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모여 있던 헌집들이 하나 둘 헐리고 공터가 되더니만 잠간사이에 대형 건물이 우뚝 서고 만국기가 펄럭인다. 소설가 석 도 익 넓은 주차장엔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비닐봉지 양손에든 여인들의 왕래가 잔치집이다. 오늘이 농 축협마트 개업일이란다. 어디를 가나 대기업의 문어발인 대형마트나 비영리협동조합의 각종 마켓이며 마트이고, 각종 복지매장 등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상업기반을 확보하고 성업 중이다. 시골 읍내나 면단위에 대형매장 하나개업하면 재래시장은 물론, 그 주위 반경 전체 골목에 있는 구멍가게에서부터 조그만 담배 가게 식품야채, 과일 심지어 어묵 떡볶이 분식집까지 골목은 완전 전멸 당하게 되어있다. 내가 원주민이라고 텃세로 경쟁하여 견딜 수도 없고, 끝까지 싸워서 이길 수도 없다. 하루라도 빨리 가게 문 닫아버리고 직업을 상업에서 마트에 회사원이 되거나, 힘이 있다면 새벽 인력사무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잘 뽑혀 막일하러 다니는 게 현명한 것일 수도 있다. 즐겨 피우는 담배 값이나 충당하면 더 바랄게 없다는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그야말로 복을 짓는 복덕방의 동네 인심은 사라진지 오래고, 약삭빠른 부동산업자들의 농간이 믿음을 사기치고, 콧구멍만한 담배 가게 할아버지가 동네아이들 바르게 훈육하시던 모습도 볼 수 없다. 밤늦게 퇴근하는 길에 아버지 기다릴 아이들에게 외상으로 과자 한 봉지 사들고 들어 갈 수 있었던 골목구멍가게도, 할머니도 없어졌다. 지나간 시절, 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할 때 아버지 직업이 무어냐고 할 때 친구 녀석은 학교 앞 골목에서 구멍가게를 하고 있음으로 큰소리로 “상업입니다요.” 라고 할 때 농사를 짓는 학생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농업입니다.” 하고 기죽었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자연계 법칙에는 약육강식이 적용되고 있고, 사람의 자유경제 경쟁체재에서도 어쩔 수 없다지만 약자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법으로 보호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영세 상인들의 상권에 위협하며 들어서는 대형 마트나 유통 등은 상업 활동을 하지 않고 본연의 목적인 사업만 해도 회원 조합원들에게 권익을 보호해줄 수 있는 농 축협 복지공단 등 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돈이 되는 것이라면 자금 인력 등 모든 것이 동원하기 용이한 점과 비영리라는 법의 익 점을 이용하여 농수축산물은 물론 공산품 유류 심지어 장례 결혼식장 공장까지 재벌기업이 하는 문어발식 사업을 늘려가며 모든 상권을 장악해 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서민들을 상대로 간이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마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울먹인다. 그전 같으면 점심때 어르신들이나 서민들이 많이 왔는데 이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단다. 읍내에 산재해 있는 복지관 여러 곳에서 점심을 준단다. 어떤 곳은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서 무료로 해주기도 하지만 일반인도 누구에게나 단돈 1,500원만 내면 따듯한 음식을 푸짐히 먹을 수 있을뿐더러 셔틀버스까지 태워 이동시켜 주는데, 어느 누구가 뭐 하러 돈 더 주고 사먹겠냐는 거다. “이건 일반 서민들은 장사하지 말라는 건지 다 죽일 작정인지 모르겠다.” 고 한다. 여러 가지 복지와 좋은 이론으로 실행되는 일이겠지만 그늘에 있는 쪽의 사정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군인도 가족도 아니고, 공무원도 못되니 아무런 복지카드도 쿠폰도 복지의 끈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장사를 하려니 구멍가게는 끝이고 조그만 음식점 또한 개점휴업 해야 할 현실이고, 농사도 힘들거니와 소 한 두 마리 키워 재산 증식했던 시대는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라 축산업도 대형으로 해야 하니 어쩌란 것인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니, 마냥 복지정책으로 살려주겠지 하는 의지심만 길러놓는고 있는 이즈음, 원시 약육강식의 시대가 다시 이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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