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전원의 꿈과 지자체의 고민

돌 박사 2017. 5. 31. 12:16
2017-05-31 오전 9:32:08 입력 뉴스 > 홍천뉴스

[석도익 칼럼] 전원의 꿈과 지자체의 고민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실업자가 계속 늘어난다고 난리고, 농촌은 청년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청년이 없다. 떠날 수 있는 젊은이들은 다 떠났고 노인들만 남아서 밭고랑 논두렁에서 일하다가 힘든 허리를 두드린다.

 

     소설가  석 도 익

새벽닭이 울 때 일어나서 별을 보며 집에 들어오는 농사는 허리 휘게 일해도 학자금마련이 안되어서 문전옥답 팔아 축지법(縮地法)을 써가며 자식 키우고 공부시켜 보내고 나니 시골집엔 늙은 부부만 덩그러니 남아있게 된다.

 

허나 이제는 농촌도 좋아졌다. 경로당에 가면 마을어르신들 짬짬이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바둑 장기도 두며 도회지사는 자식들 들릴 때 마다 소주며 음료 사오는 통에 심심할 겨를 없고 지자체에서 연료도 대주고 운영비도 주니 밥도 해서 함께 먹는 등 참 좋은 나라다. 이게 다 고향을 지키고 가꾸어온 덕이라면 덕일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도회지에서 열심히 일하다 정년을 맞아 평소부터 꿈꾸어 오던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 시골을 찾는 귀촌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노인이 살다 돌아가신 빈집이 쓰러져 가는 것을 보면 허허롭고,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인구로 외롭게 느껴지는 때라 누구든 농촌이 좋아라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우선은 반갑기 그지없다.

 

지자체에서도 지방마다 농촌인구 늘이기에 묘책을 강구하고 있어 귀농 귀촌 인들을 환영하며 편의를 지원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공동화되어가는 농어촌 마을로 이주해서 주민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이 지니고 있는 많은 지식과 재능을 지역 분들과 나누며 살아간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마는 그런 분들은 드물고, 마을을 지나서 외진 계곡이나 경관 수려한 산자락 또는 강변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그들만의 은거에 들어가는 분들이 대다수다.

 

과거 무장공비들이 출몰해서 화전민들이 사는 산간독립가옥이 위험하기 때문에 이들을 철수시키기에 바빴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 집을 짓는다. 일단 집을 짓고 들어가면 다음은 전기를 끌어 달라 전화를 놓게 해 달라 수돗물을 먹게 해 달라 연이어 방범등을 달아 달라 다리를 놔 달라하고, 길도 포장해 달란다.

 

지자체에서 오라고 했으니 못해준다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깊은 계곡에 지은 독립가옥 하나 둘 때문에 먼 거리에 그들이 요구하는 시설들을 다 해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농촌의 지자체는 자립도가 형편없어 교부금에 의존하자니 주민이 늘어야 하고 주민을 늘리자니 귀농 귀촌인의 전원에 꿈을 이루어 주어야 하는데 넉넉지 않은 재정으로 꾸려가는 지자체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단다.

 

실제 이 농촌을 일구고 가꾸어온 주민들을 위하여 각종 기금이나 보조 사업이 산적하고 복지사업 또한 예산이 만만하지 않은데, 이 예산을 나누고 쪼개서 필요 긴급한 것부터 해 나가고 있으나 요구에 만족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 노후에 귀촌하여 전원생활에 꿈을 이루며 사는 것도 좋겠지만, 외진산간계곡에 은둔하고 산다는 것은 지방예산도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에 산불이나 산사태라도 일어난다면 모든 것을 앗아가는 큰 재앙을 당하는 곳이 산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