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돌아가는 곳

돌 박사 2022. 7. 31. 10:04

석도익(인생칼럼 )

소설가 석 도 익

지구상에 모든 생물은 자연생태계에 꼭 필요한 역할이 있음으로 생겨났고, 그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다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만물의 영장임을 자부하는 사람도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일을 다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다가 생을 다하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종족번식을 사명으로 한다.

부모의 사랑으로 어머니의 뱃속에서 토양성분인 집을 마련하고 신이 챙겨준 정신과 합쳐 세상에 나와 탯줄을 끊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간으로 독립하지만 자신의 집을 키우고 가꾸어가는 성장이 그 어느 생물체보다 느린지라 1년이 지나야 뒤뚱대며 겨우 걷는 것을 보며 대견하다 한다.

제 밥벌이를 하려면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고 가르쳐야 하니 제집(몸뚱이)하나 관리하기 힘든 게 사람이다.

의학의 발달로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첨단문화로 편리하게 사는 대신에 생존에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 사고나 변을 당할지 모르는 불확실 시대에 살고 있어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죽음을 알리는 말도 여러 가지다.
“죽었다.” “사망했다.” “유명을 달리하셨다.” “세상을 뜨셨다.” “운명하셨다.” “작고하셨다.” 영면하였다.“ ”소천 하셨다.“ 고 하는데 예부터 많이 써온 돌아가셨다는 말은 오히려 적게 쓰인다.

지상에 모든 생물은 생이 끝나면 자연에서 왔듯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를 지탱했던 정신은 영혼이 되어 신의세계로 간다하고, 몸을 구성하고 있던 수분은 물로 뼈는 석회로 살은 흙으로 모두 다시 돌아가야 한다. 망자가 지금까지 살다가 돌아간 빈집(몸)정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망자를 돌려보내는 일은 영혼을 위로하는 영결식을 하고 49제를 지내 명복을 빌어주고, 시신은 장례를 지내는 절차들은 산자들의 몫이다.

우리들은 현실에 살기에 눈에 보이는 것을 먼저 믿어왔다. 서낭을 만들어놓고 산신령에게 빌고, 십자가를 보며 예수께 기도하고, 불상을 모셔놓고 절을 하는 것이다.

사람의 육체는 흙에서 왔기에 마땅히 흙으로 돌려보내는 매장문화도 이어져 왔으며, 옛날에는 부모의 묘지에서 3년 시묘를 살기도 했다.

산이 없는 서민은 공동장지에 비집고 매장해 작은 묘지를 만들고, 여유 있고 자손 번듯한 부자들은 죽어서도 넓은 유택에 생전 이력인 직함을 새겨 넣은 비석에 문인석까지 세우는가 하면 제당까지 마련하여 호화 장지를 만들어 놓기 경쟁이었다.

이들은 부모와 선조들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효심이라 하고, 자손들에게는 본이라 하겠지만, 실은 명당 터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호화묘지조성자체가 선조들을 빌려 유자손들의 어깨를 세우려는 욕심일 뿐이다.

땅은 적은데 묘지로 쓰이는 것에 대한 산자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화장 문화가 요즘에 대세다.

살면서 지은 죄가 컸으니 당연 불지옥으로 먼저가야 한다는 것인지 장례식이 끝나면 바로 화장장으로 가서 불가마에 넣자 순식간에 한줌의 재로 산화해서 항아리에 담겨져 유족에게 돌아가는데 여기서도 갈래 길이 있다.

유골을 받아 단단하게 만들어진 대리석아파트인 납골당으로 모셔지기도 하고, 화장으 로 간편해진 유골함을 다시 매장하여 묘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생전에도 어렵게 살던 망자는 시설에서 만든 공동납골당이나 공원묘지에 입적시킨다든가 그것도 힘든 유족들은 강이나 산에 뿌려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묘지에 호화롭게 꾸며진 비석이라든가 납골당에 안치하기위해 화장하는 환경오염도 바람직하지 않고, 땅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역시 쉬운 게 아니다.

“내가 죽거든 과일나무아래 묻어서 거름이라도 되게 하라” 고한 선각자의 유언이 돌아가야 하는 곳을 가리키는 듯하다.

세상은 윤회한다고는 하지만 한 번 왔다가 돌아가야 하는 인생,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 할일 다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다가 보람가득 남기고, 왔던 곳으로 다시 잘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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