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밥그릇 싸움

돌 박사 2024. 2. 6. 15:51

< 석도익 칼럼 >                  

          밥그릇 싸움

      소설가  석 도 익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지난날 “식사 하셨어요.” 라는 인사가 주를 이루었었다. 아마도 어려운 살림에 굶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염려의 인사였을 것이고, 배고파본 심정을 아는지라 식사 할 때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누구든 밥 같이 먹자고 권하는 것이 예의였으며, 논밭에서 새참을 먹을 때에도 멀리서 일하는 사람이 보이든가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불러서 적은 음식이라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당연한 인심이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사슴 또한 먹이를 발견하면 배고픈 동료 사슴들을 불러 먹이를 나눠 먹기 위해 크게 소리를 내는데 이 울음소리를 '록명'(鹿鳴)이라 하는데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는 동물은 사슴밖에 없다고 한다.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숨기기 급급한가 하면 먹이를 놓고 목숨 걸고 싸운다.

기아와 굶주림에서 벗어난 지금에는 “식사하셨어요?” 라고 하던 인사가 없어져 가고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이 주를 이루는데 이도 안전 불확실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남의 생활까지도 염려해 주는 인정이 넘치는 사회에서도 요즘은 밥그릇 싸움만은 죽기 살기로 벌어지고 있으며, 큰 밥그릇은 생존경쟁이 아닌 욕심전쟁이 인간사회전반에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권밥그릇차지하려 피터지게 싸우고, 최고의 지식층인 사자가 들어가는 돈 잘 벌고 권력 있는 선망의 직업을 가진 엘리트 분들이 살아가는데 어렵지 않을 것 같고, 여러 가지 요인도 있겠지만 자기들 밥이 적어질까 염려되어 진을 치고 싸우는 것 같이 보인다.

의사 부족으로 지방 의료 체계가 붕괴될 위기란다. OECD 평균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의사수를 늘리기 위해 의대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의사들의 반대가 대단하단다. 이를 못하게 하는 까닭은 의사들의 몸값을 높여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밥그릇 싸움이다. 나눌 사람이 많을수록 제 몫이 적어지는 이치인 것이다. 이는 의사뿐만 아니라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산골에 촌부가 자신만이 알고 해마다 따오는 송이 밭을 아들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고 있다가 죽었다는 말과 같이 자기 자식이 의술이나 법을 배울 수도 있는데 대학의 정원을 늘이면 자기밥그릇 작아진다고 반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의료 분쟁으로 우리나라는 각종의료분야에 의술발전을 퇴화시켰다. 전통적으로 대를 이어 전수되며 이어오면서 민간요법이나 의술로 많은 환자들의 치료를 담당해오던 침술과 뜸 술이 바로 그것이다.

양 의학의 의사는 조직력 금전적으로 우세하니 권력과 로비에 밀려 침구사제도는 1962년 당시 정권이‘야만적이며 검증받지 않은 의술’이라는 이유로 의료법 개정과 함께 폐지되었고 양 한방 의료계의 반대와 보건복지부의 부정적 방침 때문에 아직도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

양 의학에 선구적인 서양에서조차 이를 받아들여 치료하고 있는데 침과 뜸은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근거 없는 비난을 한다 하더라도 뜸은 침과 함께 수 천 년의 세월 속에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없애주고 건강을 유지 시키는데 기여해 왔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 몸은 우주와도 같아 그 치료역시 양 의학이나 한의학 또는 침술이나 뜸 요법 중 그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 할 수없이 인명을 구하는 의술인 것인데 기적이라 불리던 침술이나 뜸 술은 음지에서 녹슬어 가고 있음도 다 밥그릇 싸움에 피해자는 역시 국민이다.

지난날 시골노선 완행버스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다. 그러나 이를 타야하기에 태워준 것만이라도 고마워 비집고 올랐는데 조금가다 또다시 기다리던 사람들이 타려고 밀치면 방금 전에 비집고 올라온 사람이 소리를 지른다. 그만 태우라고 이 버스가 나일론 버스냐고 -

사슴은 여기에 맛난 풀이 있으니 같이 먹자고 운다고 하는데 사람은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감축할 때 동료들이 우리들 봉급을 내려서라도 함께 일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네가 나가면 내자리가 더 높아지고 좋아질 거라는 생각만 했다던 지난날 IMF때 슬픈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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