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인생칼럼 ㅡ
메말라 가는 눈물
소설가 석 도 익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복이 아닐 수 없다. 이 귀중한 눈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눈알 위쪽에 있는 누선(淚線)에서 나와 눈알을 적시거나 흘러나오는 투명한 액체상태의물질. 늘 조금씩 나와서 먼지나 이물질을 없애거나 각막에 영양을 공급해주며, 눈물로 눈을 촉촉하게 하여 움직이는데 마찰이 없도록 보호하며, 어떤 자극을 받으면 더 많이 분비된다. 특히 사람의 경우 좋아도 울고 슬퍼도 울고 이별에 울고 감격에도 울 때에 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눈물이라고 하며, 이를 세는 단위는 눈물방울, 눈물줄기라고 한다.
고대 북유럽 원주민 켈트족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가시나무 새가 있다. 이 가시나무 새는 일생에 단 한번 우는 새로 그 울음소리는 이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그 새는 알에서 깨어나 지신이 날 수 있는 그 순간부터 단 한 번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가시나무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가시나무를 발견하면 가장 길고 날카로운 가시에 몸을 날려 자신의 가슴에 찔려 넣고 붉은 피를 흘리며 생명이 다 하는 순간까지 고통을 참아가며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새소리보다 아름답고, 그 무엇도 따를 수 없는 절묘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죽어간다고 한다.
또한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숨기기에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동료들에게 먹이가 있다고 알려주어 함께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사슴이 먹이를 알려주는 울음소리를 녹명(鹿鳴)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즐거울 때는 미소를 짓거나 소리 내서 웃고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울을 수 있다. 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감정의 소리고 표정이다. 웃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울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은 건 아니지만 눈물과 울음은 사람에게 웃음만큼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예로부터 남자는 평생 두 번 울어야 한다고 했다. 그 첫 번째는 태어났을 때고 두 번째는 부모님이 돌아갔을 때라고 한다. 여기에 운이 나빠서 나라가 망했을 때라면 세 번은 울어야 할 것이다.
태어날 때야 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눈물은 부모님이 돌아가셔 장례를 치르면서 어느 누구에 눈치 볼 것도 없이 슬픔을 마음껏 쏟아 놓으며 울 수 있는 때이고 장소다.
옛 장례문화는 상가에서 망자의 죽음을 슬퍼할 울음소리가 나야 당연했기에 이를 형식에 맞추어 곡(哭)을 하며 울었고, 문상객도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나 근래에 이르러 장례식장에서 상주들의 곡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한도 많고 눈물도 많았던 지난세월, 새도 운다고 했고, 닭도 울고 바람도 운다고 했듯이 슬픔이 많았던 시대를 지나 즐거움만 가득해 울음은 웃음으로 대체되었다면 다행이지만, 너무나 각박해진 세상에 살기위해서 이기와 독심으로 자신을 무장하다보니 정은 가물어지고 눈물이 메말라져 안구건조 증에 걸려있는 듯하다.
인공눈물이라도 넣으면 눈은 잠간 편하게 되겠지만, 흘리지 못해 눈물샘이 막혀버려 울지 못하는 가시나무새가 현재의 우리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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