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그리다
소설가 석 도 익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에는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억울하고 밉고 그리운 것 등 많고 많다. 이러한 마음들은 어디서 나오고 어디에 있는 것인지 선뜻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마음이란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에는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감정들이 모두 저장되고 실행되는데 사람들은 내 마음을 누가 알아주겠냐며 “가슴을 열어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며 가슴을 두드리기도 한다.
마음(心)은 심장이란 뜻이라 그런가보다. 하지만 꼭 가슴에만 있는 것이 아닌 듯싶다. 손가락 발가락 그 어떤 곳에도 마음이 생성되어 머리에 뇌로 전달되어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하여 해결하려 하지만 실은 느낌으로 나타나는 건 가슴이기 때문일 것 같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떤 때는 뻐근해지고 답답해지기도 하니 말이다.
이와 같이 형체 없는 마음이 인체의 어느 한 장기(臟器)에 있다고 할 때 물질적 실체로서 추상(抽象)될 수 있는 곳이 심장이다. 심장은 우리 몸 중앙에 있으며 그 형태가 태극을 상징하는 콩과 같은 모습이고 음양이 공존하는 것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괴로울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혹은 갈등이 일어날 때는 중심(中心)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마음이 생성되는 것이며, 인간의 정신에는 중심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중심을 잡으라고 충고하는 말이 있는 것일 아닐까 한다.
자기만을 생각하고 남을 해롭게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육신을 오래 건재하지 못한다. 남을 먼저 위하고, 그 누구의 험담에도 마음이 꿈쩍이지 않은 사람은 진정 건강하고 복되게 오래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은 슬플 때는 눈물로 울고, 기쁠 때는 웃음으로 나타내고 억울할 때는 분노로 화를 풀어주고 아플 때는 손으로 만져주어 아픈 곳과 마음을 달래주는데, 그리울 때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움에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 일수도 있고. 젖을 물고, 처다 보던 어머니의 따듯함일 수도 있고 느티나무같이 든든한 그늘이셨던 아버지도 있고 나대신 어머니께 야단맞던 형일 수도 있으며 누이 누나 일수도 있다. 꼬리 흔들며 반기던 강아지도 그리울 때가 있고 세상 모든 것이 보일 때나 있을 때는 무심했던 것이 눈에서 멀어지면 보고 싶고 그리워 지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외롭게 피어난 상사화 같이 밀어 올리지 못한 꽃대하나 가슴에 간직한 채 그 무언가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그 그리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꺼내 본다든가 노래를 부른다든가 하지만 가장 그리움을 직접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70년대에 사랑하는 이들의 심금을 울려주었던 가요가 있었다. 방주연이 부른 당신의 마음이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밑에 점하나 /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은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ㅡ
그리움을 그리는 것이 그림이다.
마음에 그리움이 쌓일 때는 고향으로 가고, 미술관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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