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칼럼
길(도道)과 길(로路)
소설가 석 도 익
길은 지구상에 무궁무진한 행동반경을 가지고 소통과 흔적을 남기며 생겨져 이어지고 있다.
길은 동물이 움직임으로서 통로가 만들어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움직이지 않고, 흔적도 형상도 없는 길도 있으니 움직이는 몸이 만들어내는 길과, 마음의 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길은 사람들이 정말 자주 쓰는 흔한 말이며 순 우리말이고 한자를 쓰기 전부터 길이라고 했다한다.
도로(道路)란 이름의 사람이 다니는 길은 땅위에는 고속도로에서부터 산속 오솔길도 있고, 기차가 다니는 철길까지 수 없으며, 비행기로 다니는 하늘 길, 배로 다니는 뱃길 등으로 세계와 서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움직이며 발자국을 남기는 길 이름에는 질러가거나 넓은 길보다 돌아가거나 좁고 험한 길에 붙여진 이름이 훨씬 많다.
지름길은 험준한 지역이라도 바로 질러가서 가까운 길이고, 빨리 갈 수 있으니 아마도 축지법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듯 하며, 힘들지 않게 편한 지형의 길로 돌아가는 에움길은 에둘러 가는 길이며,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 도 있다. 집 뒤편의 뒤안길,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고샅(길), 꼬불꼬불한 논두렁 위로 난 논틀길, 밭가로 난 밭둑길, 거칠고 잡풀이 무성한 푸서리길, 좁고 호젓한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 휘어져 먼 앞뒤가 잘 안 보이는 후밋길, 낮은 산비탈 기슭에 난 자드락길, 돌이 많이 깔린 돌서덜길이나 사람의 자취가 거의 없는 나무꾼이 다니던 희미한 자욱길, 강가나 바닷가 벼랑의 험한 벼룻길,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뒤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숫눈길도 있으니 아마도 임의 첫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도 될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토끼 길도 있고, 연어같이 고향을 다시 찾아오는 귀향길도 있다. 길이란 단어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여행이며 철학에 의미고 몸의 구속을 풀어 마음에 자유를 준다. 도로나 거리가 주는 어감과는 완전 다르다. 길은 단순히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또한 길이라고 표현한다. 정도(定道)라고 하는 바른 길이 있고, 비도(非道)와 같이 바르지 못한 길도 있다. 또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길이 없다. 내가 가야할 길을 간다. 거나 하는 표현을 보면 인생의 길은 삶에서의 방법이거나 삶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불교나 유교, 천도교 등 종교도 동양 사상에서의 공통적 이념도 도(道)라하고 태권도 유도 궁도 검도 등의 운동도 정신적인 면을 강조해 도(道)라 부르는 길이다. 사람은 평생 길 위에 있다. 누군가는 갈 길을 몰라 헤매고, 어떤 이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고, 누구는 우직하리만치 한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가 하면, 고생길을 만날 수도 있는가 하면. 꽃길만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모든 길은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도 있으며, 탄탄대로가 있으면 막다른 골목도 있다. 세상에 같은 길은 없다. 우리의 발과 마음이 가는 길이 삶이고, 인생 또한 곧 길이다.
그 누구와도 길에서 만날 수도 있는 인연이고, 함께 갈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고, 나만의 길을 가면서, 길 위에서 길을 물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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