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연탄 그 따스함과 슬픈 자화상

돌 박사 2021. 11. 2. 12:03




인생칼럼

연탄 그 따듯함과 슬픈 자화상

소설가 석 도 익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은 인생막장이라고 부르던 탄광촌까지 흘러가게 되고 식솔의 연명을 하고자 탄광의 지하 막장까지 들어가 두더지같이 검은 석탄을 파내야 했다.

수 백 미터 탄광지하막장은 언제 무너져서 생매장을 당할지도 모를 갱도를 따라 광부가 목숨을 걸고 들어가 파내는 무연탄, 이것은 수 억 년 전 지각변동에 의하여 고생대식물이 매장되어 화석광물이 되어 진 무연탄을 캐내는 것이다.

연탄은 무연탄을 주원료로 한 원통 모양의 땔감이다. 무연탄에 코크스 · 목탄 가루 등을 섞거나, 석회 등의 점결제를 넣어 기계로 일정한 모양을 만든 뒤 건조시킨 것이다. 연탄은 주로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했다. 불꽃이 잘 타도록 아래위가 통하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었기 때문에 구멍탄이라고도 하는데 연탄은 크기에 따라 구멍의 수가 달라, 구멍 수에 따라 9공탄 · 19공탄 22공탄, 25공탄, 32공탄, 49공탄 등 다양한 크기의 종류가 있다.
연탄은 적당한 모양과 크기를 갖추고 있어 운반과 취급이 편리하다. 또 화력이 좋고 오래 타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그러나 탈 때에 일산화탄소 등의 가스와 나쁜 냄새가 나며, 타고 나면 많은 재를 남기는 단점이 있다.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대단히 해로워 0.05% 이상 섞인 공기를 마시면 중독 상태가 되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는 부유층이 연탄을 때는 것을 서민들이 부러워했으나, 전기와 유류소비가 늘어나면서 부터는 가난한집에서 겨울나기에 필요한 연탄이 되어져서 이제는 연탄하면 불우이웃을 연상하게 한다.

소시민들의 애환이 연탄구멍마다 배인 구공탄으로 밥 짖고 방 덥히고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며, 눈 내린 미끄러운 골목길에 연탄재 뿌리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왔다.

탄광 막장에서 캐내는 무연탄은 탄광촌의 마을까지 까맣게 그려놓고, 막장에서 나온 광부의 까만 모습에 유난히 하얗게 드러나는 이빨이 가슴 아리게 했었는데, 가난했던 지난날 구공탄불 피어오르는 구들장에 따듯함으로 잠이든 소시민의 목숨을 소리 소문 없이 빼앗아 갔다는 뉴스가 문풍지를 춥게 울리듯 장식하곤 했고, 병원은 멀고 약도 없으니 연탄가스중독에는 동치미 국물이 최고라고 비상식으로 준비해 두던 시절도 얼마 전 달력너머에 일인데,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연탄의 따듯함이 상반된 따듯함과 슬픔의 자화상이다.

최첨단 로봇에게 일을 시키고 있는 지금에도 기초생활도 어려운 사람들은 구공탄을 들고 빙판길 올라가 방을 데우고, 이웃돕기에 한몫을 하는 구호품으로 따듯한 온정이 나누어지고 있다.

북풍한설에 구공탄은 자신의 몸을 태워 따듯하게 데워진 아랫목자리에 한시도 펴지 못한 구부러진 등을 누이고 편한 잠 이룰 수 있는 버팀목이다.

낙엽이 바람에 쓸려가고 앙상한 나목이 찬바람에 흔들리면, 없는 사람들 살기 힘든 추위가 땅과 마음을 얼리는 겨울이 다가온다.

올 겨울에도 까만 연탄을 줄서 나르는 따듯한 사랑에 연탄은행에 온정의 마음으로 연탄이 쌓이고, 예쁜 얼굴들이 골목길에 줄을 서서 새까만 구공탄을 나르며 하얀 웃음으로 행복을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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