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인생칼럼>
소금은 진(眞)짜다.
소설가 석 도 익
바다가 삼면에 접해있는 한반도는 신의 축복을 받은 땅이다. 하지만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고, 백두대간이 뻗어내려 대관령 한계령 구룡령 미시령 진부령이 굽이굽이 이어진 령 너머에 있는 영서지방에서는 지난날에는 싱싱한 바다 생선을 맛보기란 어림 없었다.
지금은 그 흔한 소금도 지난날에는 국가산업으로 전매품이었으니 오죽했으랴. 생선이라야 소금에 절인 자반고등어나 겨울철에 동태가 고작이었으며, 마른 북어나 코다리 양미리 오징어 따위였고, 소금에 뒤엉킨 젓갈 종류가 겨우였는데 그것도 바다에서 령 넘어 이곳까지 오는데 는 많은 시일이 걸려서야 행상으로 판매되고 시골 닷새장날 장돌뱅이에 의해 소리치며 판매되곤 했을 뿐이다.
집안의 기제사가 있는 날 자반고등어 또는 조기는 소금에 절어 노란빛이 나는 놈 한손 사다 물에 우려내고 구워도 소금기가 겉으로 덕지덕지 피어나 아무리 맛있어도 많이 먹을 수 없어 고등어 한손이 대가족이 맛보고도 남을 지경으로 짜고 오래되어 콩콩한 냄새가 나지만 왜 그리도 꿀맛이었던지 오랜만에 먹어보는 쌀밥에 정신 없이 먹고 나면 짜게먹은 탓으로 밤새 물을 들이켜다보면 어머니가 물 길러 다니는 물동이처럼 불어난 배를 자랑하며 자란 유년시절에 추억이 아련하다.
이렇게 짠 음식을 먹고 자란 터라 성인병에 주 원인이 된다는 짜고 매운 음식섭취가 안 좋으니 싱겁게 먹으라고 하지만 어려서 부터 젖어온 식성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소금이란 짠 맛을 내는 무색의 천연 광물성으로 염소와 나트륨의 결정성물로 조미료와 방부제 식염으로 쓰이는데 우리 생활에서 먹는 것 이외에도 의약품에도 염색에 냄새제거에 살충제 살균에까지 이용되어 단 하루라도 소금이 없이 살기 힘든 소중한 것이라 “금”이라 했는지 모르지만 바닷물에 무한하게 있는 것이 소금이라 그 귀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지난날 지금의 상업에 시조가 되는, 지게지고 다닌 소금장사가 동네마다 무수한 염문을 뿌려놓아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에 주인공인 귀한 물건이기도 하다.
모조품의 빼닮음이 진품을 능가하고 거짓이 진실을 사기 치는 세상에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분간 못하게 뒤범벅이 되어 버렸어도 소금만은 아직까지 가짜가 나오지 않은 것은 소금이 흔하고 싸기 때문만은 아닌 짠맛을 내는 것은 소금 이외에는 없기 때문에 소금은 진실만을 간직한 진품인 것이다.
어느 기름집에 "진짜 참기름 팝니다." 라고 간판 다음으로 크게 써 붙여 놓은 웃지 못 할 풍경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말에 "참"이란 진실. 진짜라는 것이거늘 참기름이 가짜가 범람하니 진짜라는 말까지 그 앞에 붙여 써야하는 진짜 참기름 가짜 참기름 구별을 하는 공부를 또 해야 하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음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정말이지? 진짜야? "
언젠가 고추가격이 천정에서 내려오지 않을 때 식당에서는 "이거 가짜고추가루 아닙니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 한마디 묻고 넣어 먹어야 하던 때도 있었다.
세상 믿을 사람 하나 없고, 들을 말 하나 없다는 불신의 시대, 그래도 거짓말을 잘해서 그 거짓말을 믿고 따르는 이들도 많다.
사람의 장기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준다고 화장실 벽마다 덕지덕지 붙어있으니 오래지않아 자신의 어느 신체부위가 신통치 못하다 싶으면 다른 것으로 사다 맞추고 살 수 있는 세상이며, 밤하늘에 별도 달도 만들어 달아놓고 즐길 것이리라 생각하니 섬뜩하다.
마시면 취하는 정직한 술을 취하지 않게 많이 먹는 것을 자랑으로 늘어놓는 사람도 있고, 고추는 매운맛으로 먹는 것인데 맵지 않은 고추를 찾아다니는 주부는 있어도, "짜지 않은 소금어디 없느냐?" 고 찾는 사람은 아직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소금이야 말로 사람을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라한다.
소금은 물 과함께 영원히 한줌 늘지도 한줌 줄지도 않고 이 지구가 존재하는 한 바다와 육지를 윤회하며 원하는 생물에게 생명에 필수로 그 짠맛의 진실을 이어갈 것이다.
소금은 짜다. 그리고 소금은 진(眞)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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