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내머리 내가 깎는 시대

돌 박사 2022. 9. 1. 08:15

석도익 인생칼럼

소설가 석 도 익

“중도 자기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삭발해야하는 스님도 자신의 머리를 자기가 직접 깎을 수 없어서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겠지만 삶에 영향을 끼치는 바가 크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듯이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그러므로 남녀가 가정을 이루며 양 일가친척에 가족혈연의 고리를 형성하고, 이웃이 모여 마을을 만들고, 사회를 이루며, 다시 국가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치고 살아가는데,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현대인들이 최첨단의 문화생활을 하면서 먹거리나 일상용품 하나라도 자급자족이 아닌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혼자서는 단 하루도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도 그 내면에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을 사랑함으로서, 내가 사랑해 준 것 만치 그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 실례로 사랑하다가 서로 등지는 경우, 내가 해 준만치 그에게서 못 받았다는 손해심리가 있어서 서로 다투기도 하고 증오까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더욱이 우리민족성은 능동적이 아니고 수동적이기에 무리 앞에 서려고 하기 보다는 서로 뒤에 서려하고, 내게 이익이 있더라도 사양을 미덕으로 알고, 배려를 덕목으로 살아왔기에 생존경쟁으로 각박한 사회생활에서 자칫하다가는 뒤로 밀리고 권익을 손해 보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특히 공을 인정해주는 포상이나 특정인사 공모에 대상자를 추천 받아 심사를 거쳐 상을 수여하고, 인사공모도 추천을 주요시 했었기에 혹자는 추천을 하려해도 자신보다는 더 좋은 사람을 추천하라고 정중히 사양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이는 자신의 머리를 자신이 깎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기계로 자신의 머리를 깎을 수도 있단다.

타천자천(他薦自薦)이란다. 남이 좋은 사람을 추천하기도 하고, 자기가 자신을 추천하여도 된다는 것이다.

공상(功賞)이나 인사공모(人事公募)를 정부나 지자체 사회단체에서 시행할 때 누구든지 자기의 공을 내세워 직접 상훈을 신청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내세워 인사공모에 응모 할 수 있어서 타인이나 기관에 추천을 받지 않고도 자기의 이익을 도모 할 수 있어서 진보적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말 상을 받아야할, 상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나 그 직에 충분히 맞는 덕망을 가춘 사람인데도 자기 머리 못 깎는 위인이라 공모에 본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이를 추천해 주어야할 관계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는 이 좋은 기회와 복을 타인을 추천하기보다는 자신이나 지인을 추천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라 상 같은 상이 못되고, 인재 같은 인재를 얻지 못할 것만 같다.

어찌 되었건 자기머리는 자기가 깎기보다는 남이 잘 보면서 깎아주어야 인물이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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