픔을 같이했으니 이들을 싫어하거나 업신여김 없이 손님으로 때론 이웃으로 평등하게 대했던 우리민족은 더블어함께 나누며 살아왔던 아름다운 휴머니즘의 삶이고 풍습이었다,

품바 또는 각설이타령은 흥과 멋과 해학적 익살로 대등한 소통의 관계를 만들어 높고 낮음도 없고 부도 빈도 따지지 않으며 잘나고 못남도 없이 모두의 마음을 한마당 에 펼쳐놓게 한다.

얼씨구나 잘한다, 품바하고 잘한다. /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으흐 이놈이 이래도 정승 판서 자제로. / 팔도 감사 마다고 돈 한 푼에 팔려서 각설이로만 나섰네. / 지리구 지리구 잘한다, 품바하고 잘한다.
네 선생이 누군지 나보다도 잘한다. / 시전 서전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 논어 맹자를 읽었는지 대문대문 잘한다. / 냉수동이나 먹었는지 시원시원 잘한다. / 뜨물동이나 먹었는지 걸직걸직 잘한다. / 기름동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한다. / 대목장을 못보면 겨우살이 벗느냐. / 지리구지리구 잘한다, 품바하고 잘한다.
앉은 고리는 동고리, 선고리는 문고리, 뛰는 고리는 개고리, / 나는 고리는 꾀꼬리, 입는 고리는 저고리, / 지리구지리구 잘한다, 품바하고 잘한다.

지방마다 각기특색 있는 각설이 타령은, 난해하지도 않고 천박하지도 않으며 어깨가 절로 들썩이게 하는 리듬에 흥을 부르는 소리, 귀천 없는 인간관계를 만들며, 다리 밑에 살며 얻어먹을지라도, 서로 동등하게 이웃을 이루고 더불어 살아가던 우리민족의 정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석도익< 인생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살아가는 방식  (5) 2024.05.02
인정과 아량  (1) 2024.03.31
복 많이 받으세요  (1) 2024.02.02
화이팅을 왜 외치는가  (7) 2024.01.04
특별한 것들  (2)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