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게 심니 의 농심(農心)
소설가 석 도 익
천지를 창조하고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종족을 번식 보존하며 살아가게 한 것이 신이라면, 하늘을 믿으며 땅을 이용하여 곡식을 심고 가축을 키워가는 일이야 말로 생명을 준 신이나 생명을 가꾸는 농민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늘을 우러러 원망은 할지언정 노하지 아니하며 땅에 생명을 가꾸기를 나와 같이 같이하며, 흘린 땀만큼 거둘 수 있다고 믿는 진실이 농심의 삶에 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온다.”
뿌린 대로 나오고 가꾼 만큼 거두고 거둔 만큼 값어치가 있다면 농자는 천하지 대본일터, 바라건대 생산되는 만치 소중한 땅이 되고, 소비량만큼 값어치가 있었으면. . .
곡식은 내가 심었으되 하늘이 보살피고 땅이 길러내는 것이라 믿는 농심의 진한 사랑의 진리가 평원을 녹색으로 채색해 평화롭고 황금색 들판은 풍요롭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씨앗을 심을 때부터 나눔으로 시작된다.
곡식 한포기를 키우려면 씨앗 1개만 심으면 되는데 농부는 넉넉하게 3개 이상을 심는다. 싹이 잘 안 나올 것을 염려해서 여벌로 심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3개중에 하나는 새의 먹이고 또 하나는 곤충의 애벌레 몫이며 나머지 하나가 농부의 몫임을 농심은 선천적으로 알고 나눔으로 씨앗을 뿌린다.
또한 감나무에서 감을 따더라도 높은 가지에 것은 다 따지 아니하고 까치밥이라 하여 굶주린 새의 먹이로 남겨두는데 이 또한 나눔에 미덕이다.
농사의 근본은 나눔이다. 농사지은 곡식은 서로 나누어 먹으며 더불어 살아왔다. 일을 도와주면 곡식으로 고마움을 표하다가 물물교환으로 이어지고, 화폐가 만들어지고 쓰여 지면서 거래물품이 값어치가 매겨지게 되고 농산물도 돈으로 환가되어 거래되고부터는 나누어 먹는 곡식이 아닌 상품 이 되니 농심에는 욕심이 자라나게 되었다.
돈에 욕심은 사람에게 해로운 농약을 사용하여 많이 생산하려하고, 불량한 먹 거리를 만들어 이익을 챙기려 하고, 심지어는 소에게 고기사료를 먹여서 살찌우려 하니 자연생태계를 파괴한 대가로 광우병이 생기게 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순박하고 아름다운 심성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우리민족의 농심은 가족같이 아끼는 소와 같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집으로 갈 때도 우마차를 끌고 가야 할 소에게 무게를 덜어주고자 자신도 지게에 짐을 나누어지고 소와 나란히 집으로 향한다.
소도 사람보다 더 힘든 일을 함께했는데 그 소가 끄는 수레에 짐을 다 싣고 자신도 수레를 타고 편하게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농심이다.
농심은 “올게심니”에서 부터다.
농사꾼이라 함은 하늘에 도움을 받고 땅에 덕을 빌리며 가축의 도움을 받아 땀 흘리며 일해서 얻은 곡식을 제일먼저 가장 잘된 씨앗을 조금씩 거두어 안전한 곳에 매달아 보관했다 가 다음해 씨앗으로 쓴다. 이것을 “올게심니”라 하며 이 씨앗은 어떠한 경우에도 먹거나 축내지 아니하고 종자로 이어져 온 것이 농자천하지대본의 역사이며 일용할 양식을 가꾸는 마음 또한 농심이다.
하나님을 못 보신 분은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를 보라 그가 바로 생명을 키우는 하나님을 꼭 닮은 분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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