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남을위해 배우고 일한다

돌 박사 2024. 3. 18. 12:03


   < 석도익 칼럼 >              


      남을 위해 배우고 일한다.

소설가  석 도 익

꿈과 이상에 부풀어 잘난 개통철학을 논하던 철부지 시절 난해한 문제라 답답해 존경하는 선생님께 호기 있게 질문을 해보았다.

“선생님 사람은 먹기 위해 사나요? 아님 살기위해 먹나요?”

내 물음에 모두의 시선은 집중되었고 선생님 역시 이 녀석이 갑자기 무슨 당치 않은 질문인가 하며 당황할 줄 알았는데 지긋이 웃으시면서. 한참을 바라보시다.

“군은 그것이 대단한 문제라고 생각되나? 둘 다 다 틀렸다. 먹기 위해  사는 건 개돼지 같은 동물에게나 해당되고, 살기위해 먹는다는 것 역시 살아있는 모든 생물의 원초적 본능이지, 그러나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목적을 말하자면 일을 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다. 내 말이 이해가 되나?”

그때 그 말씀이 지금도 내게는 좌우명이 되었나보다. 지금도 나는 일하기 위해서 먹고 힘내서 일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살기위해서 진화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여 우월한 종만이 살아남아 존재하지만 혼자만 살아가려고 하던 종은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려면 배워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살기 위해서 또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공부를 한다, 누구나 공부를 좋아서 한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끔은 ‘배워서 남 주느냐?’ 며 공부하라고 채근하는 선생님이나 부보님의 꾸중도 받으며 공부했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공부를 오래해야 하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한 의학공부일 것이다.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의예과 2년과 본과 4년을 공부하여야 졸업하게 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며, 다시 인턴(수련의) 1년과 레지던트(전공의) 전공과정 4년을 이수해야 하고, 전문의자격시험을 보아야 하는 기나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의사가 되어서도 의료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지속해야 하며 최신의술 지식과 기술습득하며 의술의 연구논문도 발표하여야 한다,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이렇게 공부하고 수련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배우고 수련하는 의학공부를 과연 자신만을 위해서 하는 것 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의사가 자기병만을 고치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서 하는 공부이고 치료하는 일이다.

공부해서 남 주는 것이다. 남 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잘못 알아 서도 안 된다. 우리가 하는 일 또한 남을 위해 하는 일이다. 남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잘못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잘 해야 하는 것이다.

나를 위한 것은 공부하고 일해서 상응한 댓 가로 받는 금전으로 생활하는데 쓰이는 것뿐이다.

요즘 온 나라를 울렁이는 의료분쟁에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지는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이 의료혜택을 고루 받기위한 정책으로 국내의사의 적정수를 유지하고자 의대학생정원을 늘리려고 하는데 반대하여 의과대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수련의와 전공의들은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의대교수들도 사직으로 정부의 방침에 거부의사를 표하려고 하는 작금의 현실이 분화구만 같다.

환자는 생명을 맡긴 의사선생님이 하느님이다.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 또한 의 사 선생님 입만 바라보며 하루를 견딘다. 이를 안다면 과연 배움과 일에서 떠날 수 있단 말인가?

공부는 자신을 위해 하는 것 같지만 실은 남을 위해 보다 잘하려고 열심히 공부한 것이고, 의사가 되려는 것과 의사인 본인들의 해야 하는 모든 일은 남을 위해 일해 온 것이고, 앞으로도 남을 위해 공부하고 치료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작금에 와서 “자기네 밥그릇 챙기기다.” 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단 말인가?

사람들은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의사선생님은 힘든 공부를 많이 했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공부이고 일 일수도 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배움이고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배워서 일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다.

가진 것이 풍부한 사람들은 적은 것은 모으면서도, 큰 것은 버리고,
가진 것이 빈곤한 사람들은 큰 것은 바라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누는 것을 보기도 한다.

나보다는 남을 위해 배우고 일하는 의사들이 제자리를 지켜 아픔을 치유하는 믿음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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