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의 꽃 무궁화! 서구에서는 rose of sharon “신의 축복 받은 땅에서 장미처럼 아름답게 핀 꽃”이라 하는 무궁화, 군자의 나라 삼천리 땅에서 자라나 피어나는데 개화를 앞두고 꾸준하게 준비한 꽃봉오리는 꽃방에서 문을 열고 길게 밀고나와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여명의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다.
무궁화에 매료되어 10년 전에 씨앗을 채종하여 1천여 평에 심고 가꾸었더니 온 계곡이 무궁화 꽃으로 뒤덮였다.
광복절 즈음에 만개하는 무궁화는 3개월을 피고 또 피어나는 꽃을 보러 시간이 날 때마다 밭에 가서 보고 가꾸는 게 큰 보람이 되었다. 꽃이 많으니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조용한 산골짜기를 작은 비행장으로 착각하게 하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내 블로그를 보고 전화 했다며 무궁화가 잘 크지도 않고 벌레가 많아 지저분하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묻는다. 누구나 나라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막상 무궁화나무를 심으려 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하여 무궁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기에 아직까지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어느 꽃보다도 아름답고 잘 자라며 정원수나 화분용 가로수 등에 손색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꽃 무궁화라고 알려주었다.
고향인 평창에 계시는 선친은 독립유공자신데 노후에 적적하게 지내시는 게 죄송스러워서 무언가 해드릴 것이 없나 찾던 중이었단다. “평창 고향집에다 무궁화나무를 심어서 평소 꽃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이 즐겨 보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꽃이 한창 만개하게 피어나고 있는 데 한여름에 옮겨 심으면 아무래도 나무에 무리가 따르니 가을이나 봄에 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며칠 후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약속장소에 부인과 함께 먼저 와있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중이라는 이름도 잊히지 않을 박문수님은 충절의 평창 선비다운 기품이었으며 부인은 그의 폭넓은 그림 같았다.
무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내외분을 모시고 농장에 이르니 만개한 꽃에 취한 듯 화사하고 순백한 모습의 부인은 연신 사진에 꽃을 담으며 무궁화 정원의 꿈을 아름답게 그려간 듯하다.
9월이 시작되던 날 하루라도 빨리 광복7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수로 무궁화를 심는다는 설계를 하고 마음을 같이하는 후배도 동참시켜서 10일 날 갈 것이니 가져다 심을 나무20그루를 준비해 달라는 문자가 왔다.
10여 년 동안 무궁화심기를 홍보했지만 기관에서 귀찮을 만큼 물어보는 전화가 왔을 뿐, 개인이 심겠다며 문의해 온건 처음이라 보람과 흥분을 하며, 튼실한 나무로 백단심 홍단심을 선별하여 소중히 분을 떠서 시간 지켜 와준 두 분에게 드렸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파는 나무지만 10년을 키운 자식을 좋은 곳으로 보내는 보람된 마음이었고, 그분들도 잘 키우겠다고 고마워하며 고급승용차 안에다 소중하게 싣고 떠났다.
다음날 무궁화나무를 잘 심었다는 문자와 사진을 전송해주어 사진 속에 정성들여 심은 무궁화나무를 보여주는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
무궁화문양배지를 달고,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위하겠다는 정치인이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공직자보다도, 부모님을 위하여 나라꽃 무궁화나무를 심는 이분들이 더 큰 나라사랑이요, 사회에 귀감이 되고 효도의 근본이란 생각을 하며, 심겨진 무궁화가 튼실하게 자라나 2018동계올림픽개최지 평창에 아름다운 나라꽃을 흐드러지게 피워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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