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소나무

돌 박사 2020. 6. 3. 19:38



< 인생칼럼>
우리민족의 정서를 닮은 소나무
/ 소설가 석 도 익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소나무를 무척 좋아한다. 애국가에 무궁화가 있지만, 소나무도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사철 푸르른 소나무는 대나무와 함께 송죽지절(松竹之節)이라고 칭송한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에 널리 분포되어있는 대표적인 나무로 역사와 삶을 같이 해왔다.
동네 어귀에 소나무는 서낭으로 무병장수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되기도 하고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이 되어 마을로 들어오는 재앙을 막아주며, 청순하고 강인한 기풍과 습성 또한 우리민족성을 닮아서 더욱 친근하게 사랑을 받아 왔다.
남아선호와 장자우선 사상이 특별했던 우리민족은 장손이 집안의 대를 이어 야 한다는 뿌리의 개념에서다. 형제 중 맏이를 귀히 여기고 우선 하듯이 소나무도 나무의 중심부 에 있는 장순은 둘레에 여러 형제곁가지와 함께 자라지만 장순이 더 많이 곧게 자라고 다음해 장순에서 다시 장순과 가지가 자라기를 계속하는데, 장순이 꺾이거나 잘못되면 옆에 있던 곁가지가 장순을 대신하여 위로 곧게 자라려고 하지만 굽어지거나 위로 자라지 못하여 목재로서는 쓸모가 없게 된다.
소나무는 탈피과정 또한 효도사상과 모태보호가 유별나다. 모든 나무는 자람에 따라 새 껍질이 계속 생기는데, 소임을 다한 묵은 껍질은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지만 소나무껍질은 젊은 껍질이 늙은 껍질을 버리지 않고 업고 살기 때문에 나무에 추위를 막아주고 위험에서도 보호된다.
또한 푸른 솔잎도 삼대가 구분되어 함께 살고, 솔방울역시 삼대가 함께 살아가며 잎은 두 개로 짝을 이루어 살다가 낙엽이 되어도 썩을 때까지 둘은 떨어지지 않으니 부부금술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흙 한줌 물 한 방울이 없을 것 같은 바위벽 틈새에 뿌리내리고 살지만 청록색의 소나무는 오히려 더욱 강인한 자태로 의연하게 서있다
소나무는 잘리면 다른 나무처럼 움이 나오지 않고 절개를 지키듯이 죽어버린다. 결코 생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가지가 잘리면 잘린 부분에 즉시 송진이 나와서 외부와 차단시켜 놓음으로서 더 이상 세 균이나 빗물이 침범하여 나무가 썩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취한다.
사람들의 살림이 가난하면 산이 헐벗는다. 비옥한 산에서는 발아되지 못하는 솔 씨는 헐벗고 척박한 땅이 되거나 바위 절벽 틈새에서 또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절개한 절개지에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 싹을 틔워 잔솔밭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름 한 방울도 땅에서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지만, 소나무에서 기름이 나온다.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사람만 식민으로 착취당한 것이 아니라 소나무도 껍질을 벗기고 송진을 착취해서 그 기름으로 전투기를 띄우기도 했다.
가난에 땔감이 되고, 섶 다리로 이웃을 이어주고, 송피로 기근을 면하고 송화다식 송엽차 등으로 굶주림에 먹을거리가 되었으며 송진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관솔로 어두운 밤을 밝혔다.
소나무는 죽어서도 그 진액이 복령이 되고 그늘에서 송이가 자라나 사람을 이롭게 하였으며 가난한 시대에는 생명에 버팀목이었다.
사람들이 굶주리고 산이 헐벗으면 어김없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소나무는 가난에 생명을 살리고 힘을 주었다.
이제 산은 풍요로워져서 솔 씨는 싹을 틔우지 않고 있으며 활엽수만 울창하고, 기온은 아열대로 변해가서 소나무가 멸종되지나 안을까 염려한다.
“남산위에 저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우리 민족성을 닮은 소나무가 언제나 푸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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