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익 <칼럼>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

돌 박사 2016. 2. 18. 09:58

2016-02-17 오전 11:27:29 입력 뉴스 > 홍천뉴스

[석도익 칼럼]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

 


“서울에서는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더라.” 라는 말을 어릴 적에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다행히 어려서는 서울 가는 기회가 별로 없었고 커서는 워낙 조심해서 잘 다녀와서인지 내 코는 아직 건재해 있다.

 

         소설가   석 도 익

 

 그러나 교육이나 회의, 또는 각종 행사도 그렇고 큰 병원도 서울에 모여 있으니 싫으나 좋으나 서울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시골사람이 모처럼 서울 가면 높아지는 건물 올려다보기도 힘들고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군중 틈에 끼면 조급한 마음과 몸이 되어 정신없이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허리디스크 때문에 불편과 통증을 겪어오면서 좋다는 약도 많이 먹어보고 유명하다는 병원에서도 치료를 하여보았으나 좋은 효과를 못보고 있다가 우연하게 TV에서 최신기술로 척추관절 시술을 한다며 강남의 모 병원 원장이 직접 출연하여 시술방법을 이야기하고 환자들의 반응도 방영하고 있었다.

 

 수술을 하지 않고 간단한 시술로 하루 만에 고친다니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인터넷으로 해당병원을 검색하니 더 신빙성이 있었다. 요새 유명한 배우가 광고하고 많은 환자들의 치료 후기도 있었다.

 

 사람은 아플 때 가장 약해지고 외로움을 느낀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았다. 강남의 빌딩숲에 있는 병원인데 많은 환자들이 붐비고 로비에는 TV에서 방영된 영상을 모니터로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내가 가져간 MRI CD를 본 의사는 척추와 경추의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는 퇴행성 협착증이니 간단한 고주파강압치료로 시술하면 된단다. 이 병원은 최신식 설비로 시술하는 것이라서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며 목과 허리디스크를 한꺼번에 시술하는데 1,120만원이라며 오늘 당장 치료하자고 한다.

 

 의사가 장담하며 간단한 시술이라 바로 집에 갈수 있다하니 기쁘기도 하지만 당장에 그 많은 돈을 입금하기도 어렵거니와 가족에게 이야기를 해보고 결정하겠다. 하고 돌아왔다.

 

 아내와 자식들은 수술하지 않고도 낫기만 한다면 돈이 문제냐며 빨리하자고 재촉해서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아내의 사정으로 치료비를 900백 만원으로 낮추고 아들과 딸이 폰뱅킹으로 입금하자 즉시 20분도 채 안 걸리고 시술을 하였다.

 

 집에 와서 한 달간을 몸조리하며 기다렸는데 좀체 나은 것 같지가 않았다. 병원에 가니 좀 더 기다려 보자며 또다시 주사를 찌른다. 그리고 치료비도 또 받고, 이렇게 6개월을 다니며 갈 때마다 무슨 주사인지 계속주고 치료비를 10만 원 이상씩 내야만 했는데 나중에는 시술전보다 더 아파서 병원에 가기도 버거워졌다.

 

 아무래도 내가 그곳을 너무 믿은 것 같았다. 돈 들여가며 시간만 헛되게 보낸 것이 너무도 억울해서 의사에게 말하니 “시술로는 안 되는 것 같으니 수술을 해보자” 고한다. 기가 막힌다. 1,000여 만원이 더 들어 갔지만 10만원어치도 나은 게 없는데 또 수술을 하면 낳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말 눈뜨고도 코 베인 기분이 되어 돌아섰다.

 

 서울부자동네라는 강남거리에 즐비한 병원들이 선진국보다 더 잘되었다는 의료보험에도 적용이 안 되는 고급의료시설을 가지고 그들의 봉인 환자들을 손짓하는 것 같아 보였다.

 

 지난날에는 신문이나 TV이에 나오는 것은 모두 믿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뉴스도 못 믿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은 서울만 코 베어 가는 곳이 아니다. 멀쩡하게 집에 앉아서도 보이스피싱으로 당하고 인터넷으로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곳곳에 낚시 바늘에 각가지의 좋은 미끼를 달아놓고 물기를 기다리고 있는 낚시꾼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보의 홍수 속에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가려내기 힘든 눈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